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거시기’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영화 ‘황산벌’을 보면 백제 의자왕이 계백장군에게 이런 명령을 내린다. ‘계백아 네가 거시기해야 겠다’. 여기서의 거시기는 신라를 공격하는데 계백장군 당신이 총대를 메라는 뜻이다.
 거시기, 참 묘한 단어다. 자주 쓰는 말이지만 막상 본래 뜻을 얘기하려면 정답이 입안에서 뱅뱅 돌게 된다. 말 그대로 거시기한 단어다.
 따라서 국어학자들은 이 말에 대해 “확실한 뜻을 갖지 못하면서, 서로의 뜻을 가장 정확히 주고 받을 수 있는 말”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 마디로 건너뛰기식 어슴프레한 단어이면서, 왠만한 상황에도 두루 통하는 말이다.
 이를 풀려면 우리말 대명사 ‘~하는 것’의 ‘것’을 예습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사전은 ‘것’에 대해 “사물, 현상, 어떤 존재 등을 이름대신 부르는 말”이라고 적고 있다.
 이른바 포괄성을 지닌 언어다. 이번에는 거시기의 사전적인 의미를 살펴보겠다. 국어사전은 거시기에 대해 “이름이 얼른 생각나지 않거나 바로 말하기가 곤란할 때 쓰는 말”이라고 적고 있다.
 두 말이 거의 흡사한 뜻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로 거시기는 우리말 대명사 ‘것’에 어미 ‘이’가 붙은 경우다. 학자들은 ‘것이’가 ‘거시이’를 거쳐 오늘날의 ‘거시가’가 된 것을 보고 있다.
 공간적인 표현을 하면 ‘이것’, ‘저것’이 아닌 ‘그것’적인 말이다. 영어로는 ‘This’나 ‘That’이 아닌 ‘It’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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