가끔 택시를 탈 때면 기사분들과 나누는 대화의 재미가 적지 않다. 현 사회의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기사들과의 짧은 대화만큼 정확한 수단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최근 몇번 경험한 이야기는 우리 충북사람들의 인성이 폐쇄적이라는 내용이었다.
외지에서 청주로 와 살게되는 경우 처음에는 지역감정에 대한 유연함으로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는 점과, 살면서 느끼는 지역 주민의 폐쇄적 인성은 답답함을 느낄 정도라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다른 지방에서는 타지역에 대한 배타성이 강하나, 그들 스스로의 폐쇄성은 약하다는 것이다.
지역감정을 강하게 드러내지 않는 지역주민의 유연성은 따뜻한 인정으로 나타나 외부로부터 오는 이질성을 쉽게 수용하는 포용적 자세로 바뀐다.
반면 장기간 흉금을 들어내지 않는 폐쇄성은 자긍심과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 주민들의 대외경계 심리가 수세적 태도로 나타나는 것이라 생각된다.
요즈음 세상을 표현하는 용어 가운데는 세계화와 지방화가 들어 있다. 이 두 단어는 서로 상반되는 듯이 보이나, 실제로는 현 시대상황을 표현하는 동반적 의미를 갖고 있다. 동전의 앞과 뒤처럼 모습만 다른 하나의 현상인 것이다.
세계화란 많은 나라로 구성된 세계가 하나의 사회를 구성하게 되었음을 가리킨다.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여 넓은 세상이 하나의 사회로 기능하게 된 사실을 표현하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고속의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하루 혹은 이틀이면 세계 어느 곳이든 찾아갈 수 있다.
더욱이 신문, 방송, 인터넷을 통함으로써 온 세상 사람의 생활을 시간차 없이 우리 이웃간의 생활처럼 소상히 알 수 있다. 외국의 문화나 상품을 동시간에 즐길 수 있게 된 우리의 삶이 바로 세계화의 현주소인 것이다.
지방화란 우리의 삶에서 지방적 특성이 더욱 심화, 천착되어 감을 의미한다. 세계화된 마당에서 외국 것을 모방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교통과 통신이 미발달된 과거에 외국의 소식을 듣거나 가보는 것은 어렵고, 시간이 소요되는 일이었다.
먼나라 상품을 타인보다 먼저 구입하거나, 모방하는 경우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사회는 지방적 특성을 갖는 경우에만 경쟁력을 갖는다. 한국의 문화나 상품은 한국적 성격을 포함하고 있어야 경쟁력이 높아진다. 이러한 이유로 충북 청주의 생활도 지역적 특색을 가져야 하며, 바로 이 내용이 지방화인 것이다.
과거 충북주민의 생활이 폐쇄적이었다면 이는 지방화 심화의 토대로 작용할 수 있다. 생활의 근저에 지역의 특성을 많이 유지, 보호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주민들의 유연함은 세계화 진행과정에서 우리지역을 찾아오는 외지인과 외국인을 상대로 지역의 경쟁성을 높이는 자산이 될 것이다. 이들은 충북의 편안함을 홍보하는 사절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폐쇄성이 세계화 시대를 거스르는 배타성으로 작용하는 경우, 충북지역은 필요한 경쟁력을 갖출 수 없게 된다. 또한 지역주민의 소극적 유연성이 지역 특성을 감추는 것이라면 역시 지역의 경쟁력을 저하시키게 된다.
충북지역이 세계화와 지방화의 변화 속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우리 주민들이 따뜻한 인정으로 세계화를 수용하고, 배타적 경계심을 지방특성화를 위한 자존심으로 전환시켜야 할 것이다.
/ 충북대 정외과 교수 김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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