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좋은 사회 만들기 동참하고 싶어 '공무원' 도전

[중부매일 한기현 기자] 증평군청 안전총괄과 안전팀에서 일하는 새내기 공무원 유원상(32) 주무관은 2005년 고등학교 3학년 대학 진학을 고민할 때에 한일공동이공계학부 국비유학 프로그램에 대해 알게 되었다.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반일 감정 외에는 일본에 대한 관심도 지식도 전무해 일본 유학 결정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도전하기로 마음 먹었던 건 일본에 대해 잘 모르는 만큼 그 곳에서의 경험이 도리어 큰 자산이 될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실제로 5년간의 오사카대학 생활은 내 인생에 일본이란 나라를 선물해주었다. 아마 유학을 떠나지 않았다면 내 인생에서 일본은 아무 관심도 없는 단지 두 글자의 이웃나라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참 가치 있는 도전이었다.

오사카대학 4학년 졸업을 앞두고 보통의 청년들처럼 나 역시 진로에 대해 고민했다.전공인 응용물리학과 관련된 대학원 진학이 일반적인 길이였지만 20대의 해외 대학생활 4년은 나의 가치관을 이전과는 다르게 만들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여러 나라 사람들과 어울리고 경제와 사회의 다양한 이슈를 보고 들으며 사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싶었다.하지만 자연과학인 물리학을 통해서는 간접적인 영향력만 행사할 뿐이었다.

그래서 물리학 전공을 살린 대학원 진학을 망설였다.그 망설임 때문이었을까. 어설픈 마음에서인지 원하는 대학원 시험에 번번이 떨어졌고 그로 인해 진로에 대한 고민은 더 깊어졌다.

물리학 전공 학부를 졸업하고 이제 와서 사회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분야로 진로를 변경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많이 두렵기도 했다. 그럼에도 한번 해보자고 결심할 수 있었던 건 일본 유학을 도전한 경험 덕분이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 지 알 수 없어 일단 부딪쳐 보자는 마음으로 여러 정보들을 검색했다.그 중 UN Global Compact(UNGC) 한국협회의 인턴 공고를 보고 지원해 합격했다.

UNGC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위해 존재하는 UN의 이니셔티브다. 자연과학만 관심 있었던 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글로벌한 움직임에 대해 전혀 몰랐던 터라 모든 것이 낯설고 생소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일에 적응하기 위해 업무에 더 충실했고 경제학, 정치학 등 관련 분야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짧은 3개월간의 시간이었지만 사회과학의 기초를 닦을 수 있었다.

그 기간에 여러 분야의 사회과학을 공부하며 크게 깨달은 것은 내가 살고 있는 이 사회가 그냥 돌아가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아무 것도 모르던 시절엔 경제, 사회의 전반적인 부분들이 그저 알아서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보다 풍요로운 경제생활을 위해 그리고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정책을 만들고 그 영향력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 내가 누리는 윤택한 삶이 누군가가 땀 흘려 노력한 대가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을 때 나 또한 이 일에 동참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이러한 일에 가장 실제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공무원에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공무원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여러 선택지가 있었다. 그 중에서 나는 일본 유학의 경험을 살려 국제 영역에서 활동하는 공무원이 되기로 했다.

그래서 외교부 관련 공무원 공부를 시작했다. 적지 않은 나이에 시작한 도전이어서 기간을 정하고 시작했다. 4년 동안 최선을 다해보고 안되면 포기하는 것으로 나 자신과 약속했다.

그렇게 호기롭게 시작한 수험이었지만 그 과정은 많이 힘들었다. 배경 지식의 부족과 지금까지 해오던 물리학과는 생판 다른 학습 방법에 무력감을 많이 느꼈다. 초반에 포기할까 생각도 했지만 약속한 기간까지 최선을 다해보자는 굳은 결심으로 버텼다.조금씩 실력이 나아졌다. 떨어지고 붙기도 하며 4년의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최종 합격은 결국 이루지 못했다. 4년간의 수험을 불합격으로 마무리하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공부한 만큼 후련하기도 했지만 아쉬운 마음 역시 컸다. 좀 더 해볼까라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여러 상황을 고려해 도전은 여기까지만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실패였다. 하지만 실패가 무엇인지 경험한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실패한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고향인 증평으로 내려왔다. 고향에서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지를 고민하며 지내던 중 지역 사회를 위해 일하는 공무원이 눈에 들어왔다.

분야는 다르지만 이 역시 내가 초반에 동참하기로 결심한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길이었다. 어쩌면 좀 더 직접적인 분야이기도 했다. 그래서 다시 수험 생활에 뛰어들었고 운이 좋게 합격했다.

지난 3월 증평군청으로 배치돼 안전총괄과 안전팀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지 어느덧 반 년이 지났다. 6개월의 짧은 기간이지만 밖에서 보던 공무원과 안에서 겪는 공무원은 많이 달랐다.실제로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공직자들이 애쓰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아직은 새내기 공무원이라 모르는 것도 부족한 것도 많지만 나의 열정으로 사회가 좀 더 밝아지고 나아지길 바란다.

지금껏 해오던 일을 두고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것은 참 두려운 일이다.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으로 두려움은 더 크게 느껴진다. 하지만 작은 몇 번의 도전을 통해 내가 배운 걸 해보기 전까진 아무 것도 알 수 없다.

실제로 부딪쳐 보면 많이 걱정했던 일은 아무 것도 아닌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뛰어들고 나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밖에선 결코 볼 수도 알 수도 없는 것들이었다.

물론 도전이 성공만 존재하는 보증수표는 결코 아니지만 실패하면 백지수표가 되어버리는 위험상품도 아니다.쓰라린 실패도 그 나름대로 큰 자산이 되어주는 안전자산이다.

'생각한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평소 늘 마음에 두고 있는 말이다. 앞으로도 그저 편안한 대로 안주해 생각 조차 안주하는 삶이 아니라 내가 꿈꾸는 대로 살고,가치있다고 생각한 대로 사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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