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권택인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법무부교정자문위원

9일 오전 7시55분께 경남 사천시 곤양면 남해고속도로에서 2011년식 BMW 730LD 차량에서 차량결함(배기가스 재순환 장치 결함)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차량이 전소됐다. 2018.08.09. / 뉴시스
9일 오전 7시55분께 경남 사천시 곤양면 남해고속도로에서 2011년식 BMW 730LD 차량에서 차량결함(배기가스 재순환 장치 결함)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차량이 전소됐다. 2018.08.09. / 뉴시스

[중부매일 법조칼럼 권택인] 요즈음 필자에게 뜬금없이 안부를 묻는 전화가 늘었다. 근래 독일 B사 자동차가 주행중에 불이 나는 사건이 빈번히 일어났고 필자의 차가 바로 '그' 불타는 자동차 그 모델이기 때문이다. 물론 필자는 사전 안전점검을 받아야 한다는 연락을 받고 해당 자동차 회사 정비소에 찾아가 점검을 받았다. 다행히 "이상없다"는 확인을 받아서 별다른 걱정은 하지 않고 있었으나, 근래 또 다른 뉴스에 따르면 안전점검을 받은 차량도 주행 중에 불이 났다고 하여 과연 회사의 화재원인 분석과 점검을 믿을 수 있느냐도 새로운 논란거리가 되었다.

워낙 자동차라는 것이 가연성 높은 연료를 고온 고압으로 폭발시키면서 동력을 얻는 기계인 까닭에 대략 1만대 중 1대 정도에서 화재가 나는 것은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니라고 한다. 그리고, 이번 B사 자동차 화재 사태의 중심에 있는 모델 차량도 1만 대중 고작(?) 1.5대 가량이 화재가 났다고 하니, 1만대 중 1대나 1.5대나 그게 그거 아니겠는가 싶어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무덤덤한 필자와 달리 많은 사람들의 우려는 그 정도에서 끝나지 않는 것 같다. 어떤 빌딩에서 B사의 차량은 지하주차장에 진입을 금하고 있다고 해서 설마하고 피식 웃고 말았는데, 얼마전 필자가 다니는 치과 병원 빌딩 지하주차장으로 진입하려는데 그 출입구 앞에 떡하니 B사 차량 지하 주차장 출입금지 안내가 붙어있는 것을 보고 단순히 웃고 넘어갈 일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일단 요즘같은 찜통 더위에 빌딩에서 떨어져 있는 노상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빌딩까지 걷는 다는 것 자체가 "3보 이상 차량 탑승"을 원칙으로 삼던 운전병 출신의 필자에게는 엄청난 손해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따지면 손해가 그 뿐이랴. 괜한 사태에 휘말려 일부러 시간을 내어 시 외곽에 있는 정비소를 찾아가서 정비를 받아야 하는 시간적ㆍ물질적 손해나, 이번 사태를 통해 중고차 가격이 하락한 만큼의 손해 등은 필자가 부지런히 입증하면 그 돈이 수 만원이 되었든, 수 천원이 되었든 어쨌든 받을 수 있는 금전적 손해일 것이다. 그리고,사람들의 눈총을 받아가면서 운전을 해야하는 B사 차주들의 정신적인 손해도 B사의 고의, 과실이 입증되면 역시 금전으로 위자받을 만한 법적인 손해에 해당할 것이다.

물론 그 금액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배상 금액에 비해서 아주 미미할 것이다. 그런 까닭에 애초에 사태의 중심인 B사는 주행중 화재로 차량이 전소한 사고를 당한 소비자에게 사고 당시 중고차 시장에서 거래되는 중고차값 정도만 배상주겠다고 했다고 한다.

자동차의 사고와 관련된 이와 상반되는 미국 케이스를 하나 살펴보자. 몇 해전 국내 H사에서 미국에 수출한 차량이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조향장치 결함이 생겨 중앙선을 넘어가서 마주오던 차량과 충돌하였고, 이 사고로 운전사와 동승객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은 항소심까지 진행되었는데 결국 법원은 사망한 유족들에게 7,300만달러(800억원 가량)의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하였다.

이 금액은 1심에서 인정된 2억4천만 달러(2,640억원 가량)에서 감액된 금액이라는 점에서 더욱 놀라운 금액이다. 미국에서 자동차 불량 문제와 관련하여 이와 같이 상상하기 어려운 큰 금액의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까닭은 미국은 회사의 고의적ㆍ악의적 의도의 불법행위가 인정될 경우 회사로 하여금 피해자에게 입증된 재산상 손해보다 훨씬 많은 금액의 배상을 하도록 하는 이른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택인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법무부교정자문위원
권택인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법무부교정자문위원

물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와 관련하여 그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없지는 않으나, 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상과 함께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배상하도록 함으로써 불법행위가 반복되는 상황을 막고 다른 사람이나 기업 등이 유사한 부당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예방하는 순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만일 우리나라에도 미국처럼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도입되어 있었다면 B사의 우리나라 소비자들에 대한 태도는 분명 지금과는 달랐을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제도의 도입이 우리나라 제조산업 기술의 고도화에 기여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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