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2동 문암 마을을 풍수지리를 보는 분이 말하기를 기러기 터라고 했단다.
 기러기가 철새이듯이 떠들어와 사는 사람들한테 행운이 많은 곳이며, 재산을 모았으면 뜨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 탓으로 초상이 나면 며칠 후 또 초상이 나고 있다며 묻지도 않는 소리를 부동산 소개하는 분이 했었다.
 새벽에 눈을 뜨면 까치소리와 산새들의 지저귐이 있어 행복한 마을이다. 뒷동산 소나무 숲은 까치들의 놀이터다. 소란을 떨며 삼삼오오 떼지어 꽁지깃을 까불대며 오르내리는 모습은 평화스럽기만 하다.
 살면서 이사올 때 들은 소리는 마을에 상을 당할 때마다 기억이 나곤 했다. 꼭 맞았다고 할 수 는 없지만 까마귀가 울고 나면 초상이 났고 더러는 맞는 듯 하기도 했다.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까치는 길조요, 불길한 소식을 전하는 까마귀는 흉조라고 했다. 장독대에 장을 뜨려고 엎드려 있는데 까마귀가 "까악 까악" 기분 나쁘게 우짖는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나란히 두 마리가 날개짓을 하며 높이 떠 비행을 하고 있었다.
 까맣게 잊고 지내던 옛이야기가 생각이 났으며, 며칠째 뒷동산에 까치들이 잠이라도 들었는지 조용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상하리만치 불길한 예감은 맞아떨어지곤 한다. 이틀을 두고 들어야 했던 까마귀 소리는. 마을에 비보를 알리는 소리였다.
 통장의 방송소리가 새벽잠을 깨웠다. "알려 드립니다. 000 모친께서 간밤에 작고 하셨음을 알립니다."?윗집 아주머니께서 돌아 가셨다고......
 청춘에 홀로 되어 삼남매 뒷바라지로 손톱 길날 없으셨던 분이다. 돌아가시기 며칠 전까지 재활용 분리 수거장에서 일하시던 분인데 갑자기 돌아가셨단다. 마을 사람들은 방송을 듣고 길거리로 나와 웅성웅성댄다.
 초상집으로 울먹이며 달려오는 이도 있고, 평생을 고생만 했다며 혀 차는 소리들을 한다. 하늘 높이 까마귀 소리는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 어떻게 사람의 죽음을 저토록 기막히게 집어낼까.
 오래도록 병석에 누워있는 분이 순서대로 가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까마귀 소리보다는 길조인 까치 소리 요란한 마을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빌면서. / 수필가 이 진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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