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형 시장'으로 탈바꿈한 중부권 최대 약재유통시장

금산인삼약령시장 상인들은 직접 약초 재배와 생산에도 나서며 유통 중심지였던 시장을 산지형 시장으로 탈바꿈시켰다. 없는 것 없이 양질의 약재를 다양하게 판매하는 시장은 삶을 위로받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 금산군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금산은 서울 경동시장, 대구 약령시장과 함께 전국 3대 약령시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루에 거래되는 약초만 평균 100톤(10억4천만 원)에 달할 정도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수삼시장 부근에 점포와 노점상이 시장을 형성하면서 자연스럽게 약초시장이 형성됐다. 장날에만 7천여 명이 찾을 정도로 성황을 이뤘던 중부권 최대 약령시장이 금산이다. 강산이 세 번 변하는 사이 거래 규모는 10배 이상 커졌다. 유통 중심지였던 시장도 산지형 시장으로 탈바꿈했다. / 편집자
 

#제2의 전성기 꿈꿔요

금산에서 약초를 판매하는 시장은 크게 두 곳으로 나뉜다. 31개 점포가 모여 있는 금산인삼약초시장(대표 안성환)과 238개 점포가 거리를 형성하고 있는 금산인삼약령시장(대표 김대형)이다. 상인들은 모두 금산인삼약령시장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직함과 성실함, 인정을 시장의 중요한 가치고 꼽는 상인들은 약초 거래량 증가를 시장활성화의 긍정적 신호로 인식했다.

금산군에 따르면 지난해 약초 거래량은 전년에 비해 대폭 증가했다. 2015년 연간 7천750톤의 약초가 거래됐던 것이 2016년 6천588톤으로 감소했다가 2017년 6천851톤으로 소폭 증가했고, 2018년 7천235톤으로 7천 톤 수준을 회복했다.

상인들은 유통 중심의 시장이 산지형 시장으로 변화한 이유로 생산자 그룹의 확대를 꼽았다. 충남한약도매협회장을 역임한 박양우 금산인삼약령시장 약초작목반장이 변화를 이끈 주인공이다.

금산 약초 도매시장에서 옹달샘약업사를 운영하고 있는 박양우 대표는 상인이면서 약초 생산자이기도 하다. 약초 생산 인프라가 전무하던 시절, 상인들을 중심으로 약초 생산에 뛰어들어 금산을 약초의 고장으로 만들었다.

"약초를 전량 외지에서 구매해 유통만 해서는 발전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상인들부터 약초를 직접 재배해 보자는 생각을 갖고 뜻 맞는 사람들과 뛰어들었죠."

인삼과 깻잎으로 부를 축적한 농민들은 검증도 안 된 약초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상인들도 약초 농사가 모험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관리도 쉽고 상대적으로 일손이 덜 가는 품목을 선택했다. 옻나무, 허깨나무, 대나무 등 나무종류를 심었다. 이런 품목들은 옥토가 아니어도, 인삼 수확 후 버려진 땅을 재활용해도 좋았다. 상인들이 너도나도 뛰어들자 농민들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산지형 약초시장으로 변화하는 데는 금산군의 역할도 컸다. 소량의 약초를 생산할 때는 생산자가 직접 약초를 채굴해 손으로 세척하고 그늘에 말려 유통해도 됐지만 양이 늘어나면서 상황이 변했다.

세척기와 건조기, 절단기, 저온창고가 필요해졌고, 관련 시설 지원이 이뤄지자 약초는 시세가 좋을 때 제 값을 받고 양질의 품질로 유통될 수 있었다. 더불어 농민들의 소득도 향상됐다.
 

#정직하고 착한 시골장터

금산 인삼약령시장에서 거래되는 약초는 100여종이 넘는다. 원하는 약초는 무엇이든 구입할 수 있다. 시장 상인들의 자부심과 결속결은 특별했다. 이곳에선 경쟁을 찾아보기 어렵다.

'협동'과 '정직'을 신뢰의 가장 큰 가치로 여기는 상인들은 시장에 있는 점포 어디를 가도 믿을 수 있는 양질의 약재를 구입할 수 있다고 자랑한다.

