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은 위험한 질환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매우 흔합니다. 실제로 통계상 우리나라 성인 인구의 1/5, 특히 노인에서는 인구의 1/2이 고혈압 환자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전체 고혈압 환자 중 약 반수가 치료를 받고 있으며, 그중 혈압 조절이 잘 되는 비율은 30%에 불과합니다.
 일반적으로 혈압을 두 번 이상 측정하여 140/90 mmHg 보다 높으면 고혈압의 진단이 가능할 정도로 진단 자체가 간단합니다. 그러나 릫침묵의 살인자릮라고 불릴 정도로 고혈압으로 인한 특별한 증상은 없습니다. 두통, 현기증, 뒷목의 뻣뻣함, 이명 등을 고혈압의 증상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고혈압 환자에서 이들이 정상인보다 특별히 많은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고혈압에 의한 합병증이 생기기 전에는 혈압을 재지 않는 한 고혈압을 알기 어렵습니다. 또한 고혈압으로 진단 받아도 쉽게 치료를 받지 않는 이유입니다.
 고혈압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대단히 흔하고 위험한 합병증을 일으키므로 이로 인하여 병을 앓거나 사망하는 사람의 수가 매우 많기 때문입니다. 뇌혈관질환과 심혈관질환은 질병에 의한 성인의 사망원인 중 가장 많습니다(보통 그 다음이 악성종양 입니다). 고혈압은 이 두 질환의 원인이자 악화인자로 관련이 깊어 심장질환 등의 심혈관질환, 뇌졸증 등의 뇌혈관질환, 신부전 등의 신장질환 등 많은 합병증을 일으킵니다. 고혈압의 합병증은 혈관손상(vascular damage)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다시 고혈압 자체에 의한 합병증과 고혈압에 의하여 이차적으로 동맥경화가 촉진되어 일어나는 합병증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자에는 악성고혈압, 심부전, 뇌출혈, 신경화, 대동맥질환 등이 있으며 후자에는 심근경색증과 협심증으로 대표되는 관상동맥질환, 급사, 뇌경색, 말초혈관질환 등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고혈압은 성인의 건강에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특히 노인의 고혈압은 심혈관계질환의 발생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치료는 젊은 사람에 비해 더욱 효과적이므로 보다 적극적으로 치료를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중요한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잘 받는 환자는 그다지 많지 않고 위험성에 대한 인식도 높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생각됩니다. 첫째는 고혈압은 예방의학적 성격이 강한 질환이므로 치료가 어떠한 증상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랜 후에 생길 합병증을 막기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일반인에게 기본적인 의학지식이 잘 전달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많은 분들이 증상도 없는데도 혈압약을 평생 먹어야 되는지, 평생 먹어야 한다면 약값이 너무 비싼 것이 아닌지 등의 질문을 하시게 됩니다. 물론 고혈압이 심하지 않은 환자의 일부는 식사조절, 운동, 체중감소, 금연, 절주 등의 생활요법으로 혈압 조절이 잘 되면 약을 줄이거나 끊을 수 있게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 일단 혈압약을 쓰게 되면 장기간의 투약이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혈압약의 비용은 뇌혈관질환과 심혈관질환 등의 합병증이 생긴 후의 치료비용과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합병증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또한 의료경제의 관점에서 보아도 고혈압의 치료에 들어가는 비용은 고혈압으로 인하여 생긴 합병증을 치료하는 비용과 비교가 되지 않으므로 고혈압의 치료는 중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 내과 전문의 이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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