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음수현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그림책은 아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책이다. 아이들은 다채로운 그림과 이야기를 들으며 맘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고, 다양한 경험을 접할 수 있다.

아이들의 발달과정을 생각해 보면 손으로 물건을 잡아서 입으로 가져가서 여러 가지를 탐색해본다. 이 과정에서 책은 물어뜯길 수도 있고, 침이 좀 묻을 수도 있다. 그래도 무릎에 앉혀서 엄마의 음성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면 아이와 유대도 생기고, 안정감도 생긴다.

유치원생이 되면 언어발달이 빠르게 진행되는 과정이다. 이 때 책을 읽어주면 표현력이 좋아지고, 책 속 인물의 기쁨이나 슬픔 등의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공유한다.

이 시기에 그림책을 꾸준히 읽어주면 그림과 함께 문자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한글 공부를 하지 않고도 아이들이 한글을 깨우치는 경우를 많이 봤다. 단 부모가 인내를 가지고 꾸준히 읽어줘야 한다. 가끔은 바쁘다는 이유로 우리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더 많이 읽어주지 못한 걸 후회하기도 한다. 어쩌면 어린 시절에 이렇게 부모 품에 안겨 접한 그림책을 보면서 느꼈던 즐거움을 아는 아이가 지속적으로 독서하는 사람이 되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런데 흔히 그림책을 아이들이 읽는 책으로만 보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그림책은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담아 국적, 나이, 언어에 국한되지 않고 깊은 울림과 감동을 준다.

단순명료한 그림과 보편적인 접근이 가능한 책, 그렇기 때문에 소설책처럼 장문의 문장을 읽어 내려가겠다는 각오가 필요하지도 않고, 참고서처럼 문제를 풀고 말겠다는 결의 따위는 필요없이 마음을 열고 읽기만 하면 된다. 최근 다양한 세대에게 재미와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는 점도 그림책의 장점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아이들 그림책으로 앤서니 브라운 책을 많이 사두었는데, 우리 아이들보다는 내가 더 좋아하는 책이 되었다. 그리고 내가 아이였을 때 읽었던 트리나 폴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은 지금 읽어도 울림이 있고, 감동을 주곤 한다.

음수현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음수현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나는 힘이 들 때 그림책을 읽는다'를 펴낸 강지해 작가는 자신을 잃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자신의 곁에서 힘이 되어준 좋은 친구를 그림책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아이에게 읽어주기 위해 꺼내둔 그림책 속에서 어린 자신의 내면과 마주한다고 했다.

그림책 안에서 울고 웃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데 우울한 날에는 위로를 건네고, 기분이 좋은 날에는 잘했다 칭찬해주고, 새로운 꿈을 심어주기도 하는 그림책의 토닥임에 왠지 모를 시원함이 마음을 가득 채운다고 고백한다. 나도 강지해 작가의 말에 공감이 간다. 아이를 위해 산 그림책 안에서 우리는 우리의 어린 시절과 마주할 수 있다. 그때 가졌던 경험과 감정, 생각들을 다시 되새김질하기도 한다.

방학을 맞아 도서관에 부모님과 아이들 이용자가 부쩍 늘었다. 아이는 수업을 들으러 문화교실로 가고, 엄마·아빠는 몇 시에 어디서 만나자고 약속하는 모습이 괜스레 눈에 들어온다. 유·아동기의 책에 대한 관심은 어느 정도는 부모의 영향을 받는 게 아닌가 싶다. 부모의 영향을 받는 게 책만은 아니겠지만 방학을 맞아 자녀와 함께 시원한 도서관 나들이도 괜찮을 것 같다. 아이와 함께 같은 동화책을 읽고 이야기 나눠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