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성낙수 시인

마패. / 클립아트코리아
마패. / 클립아트코리아

유년시절 가장 높은 사람이 암행어사인 줄로 알고 있던 적이 있다. 필자만 그런 것이 아니라 친구들 대부분 그렇게 생각했다. 암행어사는 무엇이든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최고의 권력자인줄 알았고 잘못한 모든 사람을 벌줄 수 있는 가장 멋진 사람이라고 알았는데 커서 보니 그렇지 않아 실망이 컸다. 과거에도 관리들의 잘못을 쉽게 응징하지 못했기에 암행어사 출두의 신명난 이야기가 여기저기에서 화두가 되었던 것이다.

암행어사 출두를 탐관오리들이 겁낸 것은 처분이 명확하고 엄격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사심이 없이 객관적으로 처리한다고 정평이 났기에 잘 못을 저지른 관리들은 저항 하나 없이 무조건 줄행랑치기에 바빴다. 암행어사 출두 이야기를 백성들은 모두 좋아했다. 백성들이 공정하며 깨끗한 사회를 기대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현 정부는 이제 분개만 하면서 행동하지 않는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예부터 현대까지 암행어사가 수없이 출두했건만 바뀐 것이 별로 없다. 아직도 도적이 판을 치고 있다. 무고하는 자와 사기꾼 같은 범죄자들이 더 큰 소리치고 있으니 법의 한계를 엿볼 수 있다. 법은 순리여야 하는데 법을 다루는 사람들의 전유물화 되어 가고 있다. 현재의 암행어사인 청와대 특별감찰관들의 이탈 행위 문제는 아주 심각하다. 암행어사들이 사리사욕에 빠진 것이기에 국민들이 격분을 넘어 어이없어 하고 있다. 나라꼴이 말이 아니라고 한다. 국민들은 걱정이 많다. 그래도 윗선에서는 별일 아닌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 나라꼴이 말이 아니라면 백성의 꼴은 당연히 말이 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인데 말이다.

요새 와서 국민들 앞에 암행어사가 출두한다고 해도 별 반응이 없을 것이다. 국민들은 너나 잘하라는 듯 그냥 무심하게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암행어사 출두를 겁내지 않는 국민들이 자세가 차라리 보기 좋다. 고위 관리나 정치인들 중에 어쩌면 국민보다 정직한 사람들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오래전에 전두환 고스톱이 있었고 지금은 문재인 골프내기도 생겼다. 시대를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재미는 재미로 끝나야 하고 언제나 정의는 어디서나 살아 있어야 한다. 그 폼 나고 신명난 암행어사의 출두를 볼 수 없어 유감이다.

부패한 관리는 아직도 존재하고 국민만도 못한 정치인은 수없이 많다. 법을 만드는 국회가 법을 잘 안 지키고 있으며 회기 때마다 과거나 현재나 야당이 발목을 잡아온 것이 현실이다. 국회에서 퇴직공무원 연금을 동결 할 때 당사자이지만 필자는 반대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고통부담을 다 같이 하여 우리 사회가 보다 안정적인 삶을 맞이할 줄 믿었다. 자신의 일이 아니기에 쉽게 오년 연금 동결을 가결하고 본인들 세비는 자기들 마음대로 올리는 것을 보고 실망이 컸다. 이런 국회의원들을 믿고 살아가는 필자를 비롯한 침묵하는 국민들이 바보스럽다. 국회의원 수를 반 이상 줄이는 것이 국고를 축내지 않는 일이다.

성낙수 시인
성낙수 시인

민주주의에서도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다수를 위해 만들지 않고 소수 이익 집단의 힘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청렴하고 공정한 암행어사의 출두를 기대하던 국민들은 오랜 기대를 저버리고 침묵으로 살아가며 일천 원짜리 컵 밥 하나로 허기 채우며 공부하는 젊은 사람들의 희망은 거의 없다.

정부가 펼치는 경제 정책을 믿지 못해 국민들의 불안 심리가 너무 큰 것이 경제에 영향을 많이 주고 있다. 주위를 보면 조용히 참고 기다리는 자보다 설치고 큰 소리 치는 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 시대가 바뀌면 바로 적폐청산이 되어 좋은 사회가 올 줄 알았다. 그런데 일부 좋아지기도 했지만 오른 쪽 패거리들이 다 해 먹던 적폐를 청산하지 못하고 왼 쪽 패거리들이 그 자리를 차지해 자신의 멋에 취해 놀고 있다. 민주주의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이 이 빛 좋은 개살구 신세로 전략해 살아가고 있다. 사실을 차라리 모르고 살아가는 범부들이 부럽기까지 하지만 암행어사의 멋진 출두를 어린 아이처럼 아직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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