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 때,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끝날 때면 학교에서 가까운 영화관에 가서 단체로 영화관람을 했다.
 액션 등 흥미 위주의 지금의 영화와는 달리 주로 명작소설의 내용이나 종교적인 영화를 많이 관람했는데 지금도 생각나는 영화는 에델바이스, 닥터 지바고, 쿠오바디스, 삼손과 데릴라, 초원의 빛 등이다.
 그 중 「초원의 빛」은 30여 년이 지나도록 마음을 찐하게 한다. 같은 학교에 다니던 남학생(버드)과 여학생(윌마)이 사랑을 한다.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애인을 보며 소유욕이 강한 여주인공 윌마는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자살시도까지 하고 끝내는 정신병원에 입원을 한다.
 버드는 대학에 가지만 윌마에 대한 죄책감으로 인생을 포기하다시피 하고 카페의 여자를 만나 긴 방황 생활을 하는데 퇴원한 윌마는 진실하고 마음이 따뜻한 남자를 만나 결혼하여 전원생활을 한다. 얼마간의 세월이 지난 후 이 소식을 전해들은 버드는 윌마를 찾아가지만 윌마는 만삭의 몸으로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 때 사랑하는 여인의 행복을 빌어주는 버드(워렌 비티), 그리고 진정으로 사랑했던 님을 보내며 윌마(나탈리 우드)가 마음속으로 읊던 시.
 여기 적힌 먹빛이 희미해질수록
 당신의 사랑하는 마음 희미해진다면
 이 먹빛이 마름 하는 날
 나는 당신을 잊을 수 있겠습니다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다시는 그것이 안 돌려진다 해도 서러워 말지어다
 차라리 그 속 깊이 간직한 오묘한 힘을 찾으소서
 초원의 빛이여!
 빛 날 때
 그대 영광 빛을 얻으소서
 
 W. 워즈워드의 시,「초원의 빛」이다. 영화제목과 시의 제목이 똑같은 이 영화는 아름다운 초원에 서정시가 서
 서히 클로즈업되면서 막이 내린다. 비록 마음속엔 고독한 사랑이 자리하고 있지만 진실한 삶의 뿌리를 내리며 살아가는 주인공의 성숙된 사랑이 초원에 스치는 바람의 모습으로 남아있다.
 스펨 메일, 채팅 등 인터넷시대의 사회악에 노출되어 삶을 단순하게 생각하고 때로 생명까지도 쉽게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오래된 영화이지만 소개해 주고 싶은 명화이다. 때로 고독할 줄 아는 사람이 아름답다. / 시인 홍 순 자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