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처 찾기 번거롭다며 관련없는 기관까지 '공문 폭탄'

충북도교육청사 / 중부매일 DB
충북도교육청사 / 중부매일 DB

[중부매일 김금란 기자] 행정실수 망신도 모자라 조직의 그릇된 점을 언론에 고발한 내부자 색출로 파문을 일으킨 충북도교육청이 이번엔 안일한 행정으로 일선 학교의 불만을 사고 있다.

충북도교육청 기획국 예산과는 지난 13일 '2019학년도 순회 법제교육 대상자 명단 알림' 공문을 본청 14개과를 비롯해 직속기관, 교육지원청, 초·중·고 등 총 499곳에 보냈다.

이 공문에는 순회 법제교육 실시계획과 교육대상자 명단이 첨부됐으며, 교육대상자는 지방공무원(교육전문직 포함)과 사립학교 행정실직원 등 총 151명이다.

하지만 예산과는 단지 수신처를 찾는 번거로움 때문에 교육과 관련 없는 기관·학교에까지 공문을 일괄 발송한 것이다.

이번 교육 대상자 중 초등학교는 청주 가덕초를 비롯해 32곳이지만 공문 수신자를 보면 공립초 256곳과 사립초등학교장 1명 등 총 257곳에 뿌려졌다. 중학교의 교육대상자는 27곳이지만 공립 중 105곳과 사립중학교장 5곳 등 총 110곳에 보냈다.

고등학교도 비슷한 상황으로, 업무담당자의 행정편의적인 업무태도가 이 공문을 받지 않아도 되는 348곳에 헛수고를 끼친 셈이다. 비율로 따지만 교육대상자가 없는 기관이 해당기관보다 3배 가까이 더 많다.

도내 학교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공문 한 번 더 열어보는 것이 그리 힘든 일이냐고 하겠지만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단순하게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새로운 업무 증가로 공문은 계속 늘어나는데 담당자가 귀찮다고 해서 수신처 선별없이 공문을 마구 뿌리면 학교의 업무 경감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본청의 안일한 업무태도를 고치지 않으면 공문감소 등 학교업무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 3월 조직개편에서도 학교업무 효율화를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 했지만 일선학교에서 느끼는 체감도는 떨어진다"고 말했다.

도교육청 예산과 관계자는 "100곳이 넘는 수신처를 일일이 찾아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일괄발송 한 것 같다"며 "앞으로 예산과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공문서 줄이기에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행정편의주의 업무태도는 지역교육청과 직속기관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청주교육지원청은 지난 5월 13일 '2019. 학교운동부 현황 조사 자료제출 방법 안내' 공문을 관내 초등학교 92곳과 중학교 96곳 등 총 188개교에 보냈다.

하지만 학교운동부 현황 조사 관련 공문은 이미 도교육청에서 도내 전체 초·중·고 469곳에 시달돼 청주교육지원청은 같은 내용의 공문을 굳이 이첩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다. 결국 청주지역 초·중교는 같은 내용의 공문을 두 번이나 받은 셈이다.

증평괴산교육지원청은 학교운동부 현황 조사와 관련 도교육청의 공문으로 대체를 하고 관내 학교에 중복해서 공문을 보내지 않았다. 도교육청이 도내 전체 학교를 대상으로 공문을 시달할 경우 지역교육지원청은 같은 내용의 공문으로 중복해서 보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청주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관내 학교 수가 많아 기한 내에 현황을 파악하기가 어려워 초중 전체자료집계처리시스템으로 먼저 처리하기하기 위해 공문을 다시 보냈다"고 말했다.

충북교육도서관도 2019 인문소양 역량강화 직무연수를 실시하면서 참석대상은 초·중·고와 교육청, 직속기관 등 총 104명이지만 공문은 491곳에 발송했다. 참석대상은 초등 71명, 중 21명, 고등 80명이지만 공문은 도내 전체 초·중·고 491곳 보냈다.

도서관 관계자는 "미리 신청을 받았지만 청강에 대한 문의가 많아서 공문을 일괄 발송했는데 하교현장의 변수로 이날 연수참가자는 예상 인원보다 적었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진행된 이 연수에는 대상자 104명 보다 적은 91명이 참석했다.

도교육청은 수업과 생활교육에 전념하는 학교문화 조성을 위해 매년 '학교업무 효율화' 계획을 발표·추진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학교업무 효율화를 통해 공문서 처리방법 간소화, 공문서 감축, 불필요한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하지만 결국 헛구호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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