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반짝거리던 눈 보고 싶어 다시 준비해요"

[중부매일 이규영 기자]"3년차에 들게 된 임용고시(교육공무원 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 이하 임용고시) 시험이에요. 지난 시간들이 아쉽기는 해요. 하지만 그 기간은 스스로의 부족한 점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고, 이들을 양분으로 삼아 내년도 시험에서 더 좋은 결과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2020학년도 임용고시를 준비 중인 오소희(28)씨가 밝힌 포부다. 오소희씨는 지난 2017년도 한국교원대학교 석사를 졸업하고 박사학위를 이수하면서 임용고시를 준비했다.

오소희씨의 교사에 대한 꿈은 지난 2014년 우연히 시작하게 된 방과 후 강사에서 시작됐다. 현장실습 대체로 나가게 된 초등학교 수업에서 오소희씨는 정보·컴퓨터 과목 수업을 듣는 어린 꿈나무들을 만났다. 초롱초롱한 눈동자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것에 오씨는 '이 아이들이 내 제자라니' 하는 경외감을 느꼈다. 그러나 그는 수업을 진행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스스로에 대한 부족함도 느끼게 됐다.

"지시를 잘 따라오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수업 내내 딴청을 부리거나 집중을 하지 못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이 친구들을 모두 이끌어가야 했지만 그러질 못했어요. 그 때 느낀 부족함에 대해 원인이 뭔지 한참을 생각했어요."

사실 오소희씨는 당시 재학 중이던 한밭대 컴퓨터공학과에서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4년간의 공대생활 이후 기술자로서의 미래를 꿈꾸기 힘들었던 것이다.

"다른 대학동기들은 전공을 살려 취업을 준비했지만 저는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공부도 어려웠지만 이 길이 내 길이 맞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죠."

여러 고민 속에 휩싸여있던 오소희씨는 한 가지의 결론을 내리게 됐다.

"이왕 시작하게 된 것, 교육자가 돼 제대로 한 번 아이들을 가르쳐 보자." 그렇게 오소희씨의 임용고시 준비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시작한 공부가 해를 넘기게 되면서 오소희씨는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 불안감의 정체는 연애와 결혼. 일반적인 다른 고시생과 마찬가지로 오소희씨도 '평범한 젊은이들'과의 괴리감을 느낀 것이다.

"이십대 후반에 들어서니까 함께 수학했던 친구들이 연애를 넘어서 결혼까지 하게 되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너무 늦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막연한 생각에 밤새 잠들지 못하고 고민했던 적도 있어요."

이런 오소희씨에게 대학친구 한 명이 건넨 말이 위로가 됐다. '너 답게 살라'는 간단한 한마디였다. 거창하지 않았던 그 조언에 오소희씨는 이제껏 걸어왔던 고시기간을 회상하며 다짐했다. 다른 사람은 온전히 그들의 삶을 살고 있고, 오소희씨는 자신만의 인생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같은 한해살이 풀이라도 피는 꽃은 다르다고. 그렇게 스스로를 위안한 오소희씨는 약간의 후련함을 가지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게 됐다.

오소희씨는 올해 목표를 '2배'라는 단어에 맞췄다. 과락점수의 2배에 해당하는 점수를 따내 합격 안정권으로 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또 '행복한 공부'의 자세를 가져 불안감을 해소하고 스트레스가 적은 고시생활을 이어나가겠다는 목표다.

"과거의 고시공부가 단지 실패의 경험으로만 비춰지는 것은 원치 않아요. 2년간의 공부 내용이 저의 든든한 배경지식이 될 예정이고 이를 무기삼아 합격의 길로 나아갈 생각이예요."

오소희씨는 한편 올해 일정이 마무리된 2019학년도 시험에 대해 아쉬운 점이 많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답안을 알려주는 일반 지방직 공무원과는 다르게 임용고시는 채점기준이 공개되지 않아요. 교육학 같은 경우는 이론서 내용을 그대로 갖다 써도 만점이 나오지 않는다는 얘기도 있어요"

임용고시에 대한 채점기준의 모호함은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오소희씨와 같은 임용고시생들은 시험이 끝난 후 서울 노량진·인터넷 강의 강사들이 올려주는 가답안에 맞춰 시험지를 채점해야한다. 모범답안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에는 여전히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예비교사들을 위한 커뮤니티에서도 매번 서명을 요청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또 올해 치러진 시험에서 출제자가 장소를 이탈, 개인활동을 나서 보안에 대한 우려가 지적됐다. 오소희씨는 매해 이런 불안한 상황이 만들어진다면 고시생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앞으로의 시험에서 임용고시생에게 불안감을 주는 요소들이 제거된다면 훨씬 편하게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 저 스스로도 꾸준히 노력을 해나가겠지만 시험처에서도 수험생들을 위해 시험제도에도 많은 변화를 줘서 보다 좋은 환경이 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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