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주체·설계·건축 '삼위일체'… 행복·감성 뉴 스페이스로

[중부매일 김금란 기자] 올해 학교현장의 화두 중 하나는 '미래형 학교 공간' 만들기다. 교육의 패러다임이 '가르침'에서 '배움'으로 변화함에 따라 학교공간의 재구조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는 학교시설, 환경개선과 함께 미래형 교육에 적합한 공간혁신을 위해 향후 5년간 18조8천여억 원을 투자한다. 충북도교육청도 기존 학교의 공간 재구조화를 위한 '행복·감성 뉴 스페이스(New Space) 사업' 을 추진하고 있다. 뉴 스페이스 사업은 설계단계부터 학교공간의 사용자인 학생들의 참여가 이루어지며 이를 지원하기 위해 촉진자(facilitator) 제도가 도입됐다. 공간혁신을 통해 학생들이 얻는 교육적 효과를 최대한 높이기 위해서다. 도교육청은 지난해 선정된 7개 초·중·고교의 뉴스페이스사업을 이번 여름방학에 마무리할 예정이다. 올해는 30개 학교가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심사위원회를 거쳐 15~20개 교를 선정, 공간 재구조화 작업을 실시한다. 이에 본보는 '교육을 바꾸는 공간 혁신' 기획취재를 통해 국내·외 우수사례를 7회에 걸쳐 보도하면서 도내 학교에 적용 가능한 학교 공간 혁신 모델을 발굴·공유하고자 한다.  / 편집자
 

진천상신초등학교는 올해 3월 1일 개교 60년만에 진천 혁신도시로 통폐합 이전하면서 신축됐다. 

진천상신초는 사용자 참여제도를 적용했다. 김미영 교장을 비롯해 교사들은 건축과정에 참여해 교육과정 운영에 필요한 학습공간 등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 설계에 반영시켰다. 다만 신설학교로 학생들의 참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용자들의 학교건축 참여는 설계 의도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어 학습과정에서의 공간 활용도가 높은 편이다. 특히 진천상신초는 문화예술체육연구학교(문예체)로서 학교 특색사업과 연계한 공간 활용도가 뛰어나다. 또한 미술과 창의체험활동을 위한 특별실은 고정문이 아닌 가변형 칸막이 설치로 합반 등 여러 형태의 수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교실 이외의 공간을 활용한 프로젝트수업도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기자가 방문한 지난 16일, 이 학교의 특별한 공간 '행복나움 버스킹무대'에서는 2학년 학생들이 바이올린, 비올라, 태권도 등 실력을 뽐내고 있었다. 

버스킹무대는 이 학교의 특별한 공간이다. 계단식으로 꾸며져 학생들의 공연장과 놀이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재능과 끼를 보여주고 싶은 학생들은 직접 포스터를 만들어 교내 게시판에 버스킹공연을 알린다. 고학년은 자율적으로, 저학년은 교사의 도움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신청자가 몰리고 있다는 학교관계자의 설명이다.

진천상신초 2학년 학생들이 지난 16일 계단을 활용해 만든 버스킹무대에서 연주를 하고 있다. 

이날 바이올린을 연주한 최민서 학생(2년)은 "친구들에게 연주실력을 보여주고 싶어서 버스킹을 신청했다"며 "많이 긴장됐지만 기회가 되면 또 하고 싶다"고 말했다.

버스킹에는 학부모들도 동참하고 있다.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포스터를 직접 만들어 공연신청을 하고 우쿨레라 등 동아리에서 연마한 실력으로 멋진 무대를 선사한다. 버스킹무대는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의 소통공간으로 활용되며 학교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 학교의 중앙현관은 단순히 출입구의 기능을 넘어 교육공간 겸 놀이공간 역할을 하고 있다. 교사들의 신발장이 진열된 일반 학교의 현관구조와 사뭇 다르다. 이 학교도 처음 설계단계에서는 중앙현관에 전교생의 신발장을 배치했는데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지금의 공간으로 바뀌었다. 

현관 한쪽 벽면에는 학생들에게 국가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진천 출신 이상설 선생을 비롯해 김구, 신채호 등 독립운동가를 전시하고, 또 다른 벽면에는 김준권 작가의 작품 '산운'이 걸려 있다. 통일선도학교로서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았다. 또 다른 벽면에는 설계과정부터 완공까지 학교가 지어지는 전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건축과정을 보여주면서 진로교육의 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현관의 중앙은 투호 등 놀이기구와 쇼파 등을 비치해 학생, 교사들의 휴식과 놀이공간으로 쓰고 있다.

