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이창근 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장·충남문화재단 이사

서울 강남에 있는 한국문화의집 코우스에서 사단법인 한국춤역사위원회 주최로 큰 전통춤판이 열렸다. '대한민국전통춤 무형유산 특별전'이다.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승무, 태평무를 비롯하여 대한민국전통명무로 인정된 종목으로 구성된 무용공연이다.

이날 대한민국전통명무 제1호 이동안류 진쇠춤(윤미라), 제2호 김취홍류 십이체장고춤(한혜경), 제3호 익산한량춤(김지립)을 무대에서 만났다.

춤이 살아 숨 쉰다. 생음악 반주 장단 속의 춤사위가 향연을 만들고 무대 위 공연자는 관객의 추임새와 인터랙션한다. 전통춤에 담긴 선조들의 정신이 오늘날 우리들의 정서와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동안류 진쇠춤은 구한말 각 지역에 설치된 재인청, 교방의 예인이나 관기 등에 의해 추어졌었다. 일제강점기에는 권번을 통해 전승되다가 광복 후 조직된 기생조합과 전문예인집단에 의해 그 명맥이 유지됐다. 이러한 과도기를 거치며 진쇠춤을 계승한 예인이 화성 재인청의 마지막 광대 이동안(1906~1995)이다.

진쇠춤의 춤 철학은 강약의 변화 속에서 다채로운 춤사위를 펼쳐 삶의 희로애락을 표현하며 절제의 미학을 중시한다. 이를 오늘날까지 전승하고 있는 윤미라 경희대 교수가 제자들과 함께 5인무로 무대에 되살렸다.

김취홍류 십이체장고춤은 풍물굿판의 설장구놀이를 춤 미학으로 얼싸안아 무대예술이 되어 올해로 100년이 넘은 춤이다. 1918년에 발간된 '조선미인보감'에 기록됐다. 기녀의 장고춤은 당시 한성권번의 김취홍이 추었고, 이를 광복 후 오천향에게 전수돼 현재 한혜경 선생이 보존회원들과 함께 계승하고 있다.

십이체장고춤은 백성의 삶과 어우러진 풍물굿판에서 피날레를 장식하는 가장 신명 나는 공연이었다. 한혜경 선생은 가벼움과 무거움, 섬세함과 우람함, 정교함과 장중함을 창출하는 장고춤 군무로 이날 우리들의 삶을 풀어내고 얽힘을 달래는 춤판을 선사했다.

이창근 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장·충남문화재단 이사
이창근 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장·충남문화재단 이사

한량춤은 두 유형으로 나뉜다. 첫째는 여러 명이 배역을 맡아서 무언극 형태로 추는 것이고, 둘째는 여러 명이 같은 춤을 군무로 추는 것이다. 한량춤의 유래는 1876년 '교방가요' 의암별제에도 나타난다.

김지립의 익산한량춤은 남성적 기상과 함께 살아 꿈틀거리는 박력을 느끼게 해준다. 무엇보다도 보는 이로 하여금 어깨를 들추시게 하고 다리를 들썩이게 하는 무대와 객석의 상호작용을 일으킨다.

무형유산의 핵심은 전승이다. 선조들의 예능과 기능, 사상과 철학을 기록하고 연구하며, 무대에 올리는 활동이 중요하다. 이 과정 자체가 어제와 오늘을 잇고 미래를 창출하는 힘이다. 전통이 있기 때문에 동시대 예술작품이 탄생하고 문화로 행복한 일상을 만든다.

현재에도 여러 공연예술 장르에서 이뤄지는 공연작품 창작은 전통이 있으므로 영감을 얻는다. 그래서 예술작품 창작의 근원은 우리의 전통문화와 무형유산이고, 그것을 잘 지켜나가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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