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권택인 변호사

5월 중순경 필자가 법률자문을 하는 병원의 자문변호사 자격으로 하와이에서 열린 아시아 만성기 협회 행사에 다녀왔다. 만성기 병원은 일반 병원이라 볼 수 있는 급성기 병원에서 처치가 끝난 환자의 재활, 요양을 하는 병원으로써 요양병원 등이 이에 해당하고, 일본과 한국, 중국이 아시아 만성기 협회를 만들어 서로 협력하고 있다.

처음 만성기 협회의 하와이 동행을 제안받고 9일 동안 사무실을 비워야 하는 부담감과, 일정상 출국일 오전에 임원을 맡고 있는 단체에서 주최하는 대규모 행사가 있었다는 점, 참가하지 않으면 비난의 십자포화를 감수하여야 할 고등학교 총동문 체육대회가 예정되어 있어서 참가를 주저했다.

하지만 첫째로 필자는 병원 자문업무가 많은 터라 자문업계에 대한 배경지식을 늘리고자 하는 욕심, 둘째로 필자 스스로가 요양병원을 산하기관으로 두고 있는 사회복지 법인의 등기이사인 까닭에 업계의 현실을 파악하는 것이 병원 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 셋째로 한국과 일본이 함께하는 협회의 국제 행사에 참가함으로써 국제적인 감각을 갖출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과감히 하와이 일정에 동행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출발 당일 예정된 행사 2건을 오전 중에 숨가쁘게 마치고, 공항에 도착하여 발권데스크 앞에서야 비로소 미국에 입국하려면 ESTA 입국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ESTA는 최소 출국 72시간 전에 신청하였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경악하는 것으로 하와이 일정이 시작되었다.

무지로 출장이 좌절될 상황이었다. 그런 탓에 행사가 타격을 입게 되면 어쩌나 걱정하고 있던 차에 기적적으로 발권종료 직전 ESTA 허가가 났고, 숨이 찰 정도로 뛰어서 간신히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영화에서 "니가 가라"던 하와이. 왜 영화에서 삶의 터전 포기와 등가치로 둘만한 장치로 하와이가 사용되었는지 알만하였다. 오랜 비행이었지만 시차로 한국에서 출발한 시간보다 더 이른 시간에 하와이에 존재하고 있었다. '어제의 섬'에 내가 와있다. 멈춘 시간속에 나만 잠시 과거로 돌아온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출발전 있었던 혼란스러운 감정소모 대신 하와이의 햇살을 마음에 넣었다. 선물처럼 얻은 시간이었다.

일본측 만성기협회 주최 만찬으로 공식 일정이 시작되었다. 일본 로펌에서 변호사 시보로 있었던 적이 있던 터라 일본어는 어느 정도 익숙할 줄 알았으나, 이제 제대로 듣기조차 어렵다. 하지만 그들의 후의는 정중한 태도에 그대로 묻어나왔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 사회에 도달한 일본측의 만성기병원 운영 노하우는 한 발짝 앞서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권택인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법무부교정자문위원
권택인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법무부교정자문위원

하와이 소재 요양원 라운딩을 하면서 그들의 요양시설 노하우를 얻을 수 있었다. 의료보험 체계가 다른 미국에서는 요양원 1일 입원료가 500달러, 1일 재활치료비용이 900달러라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한달에 100만원 가량만 개인부담을 한다하니 약 하루에 3만4천원 가량이다. 만성기 의료체계는 우리가 더 친서민적이다.

그런 차이 탓인지 요양원 입원자를 대하는 태도가 우리와 사뭇 다르다. 입원자를 재활치료나 요양의 환자로만 보지 않고 게스트라 칭하며 극진히 대하는 한편, 각 층마다 게스트의 권리(컴플레인을 제기할 권리, 병실을 옮길 권리 등)를 게시하여 VIP호텔에 투숙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도록 보살피고 있다. 그런 수요자 중심의 자세는 우리나라에서도 배워야 할 점으로 생각된다.

물론, 틈틈이 하와이의 경관을 즐기며 휴양을 하였고, 그런 기억이 출장 본연의 업무(?)보다 가장 많이 떠오르는 추억으로 남았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태평양 한가운데 '어제의 섬' 하와이에서의 며칠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 강렬한 기억으로 남을 듯하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