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혈통 보급·수출길 열며 '달콤한 상생'

지난해 10월 25일 대전사회적경제연구원에서 창립총회를 갖고 한국토종벌꿀협동조합을 출범시켰다.
지난해 10월 25일 대전사회적경제연구원에서 창립총회를 갖고 한국토종벌꿀협동조합을 출범시켰다.

[중부매일 윤여군 기자]"토종꿀벌은 지혜의 집단, 상생의 협력체입니다."

한국토종벌꿀협동조합 김기훈(64) 이사장은 "꿀벌들은 자신들의 먹이인 꿀을 혼자 먹지않고 동료들과 함께 공유한다"며 "토종꿀벌을 기르면서 생존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꿀벌에 대한 설명은 대략 이렇게 정리된다.

벌통내부에서 밖으로 나갔다가 꿀을 발견하게 되면 집으로 돌아와 동료들 앞에서 날개짓으로 춤을 추며 동료들에게 꿀이 얼마나 멀리 있는지 꿀의 량은 어느 정도인지, 어느 방향으로 날아 가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알려 준다.

특히 토종벌들은 꿀벌의 천적인 말벌들이 나타나면 침입자인 말벌 주위를 포위하여 애워싸고 날개짓으로 온도를 높여 고온으로 천척을 없애 버린다.

이 과정에서 꿀벌 중 몇 마리는 말벌의 공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자신을 희생을 하면서도 천적을 없애고 동료들을 보호하는 꿀벌의 지혜라고 말이다.

그러나 지혜의 집단이자 상생의 협력체인 토종꿀벌들이 최근 환경 및 기후 이상변화로 인해 사라지고 있다.

물리학자인 아인슈타인(1879~1955)은 "꿀벌들이 사라지면 인류는 5년안에 멸망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꿀벌들은 농업의 농작물을 비롯한 식물들에게 꿀벌들의 수정을 통해 인류가 필요한 식량자원을 제공해주는 소중한 곤충 자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토종벌을 키우는 한봉인들은 지난 2010년 이후 토종벌의 에이즈로 불리는 '낭충봉아 부패병'의 2종 법정 전염병 때문에 매년 질병과의 외로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낭충봉아부패병은 벌집속에 자라는 애벌레의 소화기관에 바이러스가 침입해 나타나는 질병이다.

벌방의 뚜껑이 쭈글쭈글 해지고 감염된 애벌레는 부어 오르다 죽게된다.

이 전염병으로 2010년부터 전국의 토종벌 90%이상이 멸종되는 위기를 맞자 전국의 토종벌 농가들은 지난해 전국 최초로 '한국토종벌꿀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전염병 극복과 토종벌 종봉 보급에 나섰다.

조합설립은 토종벌 멸종을 우려한 한봉인들이 청주 낭성면 김대립 농장에 하나 둘 모여 30여명의 토종벌 지킴이(회장 임철환)라는 순수 민간 단체를 만든 것이 계기가 됐다.

한국토종벌꿀협동조합 전경

토종벌 지킴이는 낭충봉아 부패병의 질병 퇴치를 위해 2011년 7월 옥천 농업기술센터에서 농립수산검역본부 관계자를 비롯해 일본 재래종 벌 협회 후지와라 회장 등을 초청해 질병 대처를 위한 한국 일본 토종벌 세미나 등을 개최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특히, 일본 재래종벌 협회 후지와라(勝原誠太) 회장 및 회원 10여명과 일본의 밀원 전문가인 사사키 玉川大學 교수 등을 초청해 옥천군 춘추민속관에서 한국 일본 토종벌 질병대처의 세미나를 공동 개최해 우리 토종벌의 멸종위기의 보호 활동을 벌였다.

지난 2017년 11월 일본 동경 츠쿠버 대학에서 열린 '벌과 인간들의 미래를 생각해요'라는 심포지움에 참가해 우리 토종벌의 사육 관리 세미나를 가졌고 한국 토종꿀 시식회를 개최해 일본 현지인들로부터 토종꿀의 우수성을 알렸다.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토종꿀벌 육종을 절감한 전국 21명의 토종벌지킴이들은 출자를 통해 지난해 10월 25일 대전사회적경제연구원에서 창립총회를 갖고 한국토종벌꿀협동조합을 출범시켰다.

