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26.CJ)가 6년만에 국내대회 정상에 올랐다.
 박세리는 18일 경기도 용인 88골프장 서코스(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 MBC X-CANVAS 여자오픈(총상금 1억5천만원) 최종 3라운드에서 버디 5개, 보기 3개로 2언더파 70타를 쳐 최종합계 12언더파 204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2위 지은희(17.가평종고2년)와는 3타차의 완승을 거둔 박세리는 지난 97년 서울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후 6년만이자 국내 대회 통산 13번째(아마추어 당시 6승 포함) 우승컵을 안았다.
 이로써 박세리는 역대 프로대회 우승 횟수에서 강수연(27.아스트라), 김순미 등을 공동7위로 밀어내고 단독 6위로 올라섰다.
 국내 프로 최다 우승자는 통산 20승을 따낸 구옥희(47)가 갖고 있으며 미국 진출이 박세리보다 1년 늦은 김미현(26.KTF)은 통산 11승으로 3위에 올라 있다.
 98년 미국 진출 이후 5차례 국내 대회에 출전했지만 각종 행사에 불려 다니느라 한차례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던 박세리는 이번 대회에서는 세계 최강의 기량을 고국팬들에게 뽐냈다.
 박세리는 이번 대회 우승상금 2천700만원을 전액 불우 어린이 돕기 성금으로 내놓았다.
 박세리는 경쟁자들보다 20-40야드 가량 긴 드라이브샷과 정교한 퍼팅으로 단 한번도 리드를 빼앗기지 않은 채 우승까지 순항했지만 하마터면 2위권의 맹렬한 추격에 덜미를 잡힐 뻔한 위기도 있었다.
 2위 그룹에 4타차 리드를 안고 최종 라운드에 나선 박세리는 초반 1∼3번홀에서 내리 3개의 버디를 뽑아내며 2위그룹과의 차이를 6타차로 벌려 손쉽게 우승컵을 거머쥐는 듯 했다.
 그러나 긴장감이 풀린 탓인지 박세리의 샷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4번홀에서 드라이브샷이 오른쪽 숲으로 들어갔고 5번홀에서는 전홀의 과오를 의식, 3번 우드로 날린 티샷마저 OB구역으로 들어가 벌타를 받았던 것.
 4번홀에서는 90도로 꺾이는 절묘한 퍼팅, 5번홀에서 정교한 아이언샷으로 더블보기 위기를 넘겼지만 2위와의 차이가 4타로 좁혀졌다.
 또 6번홀에서 다시 세컨드샷을 오른쪽 벙커에 빠뜨린 뒤 퍼팅 실수까지 겹쳐 간신히 파를 기록한 박세리는 2위권에 3타차까지 쫓기는 입장이 됐다.
 하지만 박세리는 8번홀(파5)에서 두번째샷을 그린에 올린 뒤 이글 퍼트가 홀 바로 앞에서 멈춰서는 위력적인 플레이로 가볍게 1타를 줄여 우승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13번홀(파3)에서 퍼팅 실수로 1타를 잃어 박소영에게 다시 3타차로 쫓겼던 박세리는 미국 무대에서도 좀체 역전을 내주지 않았던 강력한 뒷심으로 더이상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15번홀(파3)에서 공동2위 그룹 박소영과 지은희의 동반 보기로 4타차로 앞선 박세리는 16번홀(파4)에서 3m 거리의 오르막 버디 퍼트를 과감하게 성공시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우승이 확정된 뒤 들어간 18번홀(파8). 우승 퍼팅을 남기고 `OK''''''''라는 한 갤러리의 농담에 여유로운 웃음으로 응한 박세리는 경기를 끝낸 뒤 우승볼을 던져 관중들에게 화답했다.
 다만 ''''''''팬서비스'''''''' 차원에서 지나치게 공격적인 플레이에 나섰다가 자신이 갖고 있는 한국여자프로골프 54홀 최소타 우승 기록(16언더파)을 8년만에 경신하는데 실패한 것이 다소 아쉬웠다.
 박세리는 "내가 출전한 국내 대회중 가장 많은 관중들이 찾아온 것 같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우승 소감을 대신한 뒤 "티잉그라운드에 모래를 뿌려놓아 부상을 우려하다보니 안정된 샷을 할 수 없어 실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올시즌 국내 대회 개막전인 김영주골프여자오픈에서 공동2위를 차지했던 아마추어 지은희(가평종고2년)는 이번 대회에서도 합계 9언더파 207타로 준우승, 차세대 기대주로 뚜렷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지은희는 14번홀(파4)에서 드라이브샷을 290야드 가량 보낸 뒤 두번째샷을 그대로 홀에 집어넣어 이글을 잡아내 갈채를 받았다.
 더욱이 대스타 박세리와의 동반 플레이에서 당당하게 맞서는 당찬 모습과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강인한 승부근성으로 갤러리들과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지난 2001년 마주앙오픈에서 통산 3번째 우승을 거둔 이후 우승컵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는 박소영은 7언더파 209타로 3위에 만족해야 했다.
 2001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타이거풀스오픈를 제패하고 지난해 부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는 등 주니어 1인자였던 ''''''''슈퍼 루키'''''''' 임성아(19.휠라코리아)와 지난해 신인왕과 상금왕을 석권했던 이미나(23)는 합계 6언더파 210타로 공동4위에 나란히 올랐다.
 1, 2라운드에서 부진했던 국내 상금 랭킹 1위 정일미(31.한솔)는 이날 버디 6개를 쓸어담으며 5언더파 67타의 뛰어난 플레이를 펼치며 5언더파 211타로 6위로 대회를 마무리, 체면을 어느 정도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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