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 빛으로 곱게 단장하고, 앉아 있는 남산이 카메라 렌즈로 당겨놓은 듯 가깝게 보인다. 이른 아침 풀숲에 숨어있는 영롱한 이슬까지 보이는 듯하다. 청명한 하늘은 며칠 전 기다렸던 단비가 한차례 다녀간 뒤 더욱 그 빛에 눈 시리다. 운동장 가득 아이들의 함성이 가득하다.
 운동회!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인다. 백군, 청군으로 나뉘어진 그래서 선의의 경쟁으로 승부를 내어 다음 해 운동회가 있는 그날까지 승자와 패자로 군림한다. 그런 운동회가 아득히 먼 추억으로 남았다.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다.
 시대가 시대라서 이벤트회사에서 펼쳐지는 각종 게임을 통해 아이들이 하나가 되어 어우러져 있는 모습을 보면, 살기 좋은 세상 같아서 행복하다. 작은 것에 감동 받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사는 것이 쉽지 않지만, 가까워지려고 애는 쓴다.
 넓은 운동장이 아니라서 아쉬운 도시 속 빌딩 숲에 자리잡은 학교, 내 아이 운동회에 다녀왔다. 운동회라는 이름을 빛내기라도 하듯 행사가 다채로왔다. 하늘엔 만국기가 아이들의 머리 수만큼 가득하게 바람에 펄럭이고, 출발을 알리는 총소리에 맞추어 달리기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함께 달려보기도 했다.
 운동회는 만추의 계절 추석을 전후하여 행해지는 잔치였다. 시골의 어느 학교에서는 가을추수로 참석 못하실 부모님을 헤아려 밤에 운동회잔치를 벌였다고 한다. 신록의 계절 새싹처럼 자라나는 아이들의 운동회 그 잔치가 어쩌면 이 사회에서 꼭 필요한 활력소가 아닌가 싶다. 찌들고 힘들었던 부모님의 마음을 동심의 세계로 이끌어 위로해 드리기도 하고, 내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삶에 대한 새로운 각오로 행복을 낳게 하니 말이다.
 재잘재잘 아이들의 수많은 이야기가 미래를 향한 시작임을 안다. 요즘 아이들에게 인기있는 챔피언에 맞추어 에어로빅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절로 몸이 흔들거리고, 나비처럼 나풀거리며 꼭두각시 춤으로 재롱을 펼치는 저학년의 모습을 보면서 함께 나비가 된다.
 더 높이 더 멀리 이상을 가지고 자라나는 아이들이 있을 때 우리의 세상은 밝고 미래가 보장되리. 지난해 신화가 되어버린 축구 올림픽축제 「오~ 필승 꼬레야 ~」그 노래가 응원가로 흘러나오고 아이들도, 학부모도 모두 하나됨을 공감할 수 있었다.
 동심이 일렁이는 즐거운 학교를 향해 오늘도 아침 일찍 일어나 등교하는 아이의 뒷모습을 향해 잘 다녀오라는 인사말속에서 무언의 행복과 꿈을 키워본다. / 아동문학가 남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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