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좌절. / 클립아트코리아
좌절. / 클립아트코리아

연애, 결혼, 출산 등 3가지를 포기한 세대라는 '3포 세대'에서 시작해 '5포', '7포'를 거쳐 인생에서 수많은 것들을 포기한 'N포 세대'로 이어지기까지 오늘을 사는 우리 청년들이 겪어내야 할 아픔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이같은 아픔들은 내일을 기대할 수 없는 막막함에서 비롯됐다고 이들은 말하고 있다. '희망'과 '미래'를 무기로, 인생에서 가장 빛날 시기에 있는 청년들이 되레 수많은 걸림돌과 상처로 인해 포기와 좌절의 대명사가 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사회의 내일을 짊어진 청년들이기에 이들의 아픔을 이대로 방치해서도, 외면해서도 안된다.

중부매일이 '청년이 미래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창간 29주년 기념 특별기획으로 살펴본 지역 청년들의 실상은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충북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청년위원회의 설문에 응답한 청년들의 25%가 지속적으로 우울감을 경험하고 있으며, 18.4%는 최근 1년내에 자살까지 생각했다고 한다. 이같은 수치도 걱정이지만, 더 큰 문제는 자살을 생각한 동기다. 사회적 관계, 경제적 문제도 있었지만 희망없는 사회, 취업난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는 것은 미래의 삶에 대한 청년들의 부정적 시각을 말해준다.

내일을 향한 발판이 될 일자리 문제도 심각하다. 지역 청년의 절반이상이 지역에서의 삶에 대한 불만으로 5년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겠다고 했는데 그 이유의 대부분이 취업이직, 졸업후 귀향, 대도시 이동 등 일자리와 직결된 것들이다. 결국 지역의 열악한 노동환경·시장 때문에 지역을 떠날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 중간에 문화·사회 인프라 부족이 끼여있는 것은 정주여건이 청년들의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취업에 성공한 젊은이 10명중 7명은 급여와 업무량, 복지수준 등 근무환경에 불만족을 드러내 양질의 일자리에 대한 욕구를 대변했다.

청년 일자리 문제의 심각성이 더 크게 와닿는 것은 이처럼 일자리에 대한 고민이 깊은 반면 이를 지원하는 지자체 정책들이 겉돌고 있기 때문이다. 응답자의 80%가 일자리 지원정책을 모른다고 답했으며, 지원정책에 대한 만족도가 6% 언저리에 그친 것을 보면 지자체에서 들이는 노력에 비해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지원정책에 대한 불만족 이유로 정보부족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고 실질적 지원 부족, 단기적 행사 위주 등이 꼽혀 지금의 지원정책들이 청년 일자리에 실질적 도움이 되지 못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되짚어보면 미래에 대한 젊은이들의 걱정이 일자리로 귀결된다. 청년들이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효과에 한계를 보일 수 밖에 없는 지원정책을 하루빨리 바꾸고, 단순화·일원화된 정보제공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의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목소리다. 안정적인 일자리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향해 뛰어들 수 있는, 젊은이다운 패기와 도전을 펼칠 수 있는 일자리라면 충분히 매력적일 것이다. 지금 당장은 막막해도, 한발한발 가다보면 희망의 빛줄기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만으로도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이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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