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이창근 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장·(재)충남문화재단 이사

국가 외교는 안보와 경제 등의 의제로 늘 첨예하다. 그러나 문화는 '교류'라는 특유의 성격을 갖고 있다. 그것이 문화가 지닌 힘이다. 문화는 국가와 인종을 초월하여 서로 간의 벽을 허물고 국가와 국가, 사람과 사람을 잇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3월 2020 도쿄올림픽의 남북공동 출전을 준비하며, 2032 올림픽의 남북공동 유치를 추진하겠다고 2019년 주요업무계획의 첫머리에 밝혔다. 그것은 지난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10여 년간 단절됐던 남북대화의 물꼬가 트였고 그 후속으로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됐으며, 남북관계에서 '문화'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적 규모의 대형행사를 흔히 메가이벤트(Mega-event)라 일컫는다. 엑스포, 비엔날레 그리고 각국 정상이 참여하는 국제회의 등이 있다. 체육과 관련된 것은 메가스포츠이벤트라고 한다. 동·하계올림픽, FIFA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동·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등이 그것이다.

우리나라는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1988 서울올림픽, 2002 한일월드컵,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14 인천아시안게임,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치렀다.

서울올림픽은 동서진영의 화해와 냉전 구도 해체에 크게 기여했다. 이후 30년 만에 열린 평창동계올림픽은 평화올림픽으로 평가받으며 남북 화해 분위기를 이끌었다. 올림픽의 기원에서 보듯이 결국 메가스포츠이벤트는 국가와 국가 간의 체육경기뿐만 아니라 문화까지도 향유하고 교류하는 전 세계인의 문화축제다. 또 평화의 제전이다.

서울올림픽 개회식에서는 감동의 여운이 남는 많은 장면이 있는데, 그 중 경기장에 정적이 흐르며 한 어린이가 굴렁쇠를 굴리며 나타나는 퍼포먼스를 기억할 것이다. 경기장의 관중과 텔레비전으로 개회식 중계를 지켜보던 전 세계의 시청자들은 온통 굴렁쇠를 굴리는 어린이만을 바라봤다. 힘차게 굴렁쇠를 굴리던 소년은 경기장 중앙으로 가서 잠시 멈춘 후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고 사라졌다.

이창근 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장·충남문화재단 이사
이창근 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장·충남문화재단 이사

당시 이 굴렁쇠 퍼포먼스는 전 세계인들에게 세계평화, 인류화합이라는 메시지를 전해 큰 울림을 남겼다. 지난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에서도 송승환 총감독은 우리나라의 역사문화를 활용한 소재,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연출로 대한민국의 문화적 자부심을 세계만방에 알리는 감동적인 개폐회식을 만들어냈다. 대한민국의 인지도와 이미지를 포함한 브랜드 가치가 1시간 동안의 짧은 시간에 발현된 것이다.

이처럼 개폐회식은 개최국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행사라고 할 수 있다. 개최국은 이를 통해 자국의 문화적 우수성을 전 세계에 선보인다. 이를 통해 국가브랜드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나라의 스토리와 공연예술이 다양한 연출기법과 조화된다.

이제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얼마 안 남았다. 개폐회식에서는 평창동계올림픽의 감동을 이어 문화로 활짝 핀 대한민국의 브랜드작품이 세계인과 소통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메가스포츠이벤트 개폐회식은 메시지의 종합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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