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의사당 전경 / 중부매일 DB
국회의사당 전경 / 중부매일 DB

국민의 대변자인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입장에서 국정을 다뤄야 할 '민의(民意)의 장'인 국회가 '사감(私感)의 장'이 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두고 하는 말이다. 19~21일까지 사흘간 법안심사소위는 372건에 이르는 안건을 살폈는데 이 중에는 일명 시멘트세법 신설 등을 내용으로 하는 지방세법 개정안도 포함됐다. 이 법은 60여년 넘게 시멘트공장의 분진, 소음과 함께 각종 유해물질에 노출돼 피해를 본 지역주민들에게 최소한의 보상 차원에서 일정비율의 지방세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발의된지 수년이 지났고, 심사에 들어간 지 1년여가 됐지만 이 법안의 처리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그동안 경영부담을 내세운 해당 업계의 강력한 반발이 걸림돌이 됐다고 한다. 그러나 갈수록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가 커지고 이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번 회기를 맞아 법안 처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었다. 지역자원과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 법안의 직접적인 대상 지역이 석회석 자원이 풍부한 충북 북부, 강원 남부 등 일부에 국한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당 지역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당장 인근지역 주민들 가운데 진폐증을 비롯해 폐암·호흡기 장애 환자가 넘쳐나는 게 현실이다. 이들 시멘트공장 주변의 환경오염은 수도권 상수원중 최상류 지역의 오염을 의미한다. 피해주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곧 수도권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인 셈이다. 더구나 이들 공장들의 오염물질 배출 등 환경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이 법안의 필요성은 충분하다. 그런데도 이 법안은 특정 국회의원의 개인적인 감정때문에 통과되지 못했다. 하물며 해당 의원은 이 법안과 아무 관련도 없는 이유 때문에 법안 통과의 발목을 잡았다.

문제의 인물은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이다. 권 의원이 지난 2017년 일어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참사의 후속 조치에 대한 불만으로 시멘트세법 처리를 저지했다는게 정설이다. 이 때문에 이 법의 신설을 놓고 법안소위가 1시간 가량 논쟁을 벌였으나 결국 보류(계속심사) 결정으로 마무리됐다. 다수 관계자들의 전언이고 보면 법안처리 무산의 과정과 책임이 분명해진다. 권 의원은 제천 화재평가소위원회를 통해 이시종 충북지사의 화재 책임을 끈질기게 물었다. 책임공방이 일단락 되자 이후에는 유가족 위로금 지급주체를 놓고 딴지를 걸었다.

국회의원으로서 어떤 사건의 피해자, 유가족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국가적 관심사이고, 국민 안전과 관련됐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권 의원의 행보를 보면 화재책임 추궁을 넘어 자신의 주장에 함몰돼 앞뒤 분간을 못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 틀림없다. 도대체 제천화재참사와 시멘트세법이 무슨 연관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입이 있으면 답을 해보라. 국가적으로 국민 안전 측면에서 시멘트 공장 오염물질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가. 편협된 사고로 인해 앞으로도 고통에 시달릴 피해주민들의 눈물은 또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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