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속담에 ''등에 업은 아이에게도 물어본다''라는 말이 있다. 경우에 따라선 아이가 어른의 스승이 될 수도 있다. 그 천진난만한 모습에서 오염으로 점철된 성인의 가식을 벗겨낼 수 있는 길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생 텍쥐베리는 그의 분신격인 ''어린왕자''를 통해 인간세계의 우매함을 꼬집어 낸다. 여러 행성을 여행하다 지구에 도착한 어린왕자는 여러 우화를 통해 인간의 자아를 찾아낸다. 그 자아는 멀리있는게 아니라 바로 지척에 있다.
 화엄경의 끝부분은 선재동자의 순례이야기다. 순례를 통해 마음의 눈(心眼)을 뜨게 한다. 욕심을 닦아내면 곧 선(禪)의 길에 이른다. 눈을 가리고 먹이를 찾을게 아니라 그 가리개를 풀면 세상만물이 저절로 보이는 법이다.
 동자문답(童子問答)에 나오는 이야기다. 공자가 길을 지나는데 아이가 성(城)놀이를 하고 있었다. 공자가 성을 치우라고 하자 아이는 ''성을 부수고 지나가는 마차가 어디 있느냐, 마차는 성을 돌아가야 한다''고 태연히 대답했다.
 절집에 가보면 법당 구석에 놓인 불교동자상(佛敎童子像)을 이따끔 발견하게 된다. 중앙에 배치된 주존불처럼 위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아래에 있는 나한처럼 가지런한 모습으로 눈길을 끄는 것도 아니다.
 세인은 물론 불자에게조차 큰 관심을 못 끄는 동자상이지만 이로하여금 법당은 화기애애하고 천진난만한 불국정토와 피안의 세계를 은근히 연출한다.
 동자상은 말 그대로 티없이 맑은 아이의 모습을 깎아 만든 것이다. 호랑이나 사자를 들고 있는 동자상도 있고 문방사우를 지물로 들고 있는 동자상도 있다. 이승의 선행 악행을 명부전으로 모두 기록하는 동자상이다. 더러는 가지나 오이 등 소채류를 들고 있는 것도 있는데 이는 토속신앙과 결합되어 다산을 기원하는 일종의 기자(祈子)신앙이다.
 낮은 코에다 연봉(蓮峰)을 들고 있는 청주대의 동자상은 한국적인 체취를 물씬 풍긴다. 호암미술관의 동자상은 사자 두 마리가 꼬리를 연이어 무는 해학적인 모습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석류동자, 천도동자상도 조형수법이 우수하다.
 동자상은 보살상처럼 성(性)의 구별이 없다. 어떤 동자상은 여성처럼 예쁜 얼굴에다 두개의 갈래머리 쌍투를 틀고 있지만 그것은 조형상의 문제이지 남녀를 구별하기 위함이 아니다.
 동자상은 이처럼 세인의 눈길을 끌지 못했고 미술사에서도 다소간 소외된 분야다. 그런 동자상이 국립청주박물관에서 여는 불교동자상 전시를 계기로 하여 새로운 조형미술로 되살아 나고 있다. 이번전시에서는 중앙박물관, 호암미술관, 옥랑문화재단, 청주대박물관 등 전국에 산재한 동자상 3백점이 집합하여 각기 그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 불교계 일각에서는 ''어버이 은혜동자'' 어린이 세상동자'' ''인라인 스케이트동자'' ''헬스 동자''등 동자 캐릭터를 개발하였다. 동자상 앞에 서면 왠지 알몸이 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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