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이야기] 4. 사회적기업 (주)삶과환경 김경락 대표
기업 설립 13년, 사회적기업 인증 10년, 충북 대표 사회적기업
지역사회 관계망 구축위해 충북시민재단에 3천만원 기금 쾌척

김경락 (주)삶과환경 대표는 공공부문 정규직화와 관련, "미온적 태도를 보였던 청주시가 공공성 강화를 위한 직접고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 김용수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영리기업의 목적이 이윤 추구라면, 사회적기업은 사회서비스 제공 및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한다. 영업활동을 수행하면서 얻은 수익을 사회적 목적을 위해 재투자 하는 기업,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갖추고 있는 기업이 바로 사회적기업이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인증 사회적기업은 전국에 1천937곳이 있으며, 충북에만 84곳이 활동하고 있다. 음식물류 폐기물 수집·운반을 주력으로 하는 사회적기업 (주)삶과환경도 그 중 한 곳이다. 설립 13년째, 사회적기업 인증 10년째. 청년시기 사회적기업을 시작했던 김경락(44) 대표는 중년이 됐다. 공공부문 정규직화 논의의 한 복판에서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고 있는 김 대표를 만났다.

음식물류 폐기물 수집·운반을 주력으로 하는 (주)삶과환경 직원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운반하고 있다.<br>
음식물류 폐기물 수집·운반을 주력으로 하는 (주)삶과환경 직원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운반하고 있다.

◆쓰레기 중량 부풀리기 근절

음식물 수집운반사업을 준비할 당시만 해도 김경락 대표는 풋풋한 청년이었다. 충북실업극복협의회에서 총무 일을 하며 주민들을 만났고 자활사업단을 통해 실패 경험을 쌓은 것이 사회적기업 도전의 자양분이 됐다.

2004년 10월 청주시로부터 음식물쓰레기 수집 운반 위탁을 받은 이후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음식물류 폐기물 수집·운반 사업' 책임자로 일한지 올해로 13년째. (주)삶과환경에서 일하는 직원은 김 대표를 포함해 모두 14명이다.

김경락 대표는 제도개선을 이뤄낸 것이 (주)삶과환경이 사회적기업으로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한 대표적 성과라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재활용업체와 음식물쓰레기 수집운반 업체들이 수거량을 측정해서 돈을 받는 시스템이었어요. 업체 입장에서는 쓰레기 양을 늘려야 돈을 많이 버는 구조였죠. 구조적 모순을 바로잡기 위해 정액제 방식을 제안했고 중량 부풀리기를 원천적으로 막아낼 수 있었습니다."

청주에서 음식물쓰레기 수집운반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는 8곳 정도. (주)삶과환경을 제외한 다른 기업은 사회적기업이 아니다. 김 대표는 사회적 가치와 목적을 실현하는데 사회적기업 인증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사회적기업이 아니어도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요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정액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도,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도 사회적기업이라서가 아니라 마땅히 그래야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개별 업체 대표들의 권한이었던 노동자들의 처우문제는 (주)삶과환경의 제도개선 촉구로 인해 보완책이 마련됐다. 청주시청 과업지시서에 몇 명을 얼마 이상 고용할 것인지를 명시하도록 했다.

"일반 영리기업이 이러한 활동을 했다면 그것은 선한 행동이 되지만 사회적기업이 하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한 것이 됩니다. 결과 값은 같지만 사회적 평가가 다르죠. (주)삶과환경이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직원들이 수집한 쓰레기를 차량에 싣고 있다.<br>
직원들이 수집한 쓰레기를 차량에 싣고 있다.

◆성장보다 중요한 고용유지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지 올해로 10년째. 김경락 대표는 요즘 고민이 많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직접고용이 화두지만 현장과 정부정책의 온도차가 극명하기 때문이다.

"공공부문의 일자리는 당연히 공공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외주화 방식으로 민간위탁이나 대행을 하는 게 잘못된 것이죠. 원칙은 직접고용이 맞습니다. 다만, 고용전환 과정에서 선별적 고용을 하려고 한다거나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하지 않으려는 게 문제죠. 그동안 미온적 태도를 보였던 청주시가 공공성 강화를 위한 직접고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사회적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65세 이상 노동자가 정년 60세 기준에 걸려 직접고용 대상에서 제외된다거나 경력과 호봉이 인정되지 않아 오히려 급여가 삭감되는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직무연관성이 없는 곳에 배치해 고용유지가 불가능해지는 상황도 현장의 우려 중 하나다.

김경락 대표는 "엊그저께까지 일을 잘 하던 사람이 갑자기 일자리를 잃어버리거나 임금이 낮아질 수 있는 상황은 얼마든지 예측 가능합니다. 고용을 전환할 때 기준이 중요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전환과정에서 충분한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이유죠."

직접고용 논의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말하자면 회사가 묻을 닫을 수도 있는 상황. 김경락 대표는 "아픈 사람이 없어 병원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과 다르지 않다. 병원을 유지하는게 목적이 아니라 아픈 사람이 없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공공부문의 정규직화도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공공부문의 정규직화는 필요하다. 이를 위해 회사가 문을 닫아야 한다면 반가운 일이다"고 말했다.

다만, 고용전환 과정에서의 충분한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 사회적기업의 가치와 지향이 변화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기업이 성장해서 고용이 안정되면 초기 취업했던 취약계층은 더 이상 취약계층이 아닌 상황이 된다. 취약계층을 벗어난 직원과 대표에게 왜 취약계층을 추가 고용하지 않느냐는 지적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 김경락 대표의 지적이다.

"사회적기업의 가치와 덕목이 취약계층의 고용창출이라면 10년쯤 된 기업의 가치와 목적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매해 추가 고용을 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취약계층 고용창출을 사회적기업 인증의 기준으로 삼으면 곤란합니다. 회사가 잘 운영되고 급여수준이 올라가면 취약계층은 더 이상 취약계층이 아니어야 합니다. 취약계층은 계속 취약계층이어야 사회적기업 인증을 유지할 수 있다는 논리가 말이 되나요? 규모화의 함정, 인증의 허점을 개선해야 합니다."

(주)삶과환경은 지난 2013년에 사회적기업 최초로 신생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씨앗기금 3천만원을 (사)충북시민재단에 쾌척했다.

◆사회적기업의 선순환 구조

김경락 대표의 발언은 거침이 없었다.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위해서라면 기업의 발전적 폐업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영리기업과 사회적기업이 다른 이유에 대해서는 사회적기업가들이 정확하게 인지하고 사업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가치중심적인 사업을 지향하며 음식물류 폐기물 수집·운반업체를 꾸려온지 올해로 13년째. 김경락 대표는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수평적 네트워크를 강화해 사회적기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일을 고민하고 있다.

정부가 지원하는 인건비도 받지 않으면서 꾸려온 사회적기업 (주)삶과환경. 2013년에는 사회적기업 최초로 신생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씨앗기금 3천만원을 (사)충북시민재단에 쾌척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때부터 김 대표는 충북지역 사회적기업 육성에 나섰고, 네트워크 강화를 실천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사회적기업이 어려운 사회적기업의 손을 잡고 끌어줘야 사회적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도 거액의 씨앗자금을 기부하고, 공공부문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고용전환을 장려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는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김 대표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철학과 가치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실천하는 것이 사회적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지름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김정미 2galia@jbnews.com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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