이 학교의 특징 중 하나는 복도공간이다. 복도의 넓이가 일률적이지 않다.

각 층 복도 중앙지점의 면적을 일반복도 폭보다 넓혀 학생들의 활동공간을 만들었다. 피아노, 컴퓨터 등 학년별로 필요한 악기, 도구 등을 구비해 놓았다. 또 후관 복도의 중간중간 작은 공간을 확보해 학생들에게 담소장소로 제공하고 있다. 미술실 앞 복도도 전시공간으로 사용하도록 다른 복도보다 더 넓게 설계됐다. 

학교의 복도 벽면은 문예체 연구학교의 특색을 살려 명화갤러리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샤갈, 고흐 등 유명화가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복도에 설치된 시계, 스피커까지도 아이들에게 미적 영감을 주고 감성을 기를 수 있도록 디자인에 대한 세심함이 엿보인다.

교실과 바로 연결되는 작은 정원은 학생들의 생태놀이터이다. 이전 학교의 자연친화적인 환경을 도입해 숲이 있는 학교로 조성했다.

이 정원에는 메뚜기, 사마귀 등 다양한 곤충들이 서식하고 있다. 아이들은 더운 날씨에도 곤충을 잡느라 여념이 없다. 학년별로 텃밭도 가꾸고 있다. 이전 학교에서 학생들의 인기를 받았던 빨간이동식 도서관도 이 정원에 자리잡았다.

 카페분위기를 연출한 도서관

김미영 교장은 학교도서관을 최고의 야심작으로 소개했다. 여느 학교의 도서관에서 보기드문 넓은 공간과 아늑한 분위기는 책만 읽는 공간이라는 도서관의 이미지를 확 바꾸어 놓았다.

도서관 창쪽으로 탁자를 설치해 자연을 느끼면서 독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상상의 날래를 펼 수 있도록 동화속 성처럼 도서관 안에 별도의 공간도 만들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이곳 바닥에는 난방장치를 설치해 겨울철에는 따뜻한 사랑방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수업과 연계할 수 있는 학습공간과 회의실도 구비됐다. 교사들의 요구로 설계에 없던 카페도 만들었고. 조명도 설치했다.  

이날 도서관 자원봉사를 나온 학부모 한순인씨는 "학교시설이 좋다. 곳곳에 피아노, 미술품이 전시돼 있어 아이들에게 영향을 주는 것 같다"며 "그림에 관심 없던 아이가 집에 와서 그림 이야기를 먼저 할 정도로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진천상신초는 이번에 통폐합 이전하면서 디지털역사박물관을 만들어 60년 역사를 보관하고 있다. 

디지털역사박물관은 동문들에게 추억을 선사하는 '과거'와 지금의 학교활동을 소개하는 '현재', 아이들의 꿈을 담은 '미래' 섹션으로 구성됐다. 통폐합으로 인해 이전학교의 학생과 학부모, 동문들이 겪을 수도 있는 불편함을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 또 수학여행 등 학생들의 체험활동을 동영상으로 제작해 상영하고 있으며, 월별로 특색있는 주제를 정해 전시회도 한다.

진천상신초는 설치된 공간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교육활동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학교건물 옥상은 위험지역으로 활용을 거의 못하고 있다. 하지만 진천상신초 옥상은 하늘정원으로 불리며 오는 12월 크리마스에 세계문화축제장으로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학생들의 직업진로체험과 연계할 수 있는 방송국, VR스포츠체험장도 2학기에 문을 열 예정이다.

김미영 교장은 "문예체 활동을 통해 아이들의 공감능력, 표현능력을 높이는데 목표를 두고 의도적으로 환경을 조성해 왔다"며 "학교가 지어지는 동안 현장을 수시로 방문해 공사책임자들과 조율하면서 교육활동에 적합한 공간이 조성되도록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이어 "훌륭한 공간도 사용자가 활용을 못하면 무용지물"이라며 "설계의도를 제대로 살려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교사들 사이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진천상신초의 설계업무를 맡았던 김제희 도교육청 교육공간기획팀장은 "진천상신초는 신설학교로 학생들의 참여가 이루어지지않아 아쉬운 점은 있지만 구성원들이 설계의도를 잘 살려 공간과 수업을 접목해 교육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 업무담장자로서 뿌듯함을 느낀다"며 "앞으로 신설학교도 학생 참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방안을 고민하고 있으며 제도적으로 풀어야 할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으로 게재됩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