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 매력에 빠진 교사들, 아이들의 놀이멍석 깔았다

[중부매일 김금란·이지효 기자] 청주 비상초등학교(교장 박현숙)의 넓은 텃밭에는 고구마, 감자, 땅콩, 토마토, 파프리카, 오이 가지, 배추 등 다양한 농작물이 자란다.

이 농작물은 아이들과 교사들이 심고 키워 수확까지 한다. 텃밭에서 수확한 농작물은 아이들의 간식으로 제공되고, 혼자 사는 어르신들을 위한 김장김치로, 팔아서 유네스코 성금으로 기부되기도 한다.

특히 이 텃밭은 비상초 아이들의 행복 DNA(Daily New Awake)를 키우는 생태놀이터, 생태학습장이 된다.

비상초는 학교가 가지고 있는 자연환경과 이미 구비된 자원을 활용해 짜임새 있는 놀이 인프라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충북도교육청의 행복키움 놀이문화 조성사업 학교인 비상초등학교는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놀이멍석을 깔아주기 위해 교사들부터 놀이를 배웠다. 교사가 놀이에 대해 모르고, 놀이의 즐거움을 모르면 아이들에게 안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컴퓨터 세대인 젊은 교사들은 몸으로 하는 놀이에 익숙하지 않다.

박희정 연구부장을 비롯해 4명의 교사는 단재교육원에서 진행하는 전래놀이 연수를 한 학기동안 받았다. 딱지를 직접 접어 딱지치기를 하고, 도톨이팽이도 돌리고 비석치기도 하며 아이들과 똑같이 놀았다.

전래놀이 이외에도 수업놀이, 밧줄놀이 등 다양한 연수도 받았다. 교사들은 밧줄 매는 방법을 배워 학부모들과 직접 밧줄놀이터를 만들었다.

놀이연수를 마친 교사들은 나머지 교사들을 대상으로 자체연수를 실시했다. 또한 외부 전문강사를 초빙해 교사·학부모들의 놀이문화 역량을 신장시켰다.

교사들이 배운 놀이는 아이들에게 전수됐으며 아이들은 새로운 방법과 규칙을 만들며 다양한 형태로 확장시키고 있다.

청주시 외곽에 위치한 비상초의 놀이형태는 교내 자연환경을 최대한 살려 다양한 생태놀이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농촌소규모 학교 활성화 사업에 선정돼 학교 숲을 조성해 아이들의 자연놀이터가 더 풍부해졌다.

기자가 방문한 지난 10일에는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도 밖에서 3학년 학생들의 생태놀이가 진행됐다.

이날 놀이는 '거미술래잡기'로, 가을철에 한창인 거미의 생태에 대해 몸으로 배우는 과학수업이다.

면끈으로 나무에 거미줄을 만들고 거미가 된 술래가 거미줄에 걸린 곤충을 잡는 놀이다.

수업을 진행한 조숙희 전문강사는 "생태놀이의 80%는 교과과정과 연계돼 있다"며 "글로 배우는 과학이 아니라 곤충의 한 살이 등을 놀이를 하며 자연스럽게 관찰하고 몸으로 익히는 과학수업"이라고 설명했다.

거미술래잡기를 한 강온유 학생(3년)은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친구들과 노는 것이 좋다"며 "생태놀이를 하면 친구들과 친해지고 자연과도 친해지는 같다"고 말했다.

2학년 학생들은 이날 운동장에서 가을소리를 듣고 적는 수업을 진행했다.

이수빈 학생(2년)은 "가을 나뭇잎은 '바스락바스락' 소리를 내고 가을바람은 '스르르' 소리를 낸다"며 "바람소리가 제일 좋다"고 말했다.

비상초는 교사들의 부담을 덜고 효율적인 학사운영을 위해 '놀이'에 초점을 맞춰 교육과정을 편성했다. 놀이수업은 전문적학습공동체와 연계시켰고, 창의적체험활동으로 띠앗동아리를 만들어 1학년부터 4학년까지 생태놀이를 운영하고 있다. 5학년과 6학년은 우쿨렐레 음악놀이 동아리를 조직했다.

박희정 연구부장은 "지난해 놀이연구 학교를 준비 하면서 놀이에 맞춰 학습교육과정을 편성했다"며 "'교육과정의 취지는 살리돼 덜 힘들게 운영하자'는 계획을 살려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다는 기존에 운영하던 학교특색사업과 연계해서 적은 예산으로 효율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상초는 행복키움 놀이문화 조성사업을 시행하기에 앞서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을 설문조사를 통해 수렴하고 놀이공간, 놀이교구 등을 구입했다.

놀이운영은 학생의 의사소통기구인 비상어울림자치회를 통해 정한다. 아이들이 의견을 내고 규칙을 정하고 한달동안 적용해 본다. 문제점이 생기면 회의를 열어 개선점을 찾는다.

현재 3학년은 딱지치기 금지 기간이다. 서로 규칙을 안 지키고 다른 학년과 시비가 붙어 아이들이 건의해서 회의를 통해 금지를 결정했다.

박희정 연구부장은 "지난해부터 시작한 비상어울림자치회가 처음부터 운영이 잘 된 것은 아니고. 아이들끼리 의견 충돌도 있고 회의가 결론 안 날때도 있었다"며 "문제의 소지가 있을 때는 교사가 개입하기도 하지만 지금은 자치적으로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비상초는 짬짬이 놀이시간을 운영한다.

아침시간, 중간놀이 점심시간 등 매일 짬짬이 놀 수 있는 100분의 놀이시간을 확보해 학년별 수준에 적합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아이들은 아침 달리기, 배드민턴·탁구 리그전, 제기차기, 딱지치기, 축구, 외발자전거타기 등을 짬짬이 즐긴다. 대학원 레저학과에 다니고 있는 몇몇 교사들이 새로운 종목을 접목시키기도 한다.

유휴공간이 없는 비상초는 계단과 현관 등의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아이들의 쉼터, 회의공간을 만들었다.

2학년은 박스를 재활용해서 교실의 연유공간에 작은 실내놀이터를 꾸몄다. 종이로 방을 꾸며 아아들이 자기들만의 공간으로 활용한다. 아이들이 많이 이용해 찌그러졌지만 아직도 인기가 많다.

학부모들도 놀이연수를 받고 동아리를 운영하는 등 교육공동체 놀이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학부모들과 놀이문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밧줄놀이 연수를 진행했다. 밧줄놀이는 학교 숲과 연결해 즐길 수 있는, 환경과 인간, 나무와 밧줄의 상호관계 속에서 공동체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놀이다. .

박현숙 교장은 "올해는 놀이문화 기반을 마련했으며, 아이들의 표정이 밝아지고 교사들의 놀이수업도 활발해 지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내년에는 교육과정에서 더 깊이 있는 운영으로 놀이를 통해 아이들의 학습이 여물도록 준비 하겠다"고 말했다.

1년 동안 내실있는 놀이인프라를 구축하고 내년에 놀이연구 학교 공모를 준비하고 있는 비상초는 놀이속의 행복 DNA을 키우기 위해 정성을 쏟고 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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