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음수현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주변에 2019 서울국제도서전(SIBF)에 다녀온 분들의 입담이 줄을 이었다. 각양각태의 출판사 부스와 다양한 강연이 줄지어 있어 보는 재미와 듣는 즐거움이 있다고 전한다. 다양한 책과 새로이 등장한 매체, 여러 나라의 출판물과 작가를 만나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것이다. 더 없이 맑은 하늘과 구름을 바라보며, 기대를 품고 서울국제도서전 행사장으로 향했다.

서울국제도서전은 25년 동안 이어진 국내 최대의 책 축제다.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해마다 주제를 정하고, 주제와 연결된 행사가 다양한 모습으로 구현되는 현장이다. 올해는 40개국, 400개가 넘는 출판사가 참여했다. 대형, 중형, 소형으로 출판사를 나누지 않더라도 각 부스마다 책을 돋보이게 하려고 다양한 디자인으로 꾸미고, 책 전시에도 한껏 힘을 주거나 소소한 체험도 제공하였다.

서울국제도서전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연도별로 정해진 주제를 다양하게 구현해내는 능력이다. 올해 주제인 '출현'은 앞으로 다가올 책의 미래, 그리고 우리가 마주하게 될 책 너머의 세계를 조망해 본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이전의 키워드가 책의 다채로움을 담은 변신이었고, 작년 도서전의 키워드는 '확장'이었다. 확장은 종이책에서 다양하게 정의되고 변화하는 오디오북, 전자책으로 책의 의미 확장을 담았다. 도서전에 왔다가는 것만으로도 출판의 흐름, 책의 변화를 몸소 체험하는 기분이 든다. 그 중에서도 평소에 만나기 어려운 작가를 만나는 기쁨이 크다. 시간대 별로 작가들의 사인회가 이어져 빼곡히 줄을 선 독자들의 모습에서 생동감이 넘쳤다.

다양한 주제 강연 중에 첫 번째로 열린 한강 작가의 '영원히 새롭게 출현하는 것들'이라는 강연이 가장 마음에 와 닿다. 작가는 증강현실의 시대 속에서 누군가의 감정이나 생각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이 결국 책 속에 있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특히 문학작품과 책이 매체가 되어 어떤 인간의 내면 끝까지 들어가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에는 가장 새롭게 우리에게 출현해 올 것이 우리가 사라지고 있다고 믿었던 종이책과 문학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 이유로 문학이 영원히 새로운 것인 인간의 삶, 죽음, 사랑, 슬픔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음수현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음수현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문득 대학교에 다니던 시절 교수님께서 종이책이 사라질 것인가에 대해 말씀해주셨던 강의가 생각난다. 그때도 변하지 않는 책의 가치에 대해서 말해주셨는데, 내가 살아가다보니 우리아이 세대는 너무나 스마트폰에 익숙한 문화라서 기존에 내가 생각하던 것과 반대로 종이책이 점차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었다. 정말 먼 미래의 책은 어떻게 변할지, 출판시장은 어떻게 바뀔지, 여전히 연필로 줄을 그어가며 책 읽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 먼 미래가 너무나 궁금해졌다.

이외에도 도서전에 마련된 지역서점 종합전시관에서는 베스트 지역서점으로 소개된 우리 지역의 꿈꾸는 책방 서점도 만나 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근래에 지역서점에서 다양한 문화 활동이 이뤄지고, 활발히 움직이는 독립서점도 많다. 일상에 맞닿는 영원히 새롭게 출현하는 것이 책과 관련된 도서관, 출판사, 서점, 작가 그리고 독자인 우리였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서울국제도서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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