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변광섭 컬쳐디자이너

학교밖청소년은 용기 있는 아이들이다. 학교를 그만둔 것이지 꿈을 포기한 것이 아니다. 아이들이 갈 곳이 필요하고 놀 곳이 필요하며 꿈을 빚는 곳이 있어야 한다. 아이들은 모두 꽃이다. 2019년 첫 희망얼굴 희망학교의 주인공 김남진 청주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의 화두는 지역사회를 새로운 시선으로 뒤돌아보게 했다.

그는 맞벌이 은행원이었다. IMF로 온 나라가 구조조정에 휘말릴 때 부부가 한 회사에 다녔기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사직을 했다. 그 때부터 아이들의 교육문제를 고민하게 되었고 이웃을 두리번거리게 되었다. 그래서 충북대학교 대학원에서 아동복지를 공부했고 사회로 뛰어들어 학교밖의 청소년들과 함께하고 있다. 내 아이 못지않게 이웃의 아이들을 보듬고 함께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소신 때문이다.

그는 현장에서 수많은 일들을 겪었다. 아이들의 일탈에서부터 갈등과 방황, 그리고 역경을 딛고 새로운 꿈을 일군 사례에 이르기까지 하루하루가 가슴 뜨거웠다. 가장 슬픈 것은 기성세대의 학교밖청소년에 대한 편견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리학생, 반항아, 골칫덩어리 등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편견이 아이들을 더 힘들게 한다.

그런데 학교밖청소년이 매년 1천여 명이 생긴다. 대한민국이 아니라 충북에서 말이다. 이 중 70% 상당이 청주권이다. 그럼에도 일반 시민들은 물론이고 교육기관과 자치단체의 관심은 미미하다. 청주시의 2조2천억 원에 달하는 1년 예산 중 청소년 예산이 0.28%라고 한다. 다른 대도시의 1%에 훨씬 못 미친다. 더 이상 청주를 교육도시라고 부르면 안될 것이다. 교육의 불모지나 다름없다.

그가 만난 학교밖청소년은 용기 있는 아이들이다. 제도권 교육이 싫어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불모의 땅을 나선 것이다. 새로운 도전을 한 것이다. 아픔이 있고 상처가 있을지언정 그 어떤 경험도 무익한 것은 없다. 학교밖청소년 10명 중 8명은 목표가 있다. 그 목표를 일구는 과정이 험난하고 간단하지 않기에 사회적 관심과 응원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스(study)펀(fun)지(池)'라는 공간을 만들었다. 일종의 청소년 사랑방이다. 여기서 검정고시 공부를 하고 노래도 부르며 춤도 춘다. 연극도 하고 직업체험도 한다. 공부하고 싶을 때 공부하고 놀고 싶을 때 놀 수 있게 하며 관찰과 따뜻한 시선으로 보듬어준다. 아이들은 경직된 기성세대와 다르다. 스펀지처럼 유연하기 때문에 빨리 흡수된다. 일탈을 해도 제자리로 돌아오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경험한 것만큼 보이고 생각이 커지니 잠깐의 일탈은 값진 풍경을 만들어 줄 수 있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자전거로 전국일주 소풍을 다녀오고, 대마도로 수학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아이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짜도록 했다. 센터에 오는 아이들이 '아무말대잡지'라는 책도 만들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 자신들의 일상, 새로운 미래에 대한 설렘 등을 글과 그림 등으로 담았다. 이를 통해 희망을 꿈꾸게 되고 도전하게 되며 그 가능성에 앙가슴 뛰게 되었다.

변광섭 에세이스트
변광섭 에세이스트

학교밖청소년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사회적 편견과 무관심이 이들을 멍들게 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몰지각한 기성세대와 제도권의 경직된 행정 때문인데도 사회적 책무감을 갖는 위정자들은 없다. 문화지리학이라고 들어보았는가. 내가 어떤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랐는가가 나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맹모삼천지교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데도 이 사회는 엘리트교육에만 주목하고 있다. 최근에 종영된 드라마 'SKY캐슬'은 우리시대의 일그러지고 그릇된 교육의 단상이다.

학교밖청소년들의 최종목표는 자립이다. 꿈을 일구는 것이다. 이를 위해 24시간 희망의 불을 밝히는 곳이 있어야 한다. 자신의 꿈을 위해 마음껏 공부하고 놀며 체험할 수 있는 곳 말이다. 지역사회가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다가가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