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22일부터 한달간 열린 2000청주인쇄출판박람회가 엊그제 폐막되었다. 「문자문화의 지난 천년, 새 천년」이란 주제아래 열린 이번 인쇄출판박람회는 문화도시 청주와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을 세계에 알리고 미래의 출판문화사업을 가늠해보았다는 점에서 자못 의의가 컸다.

이번 박람회의 가장 큰 수확은 청주의 대표적 문화유산인 「직지」의 상품화에 청신호를 보여주었고 인쇄출판 문화도시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일단 제시했다는 점이다.
문화의 세기를 맞아 문화전쟁의 파고를 넘는 길은 자기고장의 문화 잠재력 개발과 더불어 전통 문화유산을 소재로한 문화의 부가가치 창출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주가 인쇄출판박람회를 통해서 선보인 갖가지 이벤트와 고인쇄문화의 모든 것들은 그러한 시대적 요청에 부합되는 사항들로 문화세기를 개척하는 모범답안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청주지역 사상 처음 세종문화회관의 문을 두드린 직지 오페라를 서두로 막이 오른 인쇄출판박람회는 동서고금의 인쇄출판문화가 한 자리서 만나 대화를 하는, 시공을 초월한 문화축제였다.

또 축제의 개념정립을 위해 동서 학자가 만나는 국제인쇄출판 세미나도 두차례나 열었다. 국내의 석학은 물론 구텐베르그 박물관장도 참석했고 중국 일본학자도 참석하여 고인쇄문화의 발달과정과 교류를 검증했다.
벤츠 구텐베르그 박물관장은 이 자리에서 『중세의 실크로드를 통해 구텐베르그의 활자가 직지의 영향을 간접적으로 받았을지도 모른다』고 언급했다.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우리의 슬기와 문화가 일찌기 실크로드를 통해 유라시아를 횡단했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무릇 흉없는 잔치는 없고 티없는 옥은 옥이 아니다. 그러나 부분적으로흉이 있고 티가 있다고 해서 전체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봐서는 안될 일이다.

이번 박람회에는 예상목표 관람객 45만명을 넘어섰다. 물론 학생등 단체 관람객이 절반이상을 차지했지만 말이다. 외국인도 5천명이나 찾아와 그런대로 체면 유지는 했다.
설문조사에서도 10명중 7명이 유익하다고 대답했으며 92.5%가 지속적 추진을 바랐다. 다만 입장료에 대한 불만족등이 절반을 넘어 개선해야될 대목으로 지적됐다.

또하나의 개선점은 디스플레이에 있다. 이번 박람회의 디스플레이를 보면작년의 공예비엔날레와 매우 비슷하다는 점이다. 물론 행사장및 시설의 한계성에 기인한 것이겠지만 인쇄출판박람회와 공예비엔날레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따라서 똑같은 위치에다 똑같은 전시장을 꾸미고 엇비슷한 동선처리를 하는 것은 아무래도 전문성의 부족으로 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전체적인 면에서는 일단 합격점을 받은 성공적 축제였다고 본다.첫 단추는 일단 꿰어진 셈이다. 앞으로의 과제는 박람회의 연속적인 추진에 있다. 자생력을 더욱 키워 명실상부한 인쇄출판도시를 지향하는데 힘을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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