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권택인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법무부교정자문위원

/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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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re the rod and spoil the child. "회초리를 아끼면 아이를 망친다."는 의미의 서양 속담이다. 이를 문자 그대로 이해하면, 아이가 잘못하였을 때 어른들이 회초리로 때리지 않는다면 아이는 나쁜 사람으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미운 자식에게는 떡 하나 더 주고, 고운 자식에게는 매하나 더 주라"는 속담도 있으니, 적어도 속담에 있어서는 아이들에 대한 체벌의 필요성을 역설한 동서양의 동일한 시각이 있는 셈이다.

속담에는 오랫동안 쌓아온 선조의 지혜가 담겨 있다고들 하니 문화가 다른 동서양의 선조들이 동일하게 아이들에 대한 체벌을 후손에게 권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 속담을 곧이곧대로 이해한다면 체벌 계획을 세워 성실하고 야무지게 아이들을 체벌하는 것이 어른들의 숭고한 의무가 될 수도 있겠다. 그런 믿음 때문일까? 부모로부터 자녀에 대한 체벌동의서를 받고 학생을 받아 체벌을 하면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이 성업 중이라고 한다. 최근 모 대안학교 교장 등이 부모로부터 체벌동의서를 받고 학생들을 훈육한다는 핑계로 체벌하다 입건되었고,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체벌하는 경우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용도로 사용하는 체벌동의서 양식도 인터넷에 공공연히 다운받을 수 있는 것을 보면, 많은 학원에서 학생들을 체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떤 학원들은 엄격한 원생 성적관리를 위해 체벌동의서를 받고 때리면서 가르쳐서 성적이 올랐다는 점을 자랑삼아 광고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행위는 형법 제257조 "사람의 신체를 상해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에 따라 처벌될 수 있는 법적으로 매우 위험한 행위이다.

물론 형법 제24조 "처분할 수 있는 자의 승낙에 의하여 그 법익을 훼손한 행위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벌하지 아니한다."에 따라, 체벌동의에 의한 체벌은 불처벌되는 것이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형법 제24조가 예정하는 피해자의 승낙에 의해 처벌하지 않는 경우는 복싱처럼 룰에 따라 서로 주먹을 주고받기로 약속하고 진행하는 경우와 같이 피해자의 승낙이 상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경우에 한정될 뿐이다.

결국 체벌동의서를 받은 학원 강사가 학생을 징계하려는 목적으로 체벌을 하다가 상해를 입히면 그 자체로 징계권의 한계를 넘은 것으로 보아 체벌동의서에도 불구하고 처벌될 수 있다. 법원에서는 그와 같은 체벌은 위의 체벌을 권하는 듯한 속담에도 불구하고 사회상규에 반하는 동의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설교육기관은 그렇다고 치고, 그렇다면 초중등학교와 같은 공교육 현장에서 아이를 체벌할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선생님이 속담만 믿고 체벌할 경우 더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초중등교육법은 아예 명시적으로 "도구 또는 신체 등을 이용해서 학생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방법을 사용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사교육 기관처럼 피해자의 승낙이니 사회상규니 묻거나 따지거나 할 필요도 없이 즉시 현행법 위반이 된다.

학창시절 필자는 장난을 예술의 경지로까지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들었을 만큼 장난꾸러기였다. 물론 그에 대한 응분의 대가로 많은 체벌을 감당하여야 했다. 그러나, 체벌이 두려워 장난을 그만둔 적은 많지 않았다. 다만, 체벌에 대처하는 방법을 개발했을 뿐이다. 체벌이 아이의 악습을 교정하는데 큰 효과가 있다면 필자는 지금쯤 장난없는 얌전한 신사가 되었을 것인데, 지금도 장난을 즐기는 필자를 보면 당시 체벌의 효과는 미미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권택인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법무부교정자문위원
권택인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법무부교정자문위원

이것도 체벌의 순기능이라고 해야 할까? 필자가 중학생 때 선생님으로부터 말도 안되는 이유로 공개적으로 수차 뺨을 맞았는데, 너무 억울하고 수치스러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그때 이런 부당한 폭력을 행사한 선생님에게 "당신은 틀렸어!"라는 말을 되돌려 주고 싶어 훌륭한 성인이 되기 위해 죽어라고 공부하게 되긴 하였다. 만일 그 선생님이 매를 아끼면 아이를 망친다는 속담에 따라 오로지 필자를 위해 폭행했을 뿐이고 결국 필자는 망쳐진 것이 아니지 않냐고 스스로 변호한다면, 그에게 세상 속담을 다 행하는지 묻고 싶다. 다리를 건널 때 항상 두드리고 다니는지, 오르지 못할 가로수는 쳐다보지도 않는지, 속담들이 은유하는 바를 제대로 이해는 하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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