옥천군 군북면 환평리에 협동조합 사무실(봉장)과 교육장을 마련하고 토종벌 육종과 토종꿀 산업화를 위한 후계농가 육성교육은 물론, 고품질 토종꿀을 생산해 백화점이나 일본 등 해외수출을 통해 조합원들의 소득증대를 꾀하고 있다.

조합이 결성되자 전국의 토종벌 농가와 귀농 귀촌에 대비한 직장인들의 토종벌 기르기에 대한 열기가 옥천 환평 뜰을 달구기 시작했다.

지난 2월 23일 실시된 올해 첫 토종벌 계절별 사육관리 기술 교육에 강원 홍천, 경남 김해, 청도, 울산, 장수, 수원 등지에서 30여명이 자율적으로 신청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협동조합 교육실에서 월별 꿀벌 관리 정기교육을 하고 있다.
협동조합 교육실에서 월별 꿀벌 관리 정기교육을 하고 있다.

제1기 주말반 과정인 이 교육은 이달부터 오는 10월까지 총 5회에 걸쳐 옥천군 환평뜰 소재 자체 교육장에서 진행되고 있다.

교육은 토종벌 사육현장의 컨설팅과 좌담회 형식으로 열려 1년간 전 과정을 이론과 실기를 통해 토종벌을 혼자서 관리할 수 있도록 사육 관리 기술 등을 익히게 된다.

교육은 농림축산검역본부 조윤상 박사의 '낭충봉아부패병'에 대한 질병 진단과 예방의 좌담회를 비롯해 국내 토종꿀 전문가인 김석창박사(전 인산염초연구소)의 토종꿀의 고품질 생산을 통한 농가들의 소득 증대 방안 등에 대한 특강과 조합 자체 강사들의 토종벌 사육관리에 대한 교육이 진행돼 호응을 얻었다.

오승환 전무(59)는 "우리 조합의 토종벌 사육 관리는 농가 및 귀농인 등이 1년 과정의 계절별에 따른 현장 중심의 이론과 현장 학습을 통해 참가자들이 토종벌 1통으로 인공분봉을 통해 10군 이상 증식, 고품질의 토종꿀을 생산해 농가들의 소득을 창출하는데 중점을 두고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월별 정기교육에서 교육생들에게 채밀 교육을 하고 있다.
월별 정기교육에서 교육생들에게 채밀 교육을 하고 있다.

이 조합은 우리 고유의 우수한 토종벌의 순수 혈통 보급과 증식을 위해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전염병에 강한 토종벌을 공급받아 서해 도서지역 2곳에 육종안전봉장을 운영하고 면역에 강한 토종벌을 육종하고 있다. 올해 안에 대량의 분봉을 늘려 농가에 보급할 계획이다.

이 조합은 이달 27일 일본 재래종벌 협회 후지와라(藤原誠太) 회장을 초청, 옥천군 조합에서 '한일 토종벌 사육관리 및 질병대처 다수확(flow hive) 채밀방법'에 대한 세미나를 열고 28일 일본과 한국 토종꿀의 생산 공급 및 수출을 위한 MOU를 체결해 토종꿀을 수출할 계획이다.
 

인터뷰 - 김기훈 이사장

 

김기훈 한국토종벌꿀협동조합 이사장

"우리 협동조합은 전국 토종벌 농가들이 만든 협동조합으로 백년 미래를 위한 가족 공동체 생산자 조직 단체로 육성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10월 한국토종벌꿀협동조합 초대 이사장에 선출된 김기훈 이사장은 "우리 조합원들에게 이익이 재분배되는 생산자 조합으로 멸종위기의 토종벌 보급을 통한 생태 순환의 공익적 가치를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토종벌 농가와 생산자들의 안정적인 생산을 이루며 공동수매를 통한 판매유통으로 조합원들의 소득을 늘리고 구성원들의 일자리 창출도 확대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국내 처음으로 만든 한국토종벌꿀 협동조합은 토종벌의 올바른 사육관리를 통해 토종벌 사육 기술 교육에 중점을 두어 최상의 고품질 생산을 위해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진흥청,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신지식농업인 중앙회와 소비자 단체 등 각 분야 전문가를 초빙해 사육 농가들의 기술을 향상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고품질의 토종꿀을 생산해 국내 판매는 물론 벌꿀의 최대 수입국인 일본과 중국 등에 우리 토종꿀을 수출해 국내 토종꿀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받아 가치를 상승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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