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리히 법칙

[기자수첩] 신동빈 사회경제부 차장

2022-04-11     신동빈 기자

1:29:300이라는 숫자로 우리에게 익숙한 하인리히 법칙은 사소한 문제를 그냥 둘 경우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밝혀낸 이론이다.

제천화재참사 당시에도 이 법칙은 유의미했다. 건물 불법증축과 비상구 폐쇄 등이 인명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됐다. 사소한 문제를 외면한 대가는 끔찍하고 참혹했다.

제천화재참사 판박이 사고로 불리는 청주 민병열산부인과 화재 역시 하인리히 법칙을 피해가지 못한 듯 하다.

신관 건물 증축 후부터 시작된 누수현상은 수년째 방치됐다. 결국 건물 곳곳이 젖어갔고, 겨울이면 동파문제가 불거졌다. 하지만 병원은 근본적인 문제해결보다는 땜질식 처방만 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결국 동파를 막기 위해 감아놓은 열선에서 불이 시작됐다.

이 병원 직원들은 화재 직후 '터질게 터졌다'는 말을 했다. 애초에 제대로 된 진단을 해서 누수를 잡았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지 않았겠냐는 자조 섞인 반응이다.

아찔한 화재사고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신관 화재 일주일이 채 지나기도 전에 구관 건물서 또 불이 났다. 다행히 큰 피해 없이 화재는 진화됐다.

주변에서는 화재수습보다는 병원 재개관에만 몰두한 대응이 두 번째 화재를 야기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화재가 난 3월 29일 당일, 병원에서는 3일 후부터 일부 영업이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1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경우 그 전에 같은 문제로 경상자가 29명 생기고, 같은 문제로 다칠 뻔한 사람은 300명 존재한다'

신동빈 사회경제부 차장 

민병열산부인과에서 발생한 두번의 화재에서는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수십명의 경상자는 있었다. 불현듯 이번 사고가 1:29:300의 29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화재가 하인리히 법칙의 완성이 아닌 진행이라면, 지금이라도 사소한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이를 외면한 대가는 끔찍하고 참혹하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