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이건 간에 다사다난하지 않은 적이 없다지만 올해는 참 보기 드물 만큼 번잡스런 일이 많다.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중요한 선거가 두 개나 있고, 전세계인들의 눈과 귀, 발을 불러모을 월드컵, 아시안 게임도 번듯하게 치러내야 한다. 그처럼 굵직굵직한 행사들을 올 한해에 다 몰아서 해치워야 하니 너나 할 것 없이 정신 똑바로 차리고 단단히 긴장하지 않으면 안될 일이다.
 그런데다 지역의 사정을 돌아보면 명쾌한 해결을 고대하며 해를 넘긴 현안들이 수북하다. 지역발전과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약속하면서 구상되고 입안된 거창한 계획들, 틀은 어느 정도 갖추었는데 내용물이 채워지지 않고 있는 또 다른 계획들이 마치 가뭄에 파놓은 관정들 처럼 말끔한 마무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우선 충북도만 하더라도 중부권 내륙화물기지 조성사업을 비롯해 경부 고속철도 오송역 건설 및 호남고속철도 오송분기역 유치, 오송 생명과학단지 착공 및 바이오 엑스포 개최 등 충북도의 장기 발전전략에 입각해 추진중인 사업들이 있다. 여기에 해를 넘기면서 지지부진 끌어오는 태권도공원 유치문제도 있고 지역간 균형발전 모색을 위한 수도권 규제완화 저지 또한 지역의 생존이 달린 사안이다.
 그 뿐인가. 청주국제공항의 활성화 문제나 잠복한 현안인 밀레니엄 타운 조성 사업도 간단치 않다. 지역별로 보아도 당장 몇 년을 끌어오는 청주·청원 통합문제나 영동의 화학물질처리 시설 등도 알렉산더대왕의 지혜를 필요로 하는 사업들이다. 이러한 사업들은 지역경제 회생과 장기적 발전전략에 있어 중요한 도약의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는 점에서 차질없는 추진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중대한 행사와 일정을 소화하는 와중에 혹여 이러한 현안 해결의 속도가 느려지거나 정책방향이 혼선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도민역량을 총결집시켜 현안해결에 매진해야 할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런저런 행사 추진에 역량을 분산시키게 되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이루어질 자치단체장 및 공직사회의 대대적인 변동이 그간 지속돼왔던 현안 해결노력들을 일정 부분 단절시킴으로써 적지않은 행정력 소모와 함께 지역주민간 불화를 야기할 가능성도 부인할 수 없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라는 정치적 일정을 거치면서 아예 현안해결의 의지가 실종되거나 정치적 이해 관계에 따라 흔들리는 경우라 할 것이다. 공직사회가 중심을 잃고 정치적 기류에 휘말리면서 사실상 행정공백을 야기하기도 했던 그간의 경험은 이러한 우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올해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공무원들에게 특별한 경계심과 치열한 긴장감을 요구하는 것은 바로 그같은 우려에 따른 것이다. 중요한 국가행사를 차질없이 치르고 정치일정을 원활하게 마감하는데 최대한 헌신하는 것은 물론 지역개발과 주민 삶의 질 향상이라는 본연의 목표 수행에 한점 흔들림없는 태도를 보여줄 것을 도민들은 바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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