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일칼럼] 최동일 논설실장

요즘 과일가게를 가보면 제철인 귤을 제치고 가장 잘보이는 자리에 딸기가 떡하니 진열돼 있다. 예전과 달리 딸기도 겨울이 최대 성수기라지만 여름 한철만 빼고 1년내내 팔릴 정도로 흔한 과일이 됐다. 이처럼 딸기가 과일가게를 점령하게 된 배경에는 새로운 재배기술과 품종개량이 있다. 지역마다 다른 품종으로 최적의 생육환경속에서 재배하다 보니 맛 좋고 신선한 딸기가 시장에 쏟아지는 것이다. 그러나 딸기가 지금처럼 흔한 과일이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강산이 한번 변하는 사이에 딸기는 수십번 변해 해외에서도 인기몰이를 하는 과일이 됐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세상도 바뀐다. 하지만 시간을 거꾸로 거스르는 것들도 있다. 발전은 커녕 오락가락 하거나 옛날로 돌아가는 '퇴행(退行)하는 정치'가 대표적이다. 정치가 생물이다보니 때론 예기치 못한 고비를 만나곤 하는데 이때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는 경우는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정치의 목표인 집권세력의 정권운영이 과거의 그것에서 조금도 나아지지 못하고, 되레 과거를 연상케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어디서부터 잘못인지 헤아리기 쉽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길을 잃고 헤매다 보니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자신들의 잘못에 대한 말바꾸기를 정권의 속성으로 치부하기엔 국민들의 피해와 상처가 너무 크다. 오판과 무능이 겹쳐진 조국사태는 우리사회의 새로운 고질병인 편가르기를 더욱 고착화시켰고, 소주성과 무분별한 재정확대로 대표되는 경제실정은 나라를 빈껍데기로 만들고 있다. 안정적 차기 집권을 위한 국회의원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선거결과의 불공정성과 불신을 키울수 밖에 없다는 정치학자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표의 등가성을 내세웠지만 현실은 편법 조장과 그 가치의 왜곡이다. 남북관계 등 외교는 처참한 지경이며 교육은 갈팡질팡이다.

더구나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은 더 안좋아지고 있다. 현 정부가 내세웠던 '공정, 평등, 정의' 등은 찾아볼 수 없는 가운데 비리와 불법, 거짓말, 의혹으로 하루하루가 점철되고 있다. 하다하다 국정농단이라는 소리를 듣게 됐다. 탄핵으로 물러난 박근혜 전 대통령 이전까지는 생소하기만 한 단어였는데 이를 징치(懲治)하는 민심이 세운 정권이 이를 물려받은 꼴이다. 이렇다보니 정권차원에서 효과적인 권력 유지를 위해 쉽고 편한, 그렇지만 법의 테두리를 무시할 수 밖에 없는 예전의 그것들을 답습(踏襲)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그럼에도 현 정부는 도무지 권력 주변을 살펴보지도, 남들의 지적을 듣지도,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는다. 정권이 흔들릴만한 문제가 생겨도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40%의 철벽 지지층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변수가 생겨도 외골수 길을 갈 수 있게 만든 이 지지층은 어쩌면 현 정권의 최대 성과일 수 있다. 그동안의 편가르기가 성공한 것이며 그 결과물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든든함이 무능과 비리를 만나면서 오만과 아집을 낳았다. '20년 집권'을 운운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누가됐건 "가만두지 않겠다"는 그들에게 국민은 없는 것이다.

얼마전 문 대통령이 윤회를 다룬 책을 읽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선과 악이 돌고돈다는 내용이라는데 조국사태에 이어진 감찰무마, 하명수사 등 당장 발등의 불인 국가기강 문란 사건들도 시간이 지나면 선과 악처럼 구분이 모호해질 수 있다고 생각할까 봐 걱정스럽다. 자기위안은 될지 몰라도 지금 문 정부의 행보는 박근혜 정권의 그것을 반복할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윤회는 업보(業報)가 핵심이다. 잘못이 있다면 대가를 치러야 하고 그래야 또다른 업으로 또다른 과보(果報)를 낳게 된다. 윤회에 앞서 주변 돌아보기를 먼저 권하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최동일 논설실장
최동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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