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김현진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지난 8일 도시재생본부 대회의실에서 '2018 도시재생대학 2기' 수료식을 가졌다. / 대전시
지난 8일 도시재생본부 대회의실에서 '2018 도시재생대학 2기' 수료식을 가졌다. / 대전시

며칠 전 학생들과 이야기 하면서 '인싸'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아는 척 얼버무리다 자리를 벗어난 후 급히 검색을 통해 '핵인싸'까지 알게 되었다. 궁금하신 분은 찾아보시라. 새로 나온 말들을 모르는 것도 모르는 거지만, 고정관념에 쌓여 확장된 해석을 못하는 경우도 많다.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에 내 분야의 변화를 따라잡기도 어려운 실정에 타 분야까지 관심을 두기란 여의치 않다. 그래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그 안에서 사회복지의 의미를 찾아내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최근엔 청주시 도시재생대학에서 즐거운 경험을 했다. 그동안의 내게 도시재생은 낡은 곳을 허물고 다시 짓는 물리적 환경의 변화가 이해의 전부였다. 그런 분야에서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찾기에 호기심에 흔쾌히 강의를 허락하고 보니 사회복지가 꼭 필요한 곳이었다. 내가 맡은 팀의 주제가 '공동체의 회복'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만난 '다사로움 팀'은 오송, 오창, 가경, 복대 지역에서 청주행복교육지구 학교 밖 돌봄지원 사업을 수행하는 4개소의 돌봄교실과 지역아동센터, 작은도서관을 운영하면서 돌봄이 있는 공동체를 만들고자 노력하는 분들이었다.

자신의 것을 나누어 세상을 따듯하게 변화시키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감동이다. 내 아이를 위해 시작한 작은 나눔에 뜻을 같이하는 엄마들이 손을 보태고 돌봄이 필요한 동네아이들을 아무런 대가없이 돌보는 분들. 심지어 주말도 없이 도서관을 지키며 어우러지는 모습은 생생한 사회복지현장 그대로였다. 사회복지사만, 복지관을 통해서만 가능한 일인 줄 알았는데 주민들은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아이들을 위해, 동네를 위해 쏟고 있었다. 무엇이 이들을 움직이게 했을까. 전문실천기술이 없어도 좋았다. 동네를 위하는 진심이 마을 사람들을 움직였을 것이다.

갈 길은 멀다. 이제 막 시작한 돌봄공동체는 재정여건 특히, 인력여건이 좋지 않다. 십 수 명의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자원봉사자에게만 의지하는 건 안정성이 매우 낮은 일이다. 그런데 이들은 서두르지 않았다. 무엇을 건의하고 싶은가에 대한 물음에 주저 없이 '아이들이 뛰어 놀 공간'이 가장 필요하다고 답한다. '나'보다 '아이들'이 우선인 것이다.

그래서 이들에게 힘을 보태주기로 했다. 강의 시간에 모여 설문지를 개발해 아이들과 부모들, 지역의 요구가 있는지 기초조사를 수행했고 돌봄 교실의 현황에 대한 사례도 살펴보았다. 당장은 어렵더라도 혹시 누군가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돌봄교실 근처에 아이들이 뛰어 놀 유휴공간이 있는지도 찾아보았다. 여러 경험 상 이 정도로 공공의 힘을 얻어내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임을 알지만 그래도 이들에게 힘이 되고 싶었다. 지역별 돌봄 관련 조례를 찾아 자료를 제시하고, 기초조사 통계 처리도 도왔다. 혼자만 강의료 받는 게 죄송스러워 보고서 제본을 해서 나눠주고 이후 활동을 도모하는 데까지 설계를 하고 이 프로젝트를 마치게 되었다.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한동안 다시 실무자로 돌아가 조금이나마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노력한 것 같아 뿌듯했다. 돌봄 사각 지대에 놓인 초등학생에 대해 국가도 문제를 인식하고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다함께 돌봄' '온종일 돌봄' 등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 돌봄의 전제는 바로 마을이 함께 해야 한다는 중요한 조건 '공동체 회복'을 중심에 두고 있다. 우려되는 일은 '예산'을 투입한다고 바로 '공동체'가 만들어 지는 것은 아니라는 데 있다. 오히려 예산이 주민 갈등을 일으켜 독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그 적정선을 찾아야 한다. 도시재생 과정에서 공동체 회복을 위한 재정지원은 반드시 따라야 하지만 '돌봄'이든 '공동체의 회복'이든 목표를 효과적으로 낼 수 있도록 종합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혹시, 앞으로 이런 일들로 더 바빠져 '핵인싸'가 된다면 사회복지사로서 더 바랄 것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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