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농촌서 '청년네트워크' 도전… 소통창구 역할 자긍심

학업을 위해 고향을 떠난지 10년만에 돌아온 송기은 씨가  청양군 청년일자리사업 인턴으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해 신활력플러스사업추진단 사무장으로 활동하고 있다./김준기
학업을 위해 고향을 떠난지 10년만에 돌아온 송기은 씨가 청양군 청년일자리사업 인턴으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해 신활력플러스사업추진단 사무장으로 활동하고 있다./김준기

[중부매일 김준기 기자]송기은(28)씨는 학업을 위해 청양군을 떠났다가 10년 만인 지난해 돌아왔다.

올 1월부터 청양군 청년일자리사업 인턴으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 현재는 신활력플러스사업추진단 사무장으로 활동하는 중이다.

'인턴=시한부 인생'이라는 개념이 공식화 된 지 오래지만 송 사무장의 얼굴에선 그늘을 찾아볼 수 없다. 지금 자신이 누리고 있는 시간이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같은 또래의 청년들이 주어진 시간을 독점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는 반면 송 사무장은 자신의 지분을 확실하게 챙기는 스타일이다.

대학원 졸업 후 친구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기 위해 취업준비생이란 꼬리표를 달거나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도전으로 새로운 여정을 떠날 때, 과감하게 고향에서 6개월간 푹 쉬워보자는 배짱 좋은 선택을 한 것도 지나온 시간은 물론 앞으로의 시간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에 가능했다.

"고등학교부터 대학원까지 지난 10년간을 돌아보니 참 바쁘게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기특한 저에게 상을 준다는 생각으로 6개월 정도는 집에서 푹 쉬면서 충전을 하자는 결론을 내렸죠. 물론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이다 뭐다해서 분위기는 어수선했지만 옛날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열심히 할 자신이 있어 주저 없이 실행에 옮겼어요"

이렇게 시작된 청양에서의 생활은 지역에 대한 인식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농촌지역이라 모든 것이 단순하리라던 생각이 여지없이 깨져버린 것이다.

가공되지 않은 청양의 분위기가 신선함으로 다가오기도 했지만 '대학원까지 졸업한 젊은 친구가 왜 시골에 내려와 놀고 있지?'하는 오해의 시선은 괜스레 사람을 주눅 들게 만들었다.

낯선 얼굴에 대한 지역 청년 사회의 진입장벽도 생각 외로 높아 만만치 않은 청양생활이 계속될 무렵 지인의 소개로 만난 것이 지금의 송 사무장을 탄생시킨 청양군청년네트워크다.

행정이 청년정책의 방향설정과 정책발굴을 청년과 함께 고민한다는 취지도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청양에서 먼저 자리를 잡은 선배 청년들과의 교류도 가능 한터라 주저할 것 없이 신청서를 내밀었다고 한다. 이렇게 시작된 청양과의 본격적인 인연은 난데없이 나타난 것 같던 이방인을 우리라는 테두리 속으로 들어오게 만들었고, 진짜 청양 청년으로 활동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줬다.

청년네트워크 복지분과 분과장 등으로 활동하면서 시야가 넓어지자 자신과 같은 청년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고 그 고민은 새로운 도전으로, 그 도전은 절반의 실패를 절반의 성공으로 변화시켰다.

"청년네트워크 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이곳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겠구나'란 생각을 하게 됐고, 일자리에도 도전해 성공했어요. 처음에는 용돈이라도 벌어볼까 하는 마음이 앞섰지만 5개월이 지난 지금은 제가 청양을 위해 작은 일이나마 할 수 있다는 뿌듯함에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고 있습니다."

송 사무장은 자신의 일에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다. 첫 단추인 공모 선정부터 참여한 탓도 있지만 농촌지역 유·무형의 자원과 민간 조직을 활용해 특화산업을 육성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의 자립 성장을 목표로 하는 신활력플러스사업이 청양군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생각에 사소한 일 하나 허투루 넘기지 않는다.

주민과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향식 사업 특성상 행정과 주민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해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지역이 날 필요로 하고 있다는 자긍심이 든다는 송 사무장은 역량과 열정이 있는 청년이라면 인구 3만의 소규모 농촌지역인 청양군에서도 분명 성공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인턴 기간이 끝나도 송 사무장은 지역에서의 역할을 이어나가볼 생각이다. 쉽지 않은 길이 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처럼 행복한 청양에서의 생활이라면 어지간한 고난쯤은 이겨낼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연봉이 높고, 사람들이 알아주는 직장이 최고일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아가고 있어요. 나를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곳에서 꿈을 펼치는 것이야 말로 청년들이 도전해볼만한 일인 것 같아요. 이런 저를 믿고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부모님과 주변 분들에게 늘 감사드립니다. 저부터 시도해 보려고 해요. 한번 지켜봐주세요."

 

고향 지키는 청년에 취업·사회활동 기회 제공 절실

"어렸을 적과 비교해 무엇이 변했냐?"는 질문에 곰곰이 생각하던 송기은 사무장은 "수영장과 영화관이 생긴 것이 가장 큰 변화 같다"고 답했다. 초등학교 때가지만 해도 언감생심 영화 구경은 상상도 못했고, 중학생이 돼서야 보령에 가서 영화를 봤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양의 영화관에서는 아직 한편의 영화도 안 봤다면서 멋쩍게 웃는다.

이렇듯 청년의 이상과 현실은 동떨어진 부분이 많다. 더욱이 청양처럼 소규모 농촌지역인 경우는 상황이 더욱 심하다. 송 사무장은 고향을 지키고 있는 청년들에게 지역사회가 더욱 따뜻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양질의 일자리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젊은 친구가 왜 시골에서 이러고 있어'하는 수근거림이 청년들의 등을 떠미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난이란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이 시대의 청년들을 불쌍하다고 동정하거나 혹은 끈기가 없다고 비판만 해서는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일방적인 퍼주기 정책이 아니라 청년들에게 발돋움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도 했다. 송 사무장은 자신의 삶이 조금 더 성숙해진 뒤에는 토목 전공을 살려 후진국에서 봉사를 하고 싶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이렇듯 이 땅의 청년들은 충분히 예찬 받을 자격을 가졌다. 이제 우리 사회가 실천만하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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