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에 뭍은 바퀴자국 단서로 꼭꼭 숨은 범인 검거

청주청원경찰서 강력1팀 김한철 수사관과 장현채 팀장, 이상욱 수사관, 정왕훈 수사관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강력1팀은 '오창 구리선 절도범 사건' 수사유공으로 경찰청 표창을 받을 예정이다. /신동빈
청주청원경찰서 강력1팀 김한철 수사관과 장현채 팀장, 이상욱 수사관, 정왕훈 수사관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강력1팀은 '오창 구리선 절도범 사건' 수사유공으로 경찰청 표창을 받을 예정이다. /신동빈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현장에 가보니 낙엽으로 뒤엉킨 진흙사이로 희미한 바퀴자국이 보였습니다. 당시 이것을 놓쳤다면 범인들을 아직 잡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죠"

청주청원경찰서 장현채 강력1팀장은 낙엽에 뭍은 용의차량 바퀴자국 덕에 자칫 장기화 될 번 한 '오창 구리선 절도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10일부터 3월 22일 사이 발생한 이 사건은 천안과 청주, 증평으로 향하는 오창 삼거리 인근에서 범행이 일어나 용의자의 도주경로가 매우 다양했다. 용의차량 특정을 위해서는 반드시 차량 이동경로를 파악해야 했던 경찰로서는 도로를 살짝 빗겨나면서 생긴 용의차량의 바퀴자국이 결정적 단서가 된 것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내진 이 바퀴자국을 분석한 결과 차량의 진행방향이 구 오창을 향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차종은 1t트럭으로 밝혀졌다.

이에 경찰은 공장 주변 CCTV 80여대를 수거해 살펴보는 한편 주요 도주경로로 추정되는 고속도로를 지나간 통과차량을 분석했다. 범행기간 이 고속도로를 통과한 차량은 87만 여대에 이른다.

수 일째 밤을 새며 영상을 분석한 수사관들의 집념은 결국 범인의 차량을 찾아낸다. CCTV 속 화면에 찍힌 이미지를 하나하나 분석해 1t 화물차를 구분, 도로통과 시간을 역순으로 계산해 용의차량을 특정한 것이다. 범인들이 차량 번호판을 비닐 등으로 가리고 주행해 차량번호 확인에는 실패했지만 이동 동선을 추적한 경찰은 수사개시 10여일 만에 증평군의 한 여관에서 용의차량을 발견한다. 이후 경찰은 통신수사를 통해 범행시간 대 통신기록을 확인 용의자 인적사항을 파악했다. 새벽시간 휴대폰 사용이 극히 적다는 점을 이용해 범인을 역 추적 한 것이다.

경찰은 이처럼 끈질긴 추적 끝에 범인의 은신처를 확보했지만 바로 범인검거에 나서지 않았다. 수사관들은 공범이 몇 명인지, 훔친 구리선을 어떻게 처분하는지에 대한 확인이 필요했기 때문에 여관 인근에서 잠복근무를 서며 범행의 실체파악에 나선 것이다.

30대 남성 2명으로 구성된 절도단으로 확인된 이들은 최근 1t트럭을 훔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늦은 밤 여관에서 나와 범행을 저지르고 오전 중에 훔친 구리선을 고물상에 처리하는 패턴을 보인 절도단은 오후에는 여관에 머물며 휴식을 취했다.

이에 강력1팀은 잠복 이틀째인 4월 5일 오후 3시 15분께 여관에서 투숙 중이던 A(35)씨와 B(35)씨를 검거했다.

이들은 친구사이로 전기관련 업종에 종사하던 A씨가 "구리선이 돈이 된다"며 B씨에게 범행을 제안했다. 특히 A씨는 범행 전 자신의 아버지의 1t트럭 차량을 훔쳐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조사 결과 A씨와 B씨가 석 달간 오창읍 일대를 돌며 훔친 구리선의 양은 6천200㎏에 달했다. 특별한 장비나 기술이 없던 이들은 절단기로 일일이 구리선을 잘라 트럭으로 옮기는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하루 500~600㎏ 정도의 구리선을 훔치는데 소요된 시간은 5~6시간 정도다. 또 태양광시설업체가 쌓아둔 구리선을 무단으로 가져가기도 했다.

장현채 팀장은 "구리선이 무겁고 둥근 형태로 말려있기 때문에 한 번에 많은 양을 훔치지 못한 것 같다. 이 업체가 보름에 한 번씩 이곳을 찾는다는 것을 알고 그 사이 기간 동안 밤마다 이곳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며 "철조망을 자르고 잠입한 후 나올 때는 자동차 판매 현수막으로 가려놓는 등 나름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고 말했다.

A씨와 B씨는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돼 지난 4월 7일 검찰에 송치됐다. 이들에게 구리선을 헐값에 사들인 고물상업자는 업무상과실작물취득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강력1팀의 이러한 수사과정은 경찰청에서도 귀감이 되며 국관추천에 올랐다. 본청 수사국에서 형사계 수사 유공으로 표창 추천을 받은 것이다. 지난 1월 장현재 팀장이 부임하고 청원경찰서장 표창 2개를 받은데 이어 본청장 표창까지 받게 된 것이다.

이에 장현채 팀장은 "우리팀 수사관 한명 한명이 모두 열의가 있다. 사건 하나를 물으면 집요하게 파고들어 반드시 범인을 검거해 낸다. 주말도 반납하는 일 욕심에 팀장인 저는 그저 지원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며 팀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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