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권택인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법무부교정자문위원

22일 오전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 앞 흉기 살인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아르바이트생을 추모하는 공간에 한 시민이 국화와 쪽지를 놓고 있다. 지난 14일 서비스가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아르바이트생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김성수 씨는 이날 공주 치료감호소로 옮겨져 길게는 한 달간 정신감정을 받는다. 2018.10.22 / 연합뉴스
22일 오전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 앞 흉기 살인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아르바이트생을 추모하는 공간에 한 시민이 국화와 쪽지를 놓고 있다. 지난 14일 서비스가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아르바이트생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김성수 씨는 이날 공주 치료감호소로 옮겨져 길게는 한 달간 정신감정을 받는다. 2018.10.22 / 연합뉴스

PC방에서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던 한 20대 청년이 손님이 휘두른 칼을 맞고 사망했다. 가해자는 우울증치료를 받고 있던 청년이었다. 당시 그 청년의 응급조치를 담당했던 의사는 당시의 상황을 SNS를 통해 국민들에게 상세히 알렸다. 응급 전문의의 입을 빌려 재현된 당시의 참혹했던 상황은 국민을 충격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가해자는 당시 우울증이 문제가 되어 범행에 이르게 되었다고 진술한 모양이다. 그리고 수사시관에서는 그 주장을 듣고 심신 형법 제10조의 심신미약에 해당하는지 정신감정을 신청하였다. 국민들은 경악스러운 범죄가 생길 때마다 범죄자들이 주장하는 심신미약 감경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잔혹성이 심신미약에 가려져서는 안 된다는 여론은 심신미약 감경의 폐지를 요구하는 청화대 민원에 까지 이르렀다. 매우 짧은 시간에 83만명이 서명한 것에 비추어 조만간 이에 대한 청와대의 정식 답변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형법 제10조 제2항에 따라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과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자의 범죄는 그 형을 반드시 감경한다. 즉, 심신장애라는 생물학적 요소와 이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 또는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해지는 심리적 요소가 모두 충족되었을 경우 법원은 형법 제10조 제2항에 따라 범죄자의 형을 필요적으로 감경하여야 한다.

이는 심신미약자의 경우 규범에 따라 행위하는 것이 지극히 곤란하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온전히 개인에게 감당시켜서는 안된다는 도의적 책임론 사상이 반영된 결과이다. 물론 치료감호시설에서의 치료가 필요하고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감경된 형벌과 별도로 치료감호법상 치료감호처분을 내리는 것은 가능하다.

치료가 필요한 사람을 아무런 치료없이 가두어 단지 사회와 격리만 하는 것은 범죄자 개인으로 보나 사회적 측면으로 보나 무의미한 것이다. 범죄에 이르게 된 원인을 고치지 않고 형벌을 부과한 후 재범의 우려가 치유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회로 복귀시키는 것은 범죄자뿐만 아니라 그와 함께 살아가야 할 일반 국민에 대하여 너무도 무책임한 것이다. 따라서 심신미약으로 형벌과 치료감호처분이 동시에 선고하는 경우 치료감호처분을 먼저 집행하여 범죄의 원인을 제거하여 형벌이 그 개인과 사회에 의미가 있도록 만든 이후 형벌을 집행하도록 하고 있다.

법원의 판례에 비추어 보면 심신미약으로 형벌이 감면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적다. 특히 성장과정에서 성격이 비뚤어져서 보통사람과 다른 행동을 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는 사물의 변별할 능력 또는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거나 미약한 것은 아니어서 형을 감면하지 않고 있으며, 정신분열등의 정신병과 결합되지 않은 우울성 인격장애는 병적인 것이 아니라 성격적 결함에 불과하여 이 경우도 형을 감면하지 않는다.

특히 술에 만취되어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고 하는 주장은 심신장애로 인한 형의 감면주장이 아니라 단순히 범행을 부인하는 것에 불과하여 형 감경요소로 평가되지 않는다. 나아가, 형법 제10조 제3항에 따라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적극적으로 야기한 자는 심신장애로 인한 형벌 감면의 대상조차 되지 않는다. 결국 객관적으로 형벌을 감면해야할 소수의 경우 외에는 형법 제10조에 의한 감면은 적용되지 않는다.

다시 이번 사건으로 돌아와 보자. 사건을 접한 많은 정신과 전문의들은 가해자가 주장한 우울증과 형벌감면사유가 되는 심신미약은 다르다고 한다. 가해자가 주장하는 우울증은 위 판례에서 말한 우울성 인격장애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PC방 사건의 가해자는 이제까지의 판례에 비추어서도 형법 제10조 심신미약이 적용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오히려, 범행의 동기, 잔혹성이나 범행이후의 태도에 비추어 일반 양형기준에 따른 기본 영역의 형보다 더 가중된 형사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권택인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법무부교정자문위원
권택인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법무부교정자문위원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일반인들은 형법 제10조를 살인마들의 은신처로 받아드리고 이에 대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이는 어떻게 사람이 그런 짓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지극히 인간적인 감정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불만이다. 하지만 우리 법원은 PC방 사건같은 경우에 형법 제10조의 심신미약 감경을 적용할 만큼 어설피 운영되지 않으니 일단 믿어보기로 하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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