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최근배 전 충주시의원

현진건의 소설 'B사감과 러브레터'는 못생긴 노처녀 사감선생의 히스테리를 통해 누구에게나 잠재돼 있는 인간의 이중성을 그려내고 있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지킬박사와 하이든'은 낮에는 선량한 지킬박사로, 밤에는 살인까지 저지르는 하이든으로 변하는 인간의 마음속에 숨겨진 선과 악의 이중성을 그려낸 고전으로 이름나있다.

미국의 토머스 라이엘 박사는 미국 부부들이 매일같이 나누는 "아이 러브 유"의 인사에 대해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5%가 순수애정이 담기지 않은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최초의 인간 아담과 하와가 사탄의 유혹에 넘어가 선악과를 따먹고 에덴동산에서 쫒겨난 것도 어찌 보면 태어나면서 부터 인간은 이중성을 지니고 있었다는 원죄의 증명이 아닌가 싶다.

이중성(二重性)은 사전적 풀이로 하면 하나의 사물에 겹쳐있는 다른 두가지의 성질로 설명된다. 명실상부(名實相符)하거나 언행일치(言行一致)가 아니라 겉다르고 속이 다른 표리부동(表裏不同)하거나 같은편은 편애하고 다른편은 공격만 하는 당동벌이(黨同伐異)가 그렇다.

밑지고도 판다. 노인이 죽고 싶다, 처녀가 시집 안간다.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 있어도 없는 척, 없어도 있는 척, 이파도 안 아픈척, 배고파도 배부른 척, 좋지 않아도 좋은 척하는 우리들의 모습이 모두 이중성을 가진 삶의 모습들이다.

우리국민의 이중성에 대해 일본 도쿄대 오구라기조 교수는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라는 저서를 통해 "한국인은 말로는 도덕을 매우 중요시하는데 실제행동은 그다지 도덕적이지 않다"며 "한국인의 사적욕망은 공적인 도덕으로 가리지 않는다면 존재할수 없다고 두려워하고 있었다"는 비판으로 정곡을 찌른바 있다.

너무 지나친 비관론적 입장이라 탓할진 모르지만 돌아보면 우리들과 우리사회의 이중성은 너무도 심각하다. 그 정점에 정치가 똬리를 틀고 있다. 입만 벌리면 "국민"을 들먹이지만 그 이면엔 그들만의 편이 있고, 정파가 있고, 정권이 있고, 그들만의 속셈속에 현재가 있고 미래가 있을 뿐이다.

청문회때 마다 등장하는 내노라 하는 사람들을 볼때 그들의 이중성에 메스꺼움을 느낄때가 참으로 많다. 우리나라의 많이 배운 자, 지위가 높은 자, 많이 가진 자들의 야누스적인 표리부동한 모습에 가슴이 멍멍해 진다. 유시민의 말처럼 잘난사람에 대한 질투와 열등의식의 발로일지는 모르지만 그렇다하더라도 그건 아니지 않은가.

문제는 우리가 우리사회의 이중성에 대해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과소평가, 또는 단순 진영논리로 치부한다는 것이다. 스승이 없는 사회, 정의와 도덕이 무너진 사회, 가치가 혼돈된 아노미 등 바로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는 이중성 사회의 적폐들이 차고 넘친다

정말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어떤 가치관으로, 무엇을 물려주고 가르치며 살아야 할지. 누구를 롤 모델로 바라보며 길을 가야하는지, 도대체 무엇이 옳은지. 성현이나 종교나 스승의 가르침을 어디까지 배우고 행해야 하는지. 과연 정도를 걷고도 반칙과 기회주의와 술수와 요령을 극복할수 있는지 누가 자신있게 대답 할 수 있는가.

개인의 이중성과 이중사회의 적은 허명(虛名)에 있다. 본래의 나에게 허위의식의 유혹에 빠져 허명이라는 가면을 씌우는 것이다. 본래의 내가 아니라 불나방처럼 돈과 명예와 권력이라는 허명을 향해 달려드는 것이다. 과정의 공정, 기회의 균등, 결과에 대한 책임이라는 사회적 양심세계와 거리가 멀다. 스스로 노예의 길을 가는것이다.

필자도 80평생 가까운 인생을 살면서 많은 겉다름과 속 다름이 없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그러면서 나는 아직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우리사회의 이중성에 분노하는 만큼 우리의 이중성도 스스로 돌아보며 줄어들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최근배 전 충주시의회 의원
최근배 전 충주시의회 의원

그런 의미로 방송앵커 오프라 원프리가 명예박사학위를 수여받으면서 밝힌 "무엇보다 소중한 상은 따로 있습니다, 그건 바로 여러분 자신이 스스로에게 주는 상입니다, 자신에게 존경받는 것이 최고의 기쁨입니다, 본래의 자신을 팔아넘겨 노예로 만들지 마십시요."라는 연설을 되새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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