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정에서 청주로 오다보면 운보의 집 앞까지 해바라기 여린 모가 심겨져 있다. 아마도 내수 읍에서 꽃길 가꾸기 사업으로 심어 놓은 듯 하다. 심은 지 얼마 안되었는지 모두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 모종한 여린 모를 보니 옛 생각이 새록새록 피어난다.
 초등학교 시절, 교실 뒤편에 학습장이 있었다. 해마다 채송화, 봉숭아, 코스모스 등의 꽃씨를 뿌려 모 판에 가꾼다. 어지간히 크면 교실 앞 화단에 꽃모종을 한다. 그 중 코스모스는 학교에서부터 신작로까지 꽃길을 만들었다.
 호미로 자갈을 득득 긁고 꽃 모를 심어 놓으면 웃자란 여린 모는 왜 그리도 고개를 숙이던지. 검정 고무신에 물을 떠서 왔다
 갔다 주다보면 얼굴은 햇볕에 익어 빨갛게 달아오르고 발은 부르트기도 했었다.
 그래도 힘든 것을 몰랐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마음은 즐겁기만 하고 가을에 볼 꽃길만 생각났다. 정성을 알기라도 하듯 코스모스는 무럭무럭 자라 주었다.
 한번씩 눈맞춤을 할 때마다 키도 한 뼘 기쁨도 한 뼘씩 자랐다. 요즈음 아이들은 꽃을 심고 가꾸는 정서를 모른다. 그 아이들의 마음속엔 철마다 무슨 꽃들이 피어날까?
 눈을 감으니 가을의 전령사처럼 느껴지던 코스모스 길이 눈앞에 펼쳐진다. 한 두 송이씩 따서 머리에 달고 사진을 찍어도 넉넉하기만 하던 꽃무더기였다.
 하지만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려도 어인 일인지 코스모스보다는 망초대가 더 무성하다.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꽃을 피는 시기도 일정치 않다.
 흔하기는 해도 긴 목을 하늘거리며 나풀거리는 모습은 갸련한 여인 같아 더 정겹던 코스모스다. 그러나 이제 군락을 찾아다니며 보아야 한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길가의 꽃길도 그 지역의 특색에 맞게 심고 가꾸는 것도 바람직한 현상이리라.
 다행히 해바라기는 초가을에 피고 열매가 있어 오래도록 볼 수 있다. 노란색이라 황금 꽃이라고도 불린다. 모양이 해를 닮고 해를 보는 것처럼 보여 해바라기라 부른다.
 요즈음 잦은 비에 고개 숙였던 해바라기는 물기를 듬뿍 먹고 기운을 차렸으리라. 어서 튼튼히 뿌리를 내리고 싱싱하게 자라 꽃을 피웠으면 하는 바램이다.
 초정 약수터를 거쳐서 약수도 한 모금 마시며 쉬엄쉬엄 넘나들 해바라기 꽃길을 기대해 본다. / 이 나 림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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