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초초하고 불안할 때 ‘안절부절’이라는 표현을 쓴다. 가령 “가족들은 수술 결과를 기다리며 안절부절했다” 정도가 된다. 안절부절, 어디서 왔을까. 네글자로 되어 있는 것이 언뜻보면 고사성어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이 표현은 꺼꾸로 거슬러 올라가면 한자에 선이 닿아 있다.
 국보 303호로 조선시대 출납 기록인 승정원 일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안주부득’(安住不得)이라는 표현이 자주 나온다. 직역하면 ‘불안하여 편안하게 앉아 있을 수가 없다’는 뜻이다. 학자들은 이것이 오늘 문제의 정답이라고 말하고 있다. ‘안주부득’이 성밖을 나와 대중어로 정착되는 과정에서 안절부절로 바뀌었다.
 이처럼 두 글자는 물론 네글자로 된 우리말에도 한자에서 온 표현이 적지 않게 남아 있다. 대표적인 예로 흐지부지, 호락호락 등을 들 수 있다. 흐지부지는 한자 ‘휘지비지’(諱之秘之) 자가 어원으로 ‘끝이 분명하지 않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반면 호락호락은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한자 ‘소홀히 할 홀’(忽) 자와 ‘약을 약’(弱) 자가 두번 반복되고 있다. 원래는 홀약홀약이었으나 빠르게 발음되면서 호락호락이 됐다. 의역하면 성격이 만만하여 다루기 쉽다는 뜻이 된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안절부절은 표현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못하다’ 자를 붙여 ‘안절부절 못하다’라는 표현을 습관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또 다른 예를 들면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안절부절못하는 표정이었다” 정도가 된다. 그러나 안절부절에는 이미 ‘못하다’의 뜻이 들어 있다. 이른바 역전앞, 모래사장과 같은 경우다. 따라서 ‘안절부절 못하는 표정을 지었다’는 ‘안절부절하는 표정을 지었다’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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