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김미희 청원고등학교

여기저기서 꽃망울 터지는 소리가 퐁퐁 들리는 요즘, 나라 온 지역에 봄꽃 축제 소식도 만개하고 있다. 봄바람이 불어오면 나른한 오후 학교 밖으로 뛰어 나가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 된다. 봄날! 누구에게나 봄날은 따뜻하다.

봄날 제자를 만났다. 20대 첫 발령지에서 가르쳤던 아이가 이제 불혹의 나이로 멋쩍게 인사를 하며 다가왔다.

"저…혹시…"선생님이신가요?"

"아. 네…누구…?"

"헤헤. 선생님 저 OO입니다." 그러면서 듣기 좋은 거짓말을 한다.

"선생님 예전 모습 그대로 하나도 안변하셨어요."

수업컨설팅으로 방문한 시골학교에서 제자와 해후를 하고 그동안의 안부를 묻느라 저녁 늦도록 반가운 수다를 나누었다.

"선생님 저 아직 미혼입니다." 묻기도 전에 먼저 말을 건넨다. 불혹이 넘도록 미혼이라니… 마음속으로 하하 웃으며 우리가 지나온 세월이 참 많이도 흘렀구나 싶어진다.

"그래도 제가 꼭 하고 싶었던 교사가 되어 행복합니다."

임용고시 통과하기가 7전 8기라는 말을 실감했다는 그 녀석, 어찌 교사가 되었냐는 질문에 뜻밖의 대답을 한다. "너는 교사가 되면 아이들과 소통도 잘하고 인생의 멘토가 충분히 될 수 있겠는데…" 라고 던진 한마디. 뚜렷한 목표의식이 없던 그 때 진로를 교직으로 택했다고. 사실인지 아닌지 기억에도 없는 말 한마디가 제자의 인생에 큰 디딤돌이 되었다니.

어쩌면 줄탁동시였을까?

김미희 청원고등학교 수석교사
김미희 청원고등학교 수석교사

봄이 되니 따뜻해지고 아이들이 학교 작은 정원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일명 토크버스킹으로 진행되는 플래시몹. 움직임보다는 이야기에 초점을 두고 점심과 저녁 급식시간에 진행되는 이 작은 행사는 청원고 가족 불특정 다수를 향해 자신만의 주제로 5분 이내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글로벌리더십캠프 참가자를 선정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지만 사람들 앞에서의 이야기 그 자체로도 의미와 성장이 있겠다. 이야기의 주제도 참 다양하다. 미래인재에게는 인성교육이 꼭 필요하다는 이야기, 역사는 역경과 고난의 시기를 극복한 후에야 발전하는데 자신이 청원고에서 자신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는 이야기, 관심 있는 분야에 몰입하다보니 자신의 꿈과 끼를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이야기 등 수능공부로 지치고 힘든 줄만 알았던 아이들의 하모니가 어쩜 이리 아름다울 수 있을까. '좋은 스승은 학생들에게 관심이 많아서 평소에 학생들의 특징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한다' 는 공자의 가르침이 새삼 되새겨지는 시간이다.

닭이 알을 깔 때에 알속의 병아리가 껍질을 깨뜨리고 나오기 위하여 껍질 안에서 쪼는 것을 '줄'이라 하고 어미 닭이 밖에서 쪼아 깨뜨리는 것을 '탁'이라 한다. 교직 30년이 훌쩍 넘었건만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 몸부림치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탁'이 되어줄까 아직도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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