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현 칼럼] 한기현 논설위원

정치인과 자치단체장은 틈만 나면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 주민 행복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과 주민은 그들의 말을 상투적인 인사치레성 말로 치부하고 새겨듣지 않는다.정치인들은 이처럼 우러나는 마음이나 성의 없이 겉으로 꾸민 달콤한 말로 국민의 눈과 귀를 속여 왔으며, 오늘도 양심을 속이고 자신이 내뱉은 말을 책임지지 않고 반성 없이 애용(?)하고 있다.

대한민국에 민주주의가 실시된 지 70여 년, 지방 자치제가 도입된 지 30여 년이 지난 오늘도 정치인들은 국민과 주민이 어떻게 살고 있는 지, 무엇을 원하는 지 등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오로지 정권 창출과 당선을 위해 앞만 보고 내달리고 있다.

물론 정치인과 자치단체장 모두가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국민과 주민을 위해 개인의 사욕을 멀리하고 자신의 능력과 열정을 쏟아붓는 이들도 있지만 손에 꼽을 정도라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과거 어떤 자치단체장은 개인적인 열정이 넘쳤으나 행정 경험과 능력 부족으로 4년 임기 동안 제대로된 성과물을 내지 못한 채 악성 민원에 휘둘리거나 공직자들에게 이용(?)만 당하고 물러나 오히려 지역 발전이 역행하는 엄청난 피해를 안겨줬다.

내년 4월 총선과 맞물려 북핵 문제와 패스트트랙(선거법 개정과 공수처 설치)으로 나라가 온통 시끄러운 상황에서 한 종편방송사 앵커의 '내일도 저희들은 최선을 다하겠다'는 맺은 말이 번뜻 마음 한 구석을 강하게 찔렀다.

일상에서 늘 듣던 상투적인 말인데도 왜 다른 느낌이 드는 지를 꼼꼼히 따졌다.오늘 이 말이 신선하게 와닿은 것은 유명 앵커가 주는 중량감이나 무게감이 아니었다.
낮은 목소리의 말투와 눈빛에서 눈 앞 이익을 위해 수시로 말을 바꾸는 정치인과 달리 항상 시청자와 약속이자 언론 사명인 '공정 보도'를 위해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신뢰와 진정성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개인적인 편견일 수 있다.이 앵커에게 '최선을 다하겠다'는 맺은 말은 해당 방송사의 캐치프레이즈이자 '화두(話頭)'로 볼 수 있다.

'불가(佛家)'에서 쓰는 말인 '화두'는 연말이나 연초 정치인의 단골 메뉴로 자리잡았다.그래서 정치인 자치단체장, 유명 인사들은 새해를 앞두고 너도 나도 앞다투어 '신년 화두'를 발표한다.
충북에서는 이시종 도지사와 장선배 도의장, 김병우 충북도교육감, 송기섭 진천군수가 신년 화두와 신년휘호를 발표했다.

이시종 도지사는 23일 경자년 신년 화두로 '경자대본(經者大本)'을 선정했다.

경자대본은 경제가 천하지대본(天下之大本)이란 뜻으로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철학과 정신을 경제수단이 다양화된 오늘 의미로 재해석한 것이다.

장선배 도의회 의장도 이날 '동심동덕'(同心同德)을 신년 화두로 발표했다.동심동덕은 '도민의 미래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뜻으로 도민 행복과 충북 발전을 위해 도의회와 도민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다 같이 노력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김병우 교육감은 지난 18일 신년 화두로 '시우지화(時雨之化)'를 선정했다고 밝혔다.'진심장구(盡心章句)'에 나오는 '시우지화'는 '제 때에 맞추어 내리는 비와 같은 적시의 가르침'을 뜻하는 사자성어다.

송기섭 군수도 지난 2일 '선즉제인(先則制人)'을 신년 휘호로 선정했다.사기 '항우본기'에서 유래한 중국 고사 '선즉제인'은 '일을 도모하려면 무엇보다 선수를 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신년 휘호는 지난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정치인과 자치단체장의 철학과 의지를 파악할 수 있는 가늠자이자 국민과의 약속이다.

새해 정치인들은 정말 같은 말이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한기현 국장겸 진천·증평주재
한기현 논설위원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