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유재풍 변호사

주말을 맞아 속리산 국립공원을 찾은 나들이객들이 절정을 맞은 단풍을 만끽하고 있다./신동빈
주말을 맞아 속리산 국립공원을 찾은 나들이객들이 절정을 맞은 단풍을 만끽하고 있다. 2017.10.29 / 신동빈

[중부매일 열린세상 유재풍] 9월을 맞았다. 100년만 이라던 무더위도 지나가 이제는 저녁에 창문을 닫아야 한다. 모두 고생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hoc quoque transibit.)."는 심정으로 견뎠더니 드디어 9월, 그리고 가을의 시작이다. '9월'이라 적고 '회복의 계절'이라 읽는다. 몇 가지 회복의 계기로 삼고 싶은 마음에서다.

우선 관계의 회복이다. 고향에 돌아와 20여년 변호사업무를 하면서 많은 분들에게 신세졌다. 그런데도 근래 몇 년 간 국민권익위원, 중앙소청심사위원, YMCA이사장, 라이온스 국제이사 등 활동으로 사무실을 비우는 날이 많다보니, 제대로 사람구실을 못했다. 소원했던 분들에게 연락드려 주로 점심식사를 같이 한다. 일단 내 변호사업무와 관련 있는 분들과 도움 줬던 선후배 친구들을 초청한다. 내 소개로 교회에 나온 이들,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이들도 청한다. 대신 조찬모임이나 저녁모임은 필수적인 곳만 가기로 작정한다. 어디든 많이 나가 얼굴 알리는 것이 업무에 도움 될 수 있지만, 내가 함께 해서 도움 줄 수 없는 곳이면 지양한다.

지난 날 나를 알리기 위해 부지런히 뛰었고, 변호사로서는 물론, 대학 겸임교수며 방송진행자, 각종 법률 강연자, 교회 간증자, 라이온스 임원 등, 많이 쓰임 받았다. 비록 이 일들이 다른 이들을 돕는 것이긴 해도, 자신을 드러내려는 마음이 컸던 걸 부인하지 못하겠다. 이제는 변호사로서는 물론 모든 관계에서, 나를 드러내기보다 나로 인해 다른 이들이 행복해지는 관계의 회복을 지향한다. 나를 아는 모두에게 좋은 모습으로 기억되어, 내 얼굴, 내 이름, 내 목소리만 들어도 힘이 되는 진정한 '에너자이저(enerziger)' 되길 소원한다.

다음은 독서의 회복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휴대폰이 있어서 시간 보내는데 문제가 없다고 한다. 나도 많은 시간을 휴대폰과 보낸다. 뉴스검색, 인터넷 라디오 청취, 페이스북 등 SNS 사용, e-book 읽기, 사진촬영 및 활용, 유튜브 활용 등 매거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휴대폰 중독이 되고 말았다. 다른 이들과 밥 먹으러 가서 대화하면서도 만지작거린다. 심지어 잠자리에 누워서도 만지작거리다 잠든다. 쉽지는 않지만 거리를 두기로 하고, 퇴근 시 차에 던져두고 집에 올라가는 날이 많아진다. 대신 책과의 관계를 회복하기로 했다. 몇 년 전 '고전으로 돌아감'을 자신에게 선포하고 고전을 포함해 많은 책을 읽으려 하지만, 일 년에 50권 넘기기 힘들다. 그런데 얼마 전 '일천 권 독서'라는 책을 읽으면서 도전받았다. 직장생활 하는 주부가 1년에 천권을 읽는단다. 자신에게 독서의 회복을 선언한다. 그래서 이번 달 주문도서목록에, 1976년 1월 고교 졸업 후 처음 읽었던 헤밍웨이의 'Farewell to Arms'(무기여 잘 있거라)를 끼어 넣었다. 교과서로만 배웠던 영어를 가지고 사전 없이 읽었던 최초의 영어책이었기에.

유재풍 변호사
유재풍 변호사

마지막은 골프의 회복이다. 골프 시작한 지 만 30년인데, 지난 6-7년간은 흥미가 없어졌다. 꼭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100대 명산 등반을 목표삼아 산에 관심 갖다보니 자연스레 골프장 나가는 횟수도 줄어들고, 잘 하지도 못하게 됐다. 그런데 다른 분들과의 관계 때문에 아예 손을 놓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 8월 초 필리핀 휴가를 다녀오면서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제대로 해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우선 아이언 샤프트를 20년 만에 그래파이트(graphite)에서 처음 10년간 사용하던 스틸(steel)로 바꿨다. 모험이다. 나이 들면서 점차 가벼운 채로 바꾸는 것이 보통인데, 거꾸로 가는 것이. 그렇지만 더 이상 퇴보할 수 없어 예전 전성기로 돌아가기 위한 조치로 단행(?)했다. 비거리는 다소 떨어져도 공을 때릴 때 느끼는 손맛과 방향성이 좋다. 연습장에도 자주 가고 기회 되는대로 골프장에도 자주 가려 한다. 이를 통해 스스로를 살리고 싶은 거다. 9월. 가을.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렌다. 100년만의 무더위에 지쳐 있던 우리 모두에게 아름다운 회복의 계절이 되기를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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