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장영주 국악원 상임고문·화가

추석연휴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온 27일 알알이 벼이삭이 익어가는 황금들녘과 어우러진 가을하늘이 마치 수채화의 한 폭을 보는 듯하다. 기상청에 따르면 당분간 완연한 가을 날씨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김용수
추석연휴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온 27일 알알이 벼이삭이 익어가는 황금들녘과 어우러진 가을하늘이 마치 수채화의 한 폭을 보는 듯하다. 기상청에 따르면 당분간 완연한 가을 날씨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김용수

[중부매일 열린세상 장영주] 가을 햇볕이 유난히 밝고 지나는 바람 청량하다. 벌판 가득 황금빛 이삭들이 고개를 숙이고, 따가운 한낮의 햇살과 밤이슬로 어린아이 주먹만 한 대추가 점점 붉어가고 있다. 자취를 감춘 나팔꽃 터전에는 은빛 갈대 잎 솟아 흔들거리고 풀 섶 벌레소리 더욱 요란해진다. 햇살에 비친 감잎은 어느 그림보다도 찬란하고 도심의 은행나무도 노랗게 물든다. 하늘은 높아만 가고 흰 구름 떠가니 더욱 삽상하고 소소하다. 만산홍엽, 이산 저산 단풍으로 물들어 가고 있으니 가히 금수강산이 아닐 소냐. 가장 더웠다는 여름을 보내고 맞은 이 시월, 모든 것이 눈부시게 아름답고 멋지다. 논사이로 난 길을 거닐자니 '10월의 어느 멋진 날'이 떠오른다.

".... 창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은 가득한 걸 /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 바램은 죄가 될 테니까 / 살아가는 이유, 꿈을 꾸는 이유 모두가 너라는 걸 / 네가 있는 세상 살아가는 동안 더 좋은 것은 없을 거야. /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한국어로 된 그야말로 멋진 가사와 노래가 있음에 감사드린다. 그래서 그런지 복잡하고도 엄혹한 국내외 상항에서도 기분 좋은 소리가 들려온다. 세계 곳곳에서 한국어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이제는 단순히 음악을 듣고 한류를 즐기는 것으로부터 삼삼오오 모여 공부 모임을 만들고 나아가 한국어 능력시험에 응시한다. 이에 비해 다른 나라 언어를 배우는 인구수는 급감했다고 한다. 지구촌에 바야흐로 한국어 전성시대가 몰려오고 있다.

한국어 배우기 열풍의 중심에는 BTS(방탄소년단), EXO(엑소) 등 K-POP 아이돌 스타의 돌풍이 있다. 그 인기가 베트남, 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를 넘어 미국, 유럽, 북중미 등 세계 각지로 뻗어 나가면서 한국어에 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76개국 224개 도시에서 한국어능력시험 토픽(TOPIK)에 응시한 사람은 23만7790명으로 불과 7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1997년 첫해 응시자 2274명에 비해선 20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한다. 올해 응시자는 3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 산하 국립국제교육원 발표) 토픽은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재외동포나 외국인을 상대로 한 시험으로 국내 대학 유학이나 취업 등에 활용할 수 있고 토픽시험을 보는 국가도 많아졌다. 1997년 4개국에서 시작해 지난해 76개국으로 늘었고 내년에는 수단, 아프가니스탄, 동티모르, 볼리비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5개 국가가 추가로 더해진다. 최근에는 한국으로 유학을 오기 위해 아프리카, 유럽 등 전 세계로 계속 확대되고 있다.

'강남스타일'을 부른 가수 '싸이'의 가치는 약 1조원에 달하고 '방탄소년단'은 이미 2조 5천억 원에 이르렀다고 한다. 프랑스 루브르 미술관의 두꺼운 방탄 유리판 밑의 '모나리자'의 가치가 2조 5천억 원이라고 하니 K-POP은 살아있는 젊은이들을 이미 신화로 만든 셈이다. 더욱 신명나는 것은 이들이 가는 곳마다 구름처럼 모인 각국의 팬들이 한국어 가사로 소위 '떼창'을 부른다는 것이다. 이성은 감성을 좀체 이기지 못하나 결국 이성적으로 진화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자연적으로 한글을 체계적으로 배우게 될 것이다. 한글의 창조적이고 과학적인 존재를 알고 우리의 고유한 문화와 정신에 자연스럽게 접근하게 될 것이다. 바로 모든 생명에게 널리 이롭게 하는 대동 사회를 이루라는 '홍익인간 이화세계'의 오묘하고 웅혼한 한민족의 철학의 세계에 진입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사회는 준비가 부족한 듯도 하니 미리 리모델링을 예견하고 설비해야 한다.

장영주 국학원 상임고문·화가
장영주 국학원 상임고문·화가

단군께서 전해주신 한민족의 철학서인 참전계경 제173조 '설비(設備)'에 그 답이 있다. "하늘의 이치를 밝히고, 하늘의 도를 따르고 닦는다는 것은, 사람의 욕심을 억제하는 법을 미리 설명하는 것이니, 계명을 잘 정리하여 마음에 새기어 모아둠은 사람이 자신을 닦는 준비를 함이라. 하늘을 대신하여 바른 도리를 갖추어 베푼다는 것은 만세를 이어 만물을 구하는 귀감이 되는 것이다. 이제 저들이 더욱 연구하고 사랑하게 될 한국의 문화를 국민 각자 각자가 분발하여 제대로 가꾸어 가야 한다. 그래야 한민족의 가치는 한 때의 구름처럼 흘러가는 것이 아닌 영원한 생명으로 살아 있게 된다. 철저한 분석과 설비를 통해 아주 '멋진 대한민국'을 인류 앞에 당당하게 제공해야겠다. 이래저래 멋진 날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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