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과 이를 인쇄한 「청주 흥덕사지」는 누가 뭐래도 청주의 간판 문화재요 대표적 문화상품이다.

청주시 운천동 흥덕사지에 있는 고인쇄 박물관이 몇 년동안 증축공사를 마치고 새단장을 하여 명소로서 면모를 일신했지만 단순한 증축 행위만 가지고 할 일을 다했다고 보아서는 안된다.

고인쇄 박물관의 증축이 「직지」인프라의 확장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외형적 건축행위에 자족할 일은 아니다.

앞으로 이 시설을 어떻게 활용하고 전시 품목은 어떻게 확충하며 또 문화교육의 지향점은 어디에 있나를 다각도로 심사숙고해 볼 일이다. 아울러 이번 기회를 통해 흥덕사지의 복원문제도 논의해 봐야 할 것이다. 정작 사적지의 본 바탕인 흥덕사지에는 금당과 석탑 1기가 복원돼 있을 뿐 회랑지는 잔디밭으로 조성돼 있고 주초석 등 유구는 잔디밭 위에 쓸쓸히 도열해 있다.

외지에서 흥덕사지를 찾는 관광객들은 대부분 고인쇄 박물관만 들르기 예사다. 흥덕사지를 살아있는 사적지로 가꾸기 위해선 흥덕사의 옛 모습을 재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지금까지 직지와 흥덕사지에 대한 인프라 구축은 잘 된 부분과 미진한 부분이 함께 있다. 직지에 대한 번역 작업이라든지 직지문화포럼, 직지 찾기 문화운동, 직지찾기 MBC 사이클대회, 직지 무용공연, 직지 오페라 공연, 국제인쇄문화축제, 문자의 거리 조성 등은 직지 인프라 구축을 위한 성공적 사업들이다.

이에 비해 직지의 문화 상품화에 대한 마인드는 아직도 턱도 없이 부족하다. 직지와 관련된 몇몇 지적재산권은 이미 특허를 따낸 터이지만 실용화단계는 아니다. 손수건이나 액세서리 등 직지를 응용한 일부 품목이 등장하고 있으나 괄목할 만은 수준은 아니다.

어째서 엄청난 문화자산을 갖고 있으면서도 이를 사장하고 있는 것일까.

「직지 쌀」이나 「직지 담배」「직지 맥주」같은 대형 상품은 만들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다.

중국 북경의 유리창은 골동품 가게, 고서점이 늘어서 있는 국제적인 명소다. 흥덕사지 일대에 직지와 흥덕사지를 소재로 한 업소가 일부 생겨나고는 있지만 관광자원으로서 경쟁력을 갖추지는 못했다.

세계인쇄문화의 메카라고 하면서도 청주의 인쇄출판문화 사정은 타도시에 비해 열악하기 그지없다. 인쇄문화의 어제와 오늘과 내일을 잇는 문화의 벨트 구축을 구상해 볼 일이다.

북문로 일대에는 중고 책방이라 불리우는 고서점이 여럿이었는데 이도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현대 서점도 극심한 운영난으로 잇따라 문을 닫는 판인데 항차 고서점은 더욱 말할 나위없다.

청주엘 가면 고서를 구입하고 훌륭한 출판물을 제작할 수 있다는 말이 전국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직지 이미지의 이점을 최대한 살려 나갔으면 한다.

1회적 행사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항구적인 직지 문화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다. 그렇게 해야만 전통문화가 계승, 발전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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