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라졌고,音價는 어디있었나

한글의 최대 미스터리 ‘아래아’(ㆍ)는 왜 사라졌을까. 사라지지 않았다면 어떤 ‘음가’(音價)를 지니고 있었을까.
 이같은 궁금증에 완벽하지는 않지만, 다소의 지적 갈증을 풀어주는 인문학 논문이 얼마전 발표됐다.
 충북대 인문학연구소 김지형(38ㆍ책임연구원) 박사는 최근 "훈민정음의 소실문자 ‘ㆍ’의 음가추정 방법론" 논문을 발표했다.
 김 박사는 장문의 논문에서 ‘아래 아’(ㆍ)는 그 음가는 훨씬 이전에 사라졌지만, 1933년 조선어학회가 ‘한글맞춤법통일안’을 발표하기 직전까지 존재했다.
 그러나 문자로서 장수를 누리지 못하고 변화와 변동 등 어떤 변증적 과정을 거쳐 단명했다.
 그는 사라진 이유에 대해 ▶발음이 매우 어려웠고 ▶언중(言衆)이 들을 때 음상(音象)이 매우 애매했으며 ▶복모음은 아니지만 ‘제 2의 모음’ 구조를 지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래아의 음가는 ‘아ㆍ어ㆍ오’모음의 중간 어딘엔가 존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그러나 이는 발음하기 어렵고 또 들을 때 음상이 불분명, 결국 언중들이 사용을 잘 안하면서 퇴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와관련 그는 새로운 학설인 ‘입자음운론’등으로 이를 보충 설명했다.
 ‘입자음운론’에 따르면 복모음(실제는 한 입술로 발음되는 단모음) 구조를 띨 경우 그 안에는 ‘지배자’(Head)와 ‘의존자’(Operator)가 존재하고 있다.
 이 경우 모음의 음가가 어떤 입자를 ‘강화’ 또는 ‘약화’하느냐에 따라 모음은 변동내지 변화, 종국에는 다른 모음에 합류한다.
 김 박사는 이같은 학설을 ‘아ㆍ어ㆍ오’의 음가를 가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아래아’에도 대입, "Head 부분이 강조됐으면 ‘아’로, Operator 부분이 강조됐으면 ‘오’로 음가가 바뀌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박사는 ‘아래아’ 음가가 사라진 이유을 비교적 객관성있게 설명하면서도, 그것이 자리잡았던 위치에 대해서는 "이 지점이라고 단언할 수 없고, 학계의 추가 연구ㆍ노력을 더 많이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아래아 음가를 영어발음 ‘∧’ 정도가 아니냐는 말을 많이 한다"며 "그러나 이를 뒷받침하는 학문적인 증거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아래아’ 음가를 찾기 위해서는 ▶훈민정음 制字解(제자해) ▶중국어를 통한 음가추정 ▶제주ㆍ남부방언 연구 ▶국어를 중국어로 전사한 후의 고찰 등의 방법을 종합적으로 비교ㆍ분석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부, 제주지방 ‘파리’(집해충), ‘팥’(小豆), ‘말’(馬) 등의 방언에 모음 ‘아래아’음가가 잔존하는 것으로 추정되나 아직 정설로 단언할 수 없다는 의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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