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눈]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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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0대 이후 사람들은 어렸을 때 회초리로 종아리를 맞아본 경험이 있을 테다. 필자는 아버지한테 회초리로 종아리를 참 많이 맞았다. 여름에는 종아리에 자국이 남아 창피할 때도 있었다.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밖에서 실컷 놀았기 때문이다. 이것 말고 다른 행동 때문에 맞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다른 도구나 주먹 등 신체 일부로 맞아본 적도 분명 없다. 오로지 공부 열심히 하라는 가르침이었고 회초리는 반드시 싸리나무 가지였다.

지금에 와서 보면 오히려 더 많이 맞았어야 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아버지의 회초리 덕분에 내가 이만큼 성장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더 많이 맞았으면 보다 나은 사람이 되었을 텐데. 회초리. 잘못한 아이를 때릴 때나 마소를 부릴 때 쓰는 가늘고 긴 나뭇가지다. 여기서는 아이를 때릴 때 쓰는 훈육용 도구로 한정한다. 회초리는 한자어, 노송나무 '회(檜)'와 가느다란 끝부분 '초리'가 합쳐진 단어다. 순수 우리말로는 '매'다.

회초리는 사람을 때리는 도구지만 화풀이성의 감정이 아닌 사랑을 담고 있다. '사랑의 매'라 한다. 과거 회초리, '사랑의 매'의 효율성 여부를 둘러싸고 학부모, 학교, 교육관계 당국 등과 논란을 빚었다. 결국 '사랑의 매'는 우리 학교에서 영원히 사라졌다. 자칫 '사랑의 매'가 몽둥이로 둔갑해 학대로 이어지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회초리는 우리나라보다 중국에서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회초리, 회초리로 내리치다, 때리다'란 뜻이 들어간 한자어가 이를 방증한다. '가르치거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신체를 때리는 것'을 표현하는 '복(扑)'자가 이에 해당한다. '扑'은 오른손에 막대기를 들고 있는 모양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글자가 교사(敎師)의 '敎'다. '敎'는 '가르치다. 스승'이란 의미이다. '스승이 학생을 가르칠 때 공부를 게을리 할 경우 회초리로 학생을 때려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의 본뜻이다. '가르침'은 '회초리로 신체 일부를 때리는 행위'를 포함하고 있다. 말로 가르침이 실효성이 없으면 체벌(體罰)이라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실체가 있는 회초리가 있는 반면 실체가 없는 회초리도 있다. 개선(改善), '잘못된 것, 부족한 것, 나쁜 것 등을 고쳐 더 좋게 만든다.'는 뜻이다. '改'는 '몸 기(己)'에 '복(攵)'이 붙어있다. 원래 '己'는 '뱀 사(巳)'의 변형이라고도 한다. 막대기로 사악한 뱀을 때려잡아 위험성을 없애 안전하게 하는 것이 '改'다. 이런 '改'가 '말 안 듣는 아이를 회초리로 내리쳐 버릇을 고치다.'는 뜻으로 변형됐다. 잘못된 행실이나 악습을 스스로 바로잡기 무척 힘들다. 회초리로 몸을 채찍질할 정도로 각오가 철저해야 말끔히 악습 등을 고칠 수 있다. 독한 마음을 먹어야 한다. 이 독한 마음이 회초리다. 

정치(政治)도 회초리가 필요하다. '政'은 '바를 정(正)'과 '扑'으로 구성된 문자다. '잘못된 사회 상황을 회초리로 내리쳐 바로 잡는다.'는 뜻이다. 정치나 정치인들의 회초리는 실행 가능한 법 제정이다. '법'이란 회초리는 사회 악습이나 부조리 등을 근절하는 확실한 도구다. 우리 정치는 어떠한가? 글자대로 바로 잡혀있는가? '아니올시다.' '法'이 들어간 단어 가운데 가장 우리 현실과 동떨어진 문자가 정치의 '政'이다. 우리 정치는 바로 잡힌 적이 드물기 때문일까? 늘 우리 정치는 혼란스럽고 무질서하다. 금방이라도 깨질 듯하다. 툭하면 헤쳐 모여서 소속감이 낮다. 법을 제정하지만 잘 지키지 않는다. 당리당략에 굴복해 법 제정도 주저한다. 정치인과 정치상황은 스스로 회초리 역할을 망각하고 있다.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내리치지 않으면 가르침이, 잘못이나 악습의 퇴치가, 사회 부조리 타파가 불가능한가? 여하튼 옛 중국인들은 반드시 회초리로 내리쳐야 가능하다고 봤다. 한자(漢字) 문화권인 우리도 마찬가지다. 자발성이 부족한 인간의 속성, 현실에 안주(安住)하고 싶은 근시안적인 태도, 헛된 동류의식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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