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서울 올림픽에 참가조차 안했던 북한이 오늘 개막하는 시드니 올림픽에선 남한과 손에 손잡고 동시 입장을 한다. 남북한 선수단 1백80명은흰색바탕에 하늘색의 한반도기를 들고 시드니 올림픽 개막식 스타디움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선수단복도 단일 유니폼으로 통일하였다. 가슴에 다는 마크도 한반도 마크다. 겉으로 보면 분단국가로 여길 사람이 별로 없다. 남한선수와 북한선수가 한반도기를 맞잡고, 남북한이 한데 어우러져 입장하는장면은 아무래도 역사적이다.

시드니 올림픽은 환경 올림픽을 지향한다. 환경이란 무엇인가.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은 서로 다툼없이 오묘한 조화속에서 유기체의 질서를 유지하고 화합을 도모한다.
지난 20세기를 뒤돌아보면 자연환경과 인간환경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그 변화의 방향이 긍정적이 아니라 대부분 부정적 방향에서 진행돼 왔다는데 안타까움이 크다.

환경재앙으로 지구는 멍들고 시기와 질투속에 인류사회는 정글의 법칙속을숨가삐 달려왔다. 그 결과 지구는 신음하고 인류의 갈등은 증폭되고 민족의 동질성마저도 이념앞에 조각이 났다.
시드니 올림픽은 그러한 인류의 업보를 추스리는 환경 올림픽이다. 이런시점에서 남북한이 「핸드 인 핸드」를 추구한 것은 인류환경의 복원이라는올림픽 정신에도 매우 부합되는 일이다.

우리는 5년 연속 10위권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동안 선수들이흘린 비지땀을 생각하면 그 꿈이 무난히 이뤄질 것으로 본다. 그러나 남북한이 동시 입장한 사실 자체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10위권 진입보다도 더 값진 수확을 예약해 놓은 것이다. 개막식도 치르기전 올림픽 화합 금메달을 벌써 따놓았기 때문이다.

올림픽의 기본정신은 인류화합이다. 경기를 통한 다툼이 아니라 화합에 진정한 의미를 두고 있다. 동과 서가, 남과 북이 한자리에서 경기를 벌이며 대화를 하고 친선을 다지는게 올림픽이다.
지구라는 대륙은 날줄과 씨줄을 중심으로 동서양이 구획되고 남반구와 북반구가 나누어진다. 지구촌 60억 인구의 눈과 귀는 날짜 변경선을 넘고적도(赤道)를 넘어 저 태평양의 남쪽에 있는 시드니로 향하고 있다.

그 많은 이목이 자유롭게 지구촌의 남북을 넘나들고 있는데 한반도를 가로지른 휴전선엔 20세기 유물인양 녹슨 철마(鐵馬)가 문턱을 가로막고 있다. 머지않아 그곳에도 평화의 공원이 들어서리라는 짐작을 우리는 시드니 올림픽을 통해 가늠해 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통일의 고지를 향해 함께 뛰고 있다. 6·15남북공동선언을 신호탄으로 통일 마라톤을 뛰고 있는 것이다. 이 또한 경쟁의 마라톤이 아니라 2인3각 경기처럼 화합의 마라톤이요 우정의 마라톤임을 알아야 한다.

그리하여 다음 올림픽에선 동시입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단일 팀을 구성하는 일이 우리에게 주어진 명제다. 시드니 올림픽이 통일 올림픽으로승화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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