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로비 공화국인가.

지난해에 옷 로비 사건이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더니 그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백두사업 로비의혹과 고속철도로비 사건이 연이어 불거지면서 정·관계에 회오리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같은 사건들은 다소 시차를 달리하고 있다해도 결국 임시 봉합된 상처가 곪아 터지며「밀실 증후군」이라는 합병증을 유발했다는데 공통점을 갖고 있다.

매사가 국민의 공감대를 얻는 투명한 결정이라면 로비스트가 끼어들 여지가 없는 법이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문화는 불행히도 밀실의 미로를 오랫동안 헤매여온 탓에 로비스트가 발붙일 발판을 제공해준 것이나 다름없다.

개인의 밀실은 보장돼야 하고 정치의 밀실은 개방되어야 하는데 오늘날의 사회현상은 거꾸로 치닫는 것 같다.

몰래 카메라나 도청장비등 정보화에 편승한 첨단장비가 개인의 밀실을 거울들여다보듯 훔쳐보고 있는데 반해 국책사업을 결정하는 곳은 국민의 광장이 되어야 함에도 보안 등의 이유로 굳게 닫혀있기 다반사다.

로비스트는 그러한 밀실의 틈새를 헤집고 넘나들며 국책사업을 황당한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으니 그 후유증에 대한 몫은 죄없는 국민차지다.

국민의 혈세를 올바르게 집행하여 부국강병을 도모하는 것이 정치지도자들의 도리이거늘 일부 당국자들은 이를 외면하고 미모의 여인 로비스트와 사련(私戀)을 불태우거나 향응을 받았다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으니 국민적 배신감을 어떻게 추스릴 것인가 실로 난감하다.

점수가 더 낮은 기종·장비가 막판 뒤집기를 하고 고가의 장비가 선정되는 이유를 국민들은 이해할 수 없다.

모의원이 공개했듯 프랑스 알스톰사의 TGV는 기술점수면에서 독일 지멘스사의 ICE보다 훨씬 낮은 점수였는데 영업점수면에서 역전을 시키고 고속철도 사업을 따낸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는 로비스트 최만석씨와 이미 구속된 호기춘씨의 로비가 작용하면서 정·관계를 움직였다는 의혹이 짙다.

알스톰사에서 받은 로비자금만 해도 1백억원대라니 그 돈의 행방이 어디로 간 것인가.

여기에다 충북으로서 낮 부끄러운 것은 로비에 연루된 핵심인물 2명이 충북출신이라는 점이다.

이양호 전국방장관은 청주출신이고 최만석씨는 영동출신이다.

충절의 고장에서 엉뚱한 인물은 배출하였으니 인다호걸(人多豪傑)이라는 충북의 이미지를 상당부분 손상시켰다.

검찰은 이번 로비사건에 대해 한점 의혹없이 자초지종을 밝혀야 할 것이다.

고속철도 로비의혹에 대해선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백두사업로비의혹에 대해선 슬며시 손을 떼는 표정이다.

이미 백두사업 로비의혹에 대해 수사를 벌인바 있으므로 재수사를 하여 번복이 된다면 검찰의 위상이 손상될 것이고 당초 수사와 같은 결과가 나온다 해도 국민이 믿으려 들지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인듯 싶다.

아무튼 이번 로비사건을 계기로 앞으로는 로비스트가 발을 붙일 수 없도록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밀실 정치를 청산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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