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의 비극인 6.25전쟁이 올해로 50주년을 맞았다. 한반도는 현존하는 지구촌 유일의 분단국가로 전쟁의 위험이 가시지 않은 냉전의 격전지이지만 반세기를 맞는 올 6.25만큼은 여느때와는 사뭇 다르다.

북한의 만행을 규탄하는 목소리나 휴전선의 팽팽한 긴장감 대신 화해와 협력의 기운이 넘쳐 나고 있다. 핵개발을 둘러싼 첨예한 신경전이나 서해 무력충돌사건이 바로 엊그제인데 그같은 분위기를 어디에서도 감지하기 어렵다.

예년 같으면 50주년을 기념하는 대대적인 행사가 열릴 법하지만 오히려 시가행진이나 당시 전투재연등이 취소되고 반공보다는 민족의 화해,협력,평화의 정신을 다짐하는 성격으로 치러질 예정으로 있다.
또 50년동안 主敵(주적)이었던 북한군에 대한 개념 재정립논란이 빚어지고 국민들은 「김정일 쇼크」를 겪고 있다. 지난 1950∼70년대 멸공,반공,80년대 안보,90년대 통일등으로 바뀌어온 교육을 받아온 세대별 시각차도 그렇지만 전쟁경험 세대와 전후세대의 시각차도 엄청나다.

한 집안에서도 전쟁중에 남편을 잃은 할머니는 여전히 빨갱이는 무조건 때려 잡아야 할 대상이지만 대학생손자는 주변 강대국들에 의해 저질러진 분단의 역사가 하루빨리 끝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북한을 동포로 보는 개혁·진보단체와 이들을 적으로 규정하는 반공단체의 상반된 시각이 사회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전세계에 놀라움과 희망을 던져주고 우리민족에게 평화통일과 민족화합의 가능성을 가져다준 남북정상의 평양상봉에서 비롯된 변화다. 그러나 6.25가 민족 최대의 비극이고 그 상흔이 아직도 우리사회 곳곳에 배어 있다.

수많은 이산가족이 재회의 순간을 손꼽아 기다리고 부모,형제,자식을 잃은 아픔도 생생하다. 주지하다시피 남북한은 한핏줄임이 분명하지만 지난 50여년동안 다른 이념과 정치체제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상반된 북한관의 혼재는 당분간 불가피하다.

정부도 한편으로는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이산가족 상봉문제를 논의하고 있지만 국방장관은 국회 답변을 통해 현시점에서 북한에 대한 主敵(주적)개념 변경이 부적절하다고 피력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화해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사실이지만 군사적으로 북한이 여전히 현존하는 위협이며 북한이 대남군사전략을 수정하는 명백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는 현시점에서 주적개념의 변경여부를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을 적대적 대상에서 화해와 협력의 대상으로 보면서 그들의 참모습을 확인하고 통일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내는 것이 국가적 과제 임은 분명하다.

허나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세기적 잔치에 가려 50여년전 국가와 부모형제들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쳤고 지금 이순간도 전쟁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이름없는 용사들이 잊혀져서는 안된다.

다시는 이땅에 동족간의 전쟁이 재연되지 않기 위해서도 그날의 아픈 역사를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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