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김현진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권덕철 차관이 1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커뮤니티케어 추진단 현판 제막식을 갖고 있다. 2018.03.12. / 뉴시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권덕철 차관이 1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커뮤니티케어 추진단 현판 제막식을 갖고 있다. 2018.03.12. / 뉴시스

지난 6일, 정부가 한국형 '커뮤니티케어'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커뮤니티케어란 지역사회의 힘으로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자신이 살던 곳에서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커뮤니티 케어의 주요 돌봄 수요층은 노인이나 장애인을 말한다. 2016년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17%를 차지하는 876만 명이었으며 2026년에는 22.9%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한 준비로 정부는 커뮤니티 케어에 대한 종합적 안내를 강화하기 위해 읍면동에 커뮤니티케어 담당 인력을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내가 살던 동네를 떠나지 않고 내 집에서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가면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받는 다는 것은 삶의 질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시설보호 중심으로 돌봄이 이루어질 경우 민간 영리 부분이 증가할 수밖에 없으므로 이로 인한 서비스 접근의 차이, 수요와 공급의 격차가 생기면서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손이 덜 가는 대상자를 선별해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크리밍(creaming) 현상이 나타나고, 지역 환경에 따라 시설보호가 어려운 곳이 많아 서비스 격차가 발생한다. 이미 커뮤니티 케어의 대표적 부문인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경우도 돌봄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에 대해 서비스 연계가 이루어지지 않아 가족의 케어가 증가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돌봄이 필요한 대상자를 위해 커뮤니티 케어로의 서비스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며 한국형 커뮤니티케어의 모형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를 바란다. 다만 커뮤니티 케어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선 서비스 제공인력에 대한 지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가장 최일선에서 돌봄 대상자들을 만나는 이들의 헌신이 대상자의 서비스 만족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2008년 노인장기요양법, 2011년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 등이 제정, 시행되면서 돌봄이 필요한 가족의 수발 책임이 사회화되었지만, 이들을 지원하는 돌봄종사자는 대부분 비정규직이며, 이들의 건강에 대한 책임은 개인화 되고 있는 현실이다. 또한, 비교적 제도시행 초기인 2011년 5월에 발행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보고서에는 요양보호사의 근무환경 및 애로사항에서 가장 어려운 점으로 서비스 범위에 대한 문제와 근골격계 질환을 들고 있다. '요양보호사의 주요 애로 및 불만사항으로는 낮은 급여, 열악한 근로환경, 서비스 범위 외의 제공요구, 근골격계 질환 등이며 요양보호사의 안정적인 직업군과 요양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서 제도적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항'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와 관련 지난 7일 청주에서 의미 있는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존중하는 돌봄, 존중받는 돌봄을 위하여'를 주제로 충북사회복지협의가 주최한 이 자리에서 2011년 연구결과와 다르지 않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돌봄노동자들의 어려움에 대한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최저임금을 웃돈다지만 실상은 법정 부담금을 제하면 실수령액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임을 아무리 외쳐도 입만 아프다. 최근 정부가 돌봄 노동자의 휴게시간 엄수, 근로시간 단축 등의 제도 시행을 밝혔지만 사회복지 현장 특히나 매시간 대상자와 함께 있어야 하는 돌봄서비스 현장에서 지켜지기란 매우 어렵다. 이들이 마음 편히 식사라도 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환경을 만들어 주고, 소진을 예방하고 건강을 챙길 수 있도록 쉼과 교육을 제공하는 것은 어떨까.

어느 자치단체에서든 먼저 조례라도 제정하여 돌봄종사자가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돌봄노동자들도 돌봄이 필요한 시민이라는 것을, 그들의 권리도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을 명시해주기를 바란다. 정부가 발표한 커뮤니티 케어가 잘 정착하기 위해서 가장 선결되어야 할 것은 돌봄이 필요한 마지막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돌봄노동자들에 대한 근무환경 개선임을 강조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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