박양우 반장이 이끄는 약초작목반을 시작으로 지금은 더 많은 작목반이 활동하면서 약초시장은 생산자그룹과 함께 동반 성장을 꿈꾸고 있다.

생산자 증가는 품목 다변화와 재배기술 향상을 가져왔다. 금산에서 재배되는 약초는 당귀, 지황, 독활, 길경, 두충, 더덕, 황기, 우슬 등 다양하다. 상인들은 지황과 당귀, 도라지에 대한 수요가 높다고 귀띔했다.

새벽 4시30분에 기상해 약초를 재배하고 오전 9시에 시장에 출근해 약초를 판매한 뒤 다시 전답으로 향하는 상인들의 모습이 금산 인삼약령시장에서는 낯선 일이 아니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재배한 약초를 끈끈한 인정 속에 판매하는 상인공동체가 바로 금산의 인삼약령시장이다.

어려운 시절 노점을 지켰던 상인들은 성장의 가치가 배려에 있음을 잊지 않았다. 남현약업사 최남현 대표는 어려운 사람의 사정은 어려움을 겪어본 사람이 잘 안다며 이웃을 돌아볼 줄 아는 시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처음 시작할 때 생각하면 정말 많이 좋아졌죠. 우리가 돈을 벌면 이웃에게 베풀며 살자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사회환원은 혼자 하는 게 아니고 우리 상인들이 협동해서 가능한 겁니다."

상인들은 지속가능한 시장 발전을 위해 상설 토요시장 개장 필요성을 역설했다. 경기불황이 지속되면서 보신 약재 소비에 지갑을 열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난 만큼 볼거리와 살거리를 풍성하게 만드는 문화형 약령시장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양질의 약재는 정직하게 잘 준비돼 있다고 자부합니다. 불황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계절 언제 찾아도 좋을 문화형 약초시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야기가 있는 토요장터를 만들어 소비자들이 주말이면 힐링하며 약초도 구매하고 문화도 즐길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금산 약초 재배면적 및 생산량(단위: ha, 톤)

구분 당귀 지황 독활 길경 두충 더덕 황기 우슬
농가수 695 89 317 50 147 3 60 13 16
재배면적 278.7 18 104 110 28 1.2 14 2.5 1
생산량 345.1 14 87 72 156 0.9 14 0.9 0.3

 

체험형 시장 변화 꾀해 '제2전성기' 꿈꿔


김대형 금산인삼약령시장회 회장   

김대형 금산인삼약령시장회 회장<br>
김대형 금산인삼약령시장회 회장

'여기들 보소. 여기들 보소. 질경이, 더덕, 잔대, 엉겅퀴, 민들레, 없는 게 없소이다. 축복의 땅 금산 읍내 약초거리에서 가려움 긁어줄 테니 잔말 말고 이 길이나 자주자주 찾아주시오. 아픈 곳 삭혀줄 테니 잔말 말고 이 길이나 자주자주 찾아주시구려.'

금산인삼약령시장회 사무실에 들어서면 눈길을 끄는 시가 있다. 약령시장회 상인회장을 역임한 강귀동 전 회장의 '약초거리'라는 시다.

가려움 긁어주고 아픈 곳 삭혀줄 테니 없는 게 없는 약초거리를 자주자주 찾아달라는 얘기다. 김대형 회장은 상인들의 마음을 잘 표현한 시라고 추켜세웠다.

약초거리에서 천일건재약업사를 운영하고 있는 김대형 회장은 인삼 못지않게 금산이 약초의 고장으로 명성을 떨치길 바란다고 말했다.

별도의 약초축제도 개최되길 바란다고 했다. 전국 3대 약령시장이라는 명성에 비해 약초시장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20년 전만 해도 전국에서 관광차들이 주차할 장소를 찾지 못할 정도로 붐볐던 곳이 금산 악초시장"이라며 "공격적 홍보와 체혐형 시장으로의 변화를 통해 제2의 전성기가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화합으로 번영하고, 믿음으로 단결해, 실장질서를 확립하고 있는' 금산 인삼약령시장. 상인들은 끈끈하고 인정 넘치는 정직한 금산 인삼약령시장에 오면 어느 상인의 시(詩)처럼 가렵고 아프고, 고단한 삶을 위로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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