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개봉된 텔리비전 미니시리즈 ‘미녀삼총사’(원제 ‘찰리의 천사들’)의 영화버전은 ‘참을 수 없는 영화의 가벼움’으로 일찌감치 관객들을 압도해 버렸었다. 유명한 뮤직 비디오 감독이었던 McG의 노선은 명약관화했다. 늘씬한 각선미와 아찔한 바디라인의 스타급 여배우들을 앞세워 적당한 액션과 온갖 자극적인 시청각적 요소들로 관객들의 무장해제를 받아낼 것.
 그리고 이는 주효했다. 서로 다른 빛깔로 매력을 발산하는 카메론 디아즈, 베리 드류모어, 루시 류의 환상의 3인조가 쉴 새 없이 구르고 날고 발길질을 하는데 얼이 빠지지 않을 도리가 없었고, 그녀들이 보여주는 뇌쇄적인 포즈와 미소세례에 끝까지 저항할 관객들도 그리 많지 않았던 것이다.
 3년만에 만들어진 속편 ‘미녀삼총사:맥시멈 스피드’는 전편의 성공에 고무된 ‘자뻑’ 증세를 역력히 드러낸다. 엄숙주의를 한 주먹에 날려버렸던 가벼움은 더욱 강화된 속도감으로 인해 거의 현기증을 일으킬 정도다. 자동차 경주는 물론 모터 크로스, 서핑에 스카이다이빙까지 아찔한 익스트림 스포츠를 섭렵하는 3인조는 더욱 강하고 거칠어졌다. 좀 더 시늉에 가까웠던 3년전 액션과는 달리 그녀들의 액션은 제법 가공할 파괴력마저 과시하는 듯하다.
 또한 당연하게도, 그녀들은 더욱 섹시해졌다. 70, 80년대 안방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던 파라 포셋, 케이트 잭슨, 재클린 스미스마저 어리벙벙해질 정도로 농염하게 관능미를 과시했던 세 여배우들은, 자신들의 육체가 발산하는 거부할 수 없는 매혹이 얼마나 강력한 무기가 되는지 얄미울 정도로 잘 알고 있으니까. 게다가 이번엔 그녀들의 섹시미에 도전한 데미 무어 덕분에 더욱 아찔한 관능미가 넘쳐난다. 열 살 어린 카메론 디아즈와의 해변가 몸매대결을 위해 무려 40만불을 투자했다더니 과연 돈 들인 표가 나기는 했다. 하지만 그보다 요즘 한창 잘 나간다는 후배 톱스타 셋과 맞짱뜨는 그녀의 카리스마 만큼은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었다.
 ‘미녀삼총사:맥시멈 스피드’는 너무도 많은 것들이 넘쳐나는 영화다. 눈깜짝할 새 지나가기는 했지만 세 여배우의 올누드까지 화끈하게 보여주고, 친숙한 선율들은 쉴 새 없이 귓전에 울린다. 이혼한 전처 제의로 깜짝 카메오로 출연한 브루스 윌리스나, ‘터미네이터’의 로버트 패트릭, ‘프렌즈’의 매트 르블랑 등 관객에게 친숙한 이들의 등장도 즐겁고, ‘사운드 오브 뮤직’‘CSI’‘사랑은 비를 타고’등을 호출하는 패러디 또한 앙증맞다. 거기다 ‘미녀 삼총사’의 원조 천사, 재클린 스미스마저 불러내 ‘천사로 사는 것’에 대해 한 마디 던지게 한 농담은 제법 울림이 있기도 했다.
 물론 그렇다고 ‘미녀삼총사: 맥시멈 스피드’를 똘똘한 블록버스터라고 평가할 관객도 없을 것이며, ‘요란스럽고 시끄럽기만 한 깡통같은 영화’라는 혹평을 요령있게 피해갈 재간도 마땅치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가 묘한 건, 그런 혹평쯤 개의치 않는다는 듯 밀고 나가는 뻔뻔함이 결코 미워보이지만은 않는다는 점이다. 과유불급을 탓하며 산만한 스토리와 가볍게 소모되는 캐릭터들을 짚어나가고 싶은 이나, 아무리 영화지만 액션의 뻥이 과했다고 투덜거리는 이들일지라도 2시간동안 밀어부치는 다이내믹한 에너지와 뻔뻔한 자기과시에 두 손을 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하긴 옷을 훌러덩 벗어던지면서도 그처럼 자신만만하게 즐거워하는 배우들이라니, 더 이상 관음주의적 시선이니 상업적 전략이니 따지고 드는 것도 헛짓이 되고 말 뿐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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